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통해서 문학을 배운다 / 조미경
미술에 문외한인 나는 그동안 과천 국립 미술관에서 현대 미술을, 덕수궁에 있는 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의 전시를 보았고, 지방에서 열리는 미술작품 전시를 보았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미술작품을 관람했지만, 깊게 빠져들지 못했다. 나름 집중했지만, 작가의 고뇌와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호암미술관을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 다녀오게 되면서 미술에 대해 조금씩 이해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술계의 거장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는 신문 기사에, 나들이를 겸해서 다녀온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그때도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고, 젊은 연인들과 어린아이들도 찾아서 김 화백의 작품세계를 둘러보고 있었다. 한국인이면서 우리의 것을 모르고 살았다는, 자기반성을 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전시된 많은 작품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예술가의 고뇌에 대한 것은, 가슴에 오래도록 각인 되었다.
김환기 화백은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특히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서 우리의 백자인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왔다. 달항아리를 보면서 우리 고유의 민족성에 대한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 보았다. 추상화는 잘 이해를 못 했지만, 김환기 화백의 사진 속 얼굴을 보며 그분의 창작을 향한 집념과 미술에 대한 커다란 염원을 느꼈다. 예술가란 어떤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하고 기억에 저장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올해 다시 찾은 호암미술관에서 불교미술을 전시하는데, 이번 전시는 세계에 흩어져 있는 귀한 미술품을 개인이 소장한 것을 기증받아, 이재용 회장이 5번 관람했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현충일에 용인 호암미술관을 다녀왔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이었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에서 피지만, 주변의 어떤 나쁜 환경과 기운을 몰아내고 자신만의 고고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불교미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호암미술관에서 불교 색채를 담은 동아시아 불교미술에 담긴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이야기하는 것을 관람하면서, 시간을 뛰어넘어 예술의 혼을 현재에 가지고 와서 새롭게 조명해 보았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의 지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세월의 흐름에 여성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나래를 펴는 것이 미술이나 예술, 문학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아 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것을, 전시를 통해서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에는 불화와 불상 등 수 많은 석가모니의 모습을 담은 그림 앞에서 작품을 통해서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 가를 관찰했다. 현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지금, 동아시아 불화 속에서 여성은 양가 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지도 살폈다. 또한 가장 빈번하게 재현된 것은 여성 중에서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이다. 당시 여성은 떨쳐 버려야 할 욕망의 대상일 때 옷을 입을 권리조차 박탈당한 죄인일 때. 혹은 어머니로서 역할만 수행했다.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작품 속에 스며 있는 역사와 그 시대의 생활상도 함께 엿보게 되었다. 이렇듯 예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뗄 레야 뗄 수 없는 필요한 정신적인 유산이자 향기가 아닐까 한다.
호암미술관은 전체가 커다란 한국적인 정원에 통일신라시대의 조각작품과 설치 미술이
푸른 나무숲에서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발길 닿은 곳 어디에서나 느끼는 것은 삼성의 호암미술관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정성이 담겨 있어서, 이곳에 발길을 옮기는 시민들이 잠시나마 행복한 꿈을 안고 간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연을 그대로 옮겨 놓은 그래서 마치 산속 계곡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자연. 졸졸 물이 흐르는 옹달샘이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그곳에서의 하루, 어른들이 두 팔을 벌려 안아야 하는 나무들이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곳, 푸른 이끼가 인고의 세월을 안고 있는 호암미술관, 그곳의 하루가 평안을 주었다. 현대인들에게 녹색의 정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이 주는 무한한 선물에 감사한 날이었다.
문학과 미술은 서로 닮은 부분이 있다. 그것은 창작의 고통, 자신 작품을 이해하고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작가의 심적인 고통이 아닐까? 한다.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호신과 석가모니 탄생의 그림을 통해서 수행하는 자의 고뇌에 대한 시간을 가졌다. 무릇 예술이란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자신이 그리고자 하고자 하는 것을, 늘 머릿속에 담아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작업이다. 문학도 미술과 같은 자신 가슴에 있는 것을 성찰하고 그리면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 후대에 작가의 정신과 함께 남지 않을까. 문학은 음악과 미술 등 모든 예술을 글로 승화 시키는 고귀한 작업이다. 호암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글을 쓰는 문인으로 예술인으로, 미술을 통해서 한 걸음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보다는 내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행보는 계속되어야 한다.(200X13.5)
첫댓글
마지막 문장
'오늘보다는 내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행보는 계속되어야 한다.(200X13.5)'에서
'200X13.5'는 무슨 뜻인가요?
원고에 쓴 숫자는 글을 쓸때 표시하는 원고지 매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