[창작글](소설) 성공시대.(12)-out of sight, out of mind

모임이 끝난 후 강욱이랑 지현이는 집이 같은 방향이라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서 같이 타고 가고 있었다. 장애인 콜택시는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휠체어를 실을 수 있고 집 앞에까지 가기 때문에 강욱이는 외출을 할 때 자주 이용했다. “오늘 어땠어?” “뭐가?” “오늘 모임 말이야.” “재미있었어. 그런데 오빠친구 중에 재성씬가? 그 사람 날 쳐다보는 눈빛이 느끼해서 혼났어.” “응. 그 친구 원래 여자를 쳐다볼 때 그렇게 쳐다 봐.” “그 사람 왜 그런 거야?” “---.” “왜 그런 거냐고?” “플레이보이야.” “뭐? 아, 그래서 그랬군. 그럼 혹시 오빠도 그런 것 아니야?” “난 아니야.” “에잇, 그걸 어떻게 알아? 누구나 다 자기는 아니라고 얘기하지.” “믿든지 말든지 그건 네 자유지. 뭐.”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 지현이의 집에 다다르고 있었다. “오빠, 진짜 혼자 가도 되겠어?” 그 동안 지현이는 강욱이 먼저 집에 바라다 주고 왔기 때문에 불안했던 것이다. 오늘은 강욱이가 지현이를 바라다 주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했던 것인데 지현이는 왠지 불안했던 것이다. “그래, 괜찮아.” “응, 알았어.”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사아저씨에게 “아저씨, 잘 부탁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잘 가. 집에 가서 전화 꼭 해.” “응.” 이라는 대답을 뒤로 하고 떠나는 장애인 콜택시. 그리고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는 지현이. 그 날 이후로 강욱이는 모임이 있으면 꼭 지현이랑 같이 갔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잘 어울린다고 할 때, 지현이가 너무 예쁘다고 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가는 것을 느끼곤 했다. 5개월이 지난 어느 날, 지현이가 강욱이한테 스터디 시간보다 1시간 먼저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 약속장소에 나간 강욱이는 먼저 나와 있는 지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오빠, 우리 집 이사 가.” “그래. 어디로?” “부천으로---.” “그럼 스터디는 어떡할 거니?” “직장은 이 동네니까 스터디는 안 옮겨도 될 것 같은데---. 모르겠어. 직장 다니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 부천에서 잠실까지 매일 출퇴근 한다는 건 힘든 일이긴 하였다. “스터디는 가끔 빠질지 몰라. 온다고 해도 일찍 갈 수도 있어.” “그래.” 라고 말하고서 둘은 스터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일어섰다. 2개월 후 어느 날 모처럼 스터디가 일찍 끝나 모임을 파하고 지현이가 강욱이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근처에 포장마차로 데리고 들어갔다. 어묵국물과 닭똥집과 소주 2병을 시켜놓고 지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나 직장도 옮기게 됐어.” “어디로 옮겼어?” “같은 회사인데 지사가 최근에 우리 동네에 생겼거든. 그래서 옮기게 된 거야.” “그럼 스터디에도 못 오겠네?” “아마 그렇게 되겠지.” “그럼 우리 어떻게 만나지?” “만나는 건 주말에 만나면 되고 전화를 매일하면 되지. 안 그래?”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우리 관계가 멀어질까 봐 난 그게 걱정이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그러면 또 몰라도---.” 라고 말하고는 강욱이는 소주를 들이켰다. 3개월이 지난 후 현국이의 결혼식 날이어서 강욱이와 친구들은 결혼식에 갔다. “야, 너 왜 그렇게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하냐? 신부 소개도 없이---.” 라고 강욱이의 친구인 종성이가 말했다. “그렇게 됐어.” 라고 현국이가 말했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강욱이가 뒤를 바라보고는 너무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안돼. 이건 꿈이야. 악몽이야." 라고 속으로 되뇌일 뿐---.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