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요제의 효시 ‘MBC 대학가요제’
제1회 MBC 대학가요제 본선은 1977년 9월 3일 문화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무대는 지상파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어 순식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기존에 듣던 음악들과는 다른 캠퍼스 음악들이 이 경연 대회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이후 ‘해변가요제‘와 후신인 ‘젊은이의 가요제’, ‘강변가요제, ‘대학가요 축제’ 등 유사 캠퍼스 페스티벌들이 앞다퉈 개최됐다. 가요제 출신 가수들은 ‘10대 가수’로 등극했으며, 음반사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가요제 개최 이전부터 물밑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원조 ‘MBC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스타와 명곡들
1977년 1회 MBC 대학가요제의 대상은 서울대 농대 밴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가 받았다. 한 기수 선배였던 산울림의 김창훈이 작곡한 이 곡은 순식간에 ‘젊음’을 대변하는 노래로 떠오르며 대학가요제를 전국에 알렸다. 제1회 대회에서 밴드가 대상을 받으면서 이후 각 대학을 대표하는 밴드들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이외 서울대 트리오 민경식, 정연택, 민병호의 <젊은 연인들>(동상)도 인기를 모았다.
제1회 '77 대학가요제 1집 앨범 앞면
2회 대회의 대상은 부산대 중창팀 썰물의 <밀려오는 파도소리에>가 차지했다. 지금도 여름이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올타임 리퀘스트 송이다. 최고의 인기곡은 심민경(예명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이었다. 기성가요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수상은 못했지만 이후 동명 제목의 영화가 개봉됐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심수봉은 같은 대회에서 수상 못한 <젊은 태양>을 다시 불러 히트시키며 1979년 MBC 10대 가수가 되었다. 이 외 노사연의 <돌고 돌아가는 길>, 항공대 밴드 활주로의 <탈춤>도 빼놓을 수 없다. 개그맨 고영수의 동생 고영선과 듀엣으로 출전해 <한마음>으로 입상한 임백천은 방송MC로 활약하게 된다.
제2회 '78mbc 대학가요제 입상곡 앨범 앞면
3회와 4회 대회에서는 남성 듀엣이 대상을 차지했다. 1979년 3회는 김학래, 임철우의 <내가>, 1980년 4회는 이범용, 한명훈의 <꿈의 대화>다. 두 곡 모두 ‘통기타’를 연주하며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내가>는 대학 MT에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되었으며, 2004년 개봉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에도 삽입됐다. 가요제 이후 김학래는 솔로로 전향해 인기를 모은다.
3회에서 <영랑과 강진>으로 은상을 받은 트리오 김종률, 정권수, 박미희 가운데 김종률은 이후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인물이다. 4회에서는 본격 하드록 사운드를 구사한 밴드 마그마의 <해야>와 상큼한 퓨전 스타일의 밴드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가 은상을 받았다. 마그마는 순식간에 인기를 모았고 베이시스트 겸 보컬리스트 조하문은 솔로 독립 이후 스타 가수로 사랑받았다.
’79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80 mbc 대학가요제 제1집 앨범 앞면
'80 mbc 대학가요제 제2집 앨범 앞면
MBC 창사 20주년을 맞아 열린 1981년 5회 대회 대상 곡인 정오차의 <바윗돌>은 대학가요제 수상 곡 가운데 유일하게 금지곡으로 묶였다. 광주 망월동에 묻힌 자신의 친구를 기리는 노래라는 지상파 방송의 인터뷰 이후 금지곡이 되었다. < 잊고 산 것>으로 금상을 받은 한인희는 파격적인 구성과 율동으로 주목받으며 인희라는 이름으로 독집을 발표한다. <나의 꿈 그리고 사랑>으로 은상을 받은 기타하나동전한닢의 이재성도 있다.
'81 MBC 대학가요제 제1집 앨범 앞면
’81 MBC 대학가요제 제2집 앨범 앞면
1982년 6회 대회는 임지훈이 가사를 쓴 조정희의 <참새와 허수아비>가 대상을 받았고, 우순실의 <잃어버린 우산>이 금상을 받았다. 대상을 받았던 조정희는 기대와는 달리 가요제 이후 활동은 없었고, 우순실은 따로또같이의 객원 보컬로 참가한 후, 솔로로 독립했다.
'82 MBC 대학가요제 Vol. 1 앨범 앞면
'82 MBC 대학가요제 Vol. 2 앨범 앞면
1983년 7회에서는 서강대 동아리 에밀레의 <그대 떠난 빈들에 서서>가 대상을 받았다. 창단멤버 강승원은 우리 동네 사람들을 결성해 김광석의 음성으로 잘 알려진 <서른 즈음에>의 원곡이 수록된 음반을 발표했다. <도깨비 잔치>로 금상을 받은 도깨비의 조태선, <한 우리>로 동상을 받은 어금니와송곳니에서는 이무송이라는 스타를 배출했다.
'83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1984년 8회 대회의 대상곡인 이유진의 <눈물 한 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와 더불어 수상은 못했지만 가성과 진성의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준 뚜라미의 <그대와의 노래>가 주목을 받았다. 뚜라미는 홍익대 동아리로 귀뚜라미와 도레미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가요제에 출전했던 뚜라미의 고은희와 이정란은 독집 음반을 발표해 <사랑해요>를 히트시켰다.
'84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1985년 9회는 김장수와 임은희로 구성된 부산 동의대 혼성 듀엣 높은음자리가 록 스타일의 <바다에 누워>로 대상을 차지했다. 이 곡은 1986년 KBS 「가요톱텐」에서 골든컵을 수상하며 높은음자리에게 1986년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안겼다.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원미연은 <들녘에서>로 본선에 진출했다.
'85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1986년 10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남성 솔로 유열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대상)와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금상)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이정석의 <첫눈이 온다구요>는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여섯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다.
'86 MBC 대학가요제 Vol. 1 앨범 앞면
'86 MBC 대학가요제 Vol. 2 앨범 앞면
1987년 11회에서는 재즈풍의 <난 아직도 널>을 부른 부산 외국어대 여성 듀엣 작품하나가 대상을 차지했다. 이 외에도 이후 마로니에 멤버로 활동한 신윤미가 <겨울비>로 금상을 받았고, 동상을 받은 <객석>의 블루드래곤에서는 이규석이 배출됐다.
'87 MBC 대학가요제 Vol. 1 앨범 앞면
'87 MBC 대학가요제 Vol. 2 앨범 앞면
1988년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12회 대회의 대상은 신해철을 배출한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수상했다. <그대에게>는 2015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일곱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다. 이 외 주병선과 김지연, 뮤지컬 배우 전수경이 이 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13회 가요제에서는 경성대 출신 전유나가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한 <사랑이라는 건>으로 대상을 받으며, 9회와 11회에 이어 부산 파워를 과시했다.
'88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89 MBC 대학가요제 앨범 앞면
2012년 36회 MBC 대학가요제가 마지막
13회 이후부터는 17회 대회가 배출한 전람회의 <꿈속에서>(대상)를 제외하곤 히트곡이 나오지 않았다. 1991년 15회 대회는 김경호, 16회에는 장현철 그리고 17회에서는 배기성이 데뷔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의 난립과 기획사 위주로 가요 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2012년 36회 MBC 대학가요제가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