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네 이야기
올해 초 청주시 강서1동
주민센터로 발령받은
저는 경자라는
젊은 아가씨를 알게 됐습니다.
경자는 귀엽고 예쁜 아가씨예요.
저를 볼 때마다
방긋 웃으며 인사를 하니
아껴주고픈 마음이 듬뿍 들더군요.
어느 날 마트 직원의
다급한 전화가 왔어요.
"강서 1동사무소지요?"
"네. 무슨 일로 그러시죠?"
"경자 배가 불렀어요..."
순간 아찔했습니다.
혹시 임신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급한 마음에
경자를 만나러 집으로 향했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임신이더군요.
실은 경자는
지적장애 2급 장애인입니다.
경자 엄마 또한
같은 장애를 가졌습니다.
경자에게 누가 그랬는지 캐물었습니다.
얼마나 입막음을 시켰는지 그러더군요.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데요..."
경자가 아이를 낳아도 문제입니다.
경자네는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사는데
방문을 열면
고기 썩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생계보조금으로 살아가는 모녀는
마트에서 한꺼번에
고기나 초콜릿을 사다가
고장 난 냉장고에 쟁여둡니다.
당연히 썩는 내가 진동하고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게 더 많습니다.
새로 태어날 고귀한 생명을 위해
지역자원을 끌어
공사비 8백만원을 모아
집수리를 시작했습니다.
지역 새마을지도자와 부녀회에서는
봉사를 해주었습니다.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바르고
부엌과 욕실을 만들고
보일러도 새로 놓고 도배까지 한 후
가구도 새것으로 들여놓았습니다.
집 옆 썩은 냄새가 나서
흙을 엎어 채우니
넓은 마당까지 생겼습니다.
임신을 한 후
대인 기피 증세를 보이던 경자씨는
어느새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도 하며
예전처럼 예쁘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
수많은 가슴 아픈 시간을 보낸 후...
25일 경자에게는
예쁜 아기가 생겼습니다.
경자를 닮아
아주 통통하고 귀여운 아기입니다.
아기 아버지를 찾기 위한
DNA 검사가 남아 있지만
이런 복잡한 일들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자는 서투르지만
엄마노릇에 적응해 가고
아기는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웃고...
우리 사는 이 땅에 장애여성이
더 이상 성적 아픔으로 가슴앓이가
없어지기를 바라며...
- 김병철(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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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찡하게 하는 작은 사랑은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골 초가집 담장 밑 채송화 꽃씨가
터지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듯...
새벽편지에서는
미역과 소고기, 아기용품을 들고
경자씨를 축하하여 주었습니다.
가을밤의 세레나데
첫댓글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것
더더군다 지체장애는
살아가기 더 힘들어요
깊이 공감하는글
가슴이 아려옵니다
사랑차님 늘 고운 마음 나눔 감사합니다
고운 사랑 가득한 저녁길 되세요
지적 장애인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사회의 여러곳에서
생겨나는 일 지상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근절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양심
하루라도 빨리 던져 버리고 장애인에 대한 태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춘당님 저녁길도 편안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