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가곡
산유화를 들으며
산유화(山有花)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그 뜻을 물으면 얼른 답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 글쎄요, 뭐 꽃 이름 아닐까요?
우리 둘레에 있는 정겨운 꽃들이, 나라꽃 무궁화를 비롯하여, 울밑에 선 봉선화, 장독대 앞의 채송화, 담장을 기어오르는 능소화 등 꽃 화자(花)를 붙이고 있으니 그도 그럴 듯하다.
어떤 이는 진달래 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산수유의 다른 이름이라기도 하는데, 나름대로 자기 느낌에서 하는 말이니 내 옳다 그르다 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메나리의 한 가지”라고 외마디로 풀이했고, 한한(漢韓) 대사전에는 여기에 ‘백제의 서울 부여에서 옛날부터 전하는 노래로 조선 숙종 때 널리 유행한 민요“라는 사연이 덧붙여있다.
「메나리」란 “농부들이 일하며 부르는 노래의 한 가지”라 했는데, 산유화란 제목의 노래가 나오기만 하면 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 노래 가운데서 김소월님의 시에 김성태님이 곡을 붙인 가곡을 좋아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CCD9495B4ED6570E)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https://t1.daumcdn.net/cfile/cafe/9967774B5B4ED6AF1C)
넉 줄 네 연으로 모두 78자로 이루어진 짧은 시다.
그런데 그 가운데 “산”이 6번, “꽃”이 8번, “피다”는 말이 5번, “지다”는 말이 3번 나오는데, 이를 줄여 엮어보면 “산에는 꽃이 피고 진다” 아주 쉬운 뜻인데도 듣고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달뜨게 한다.
어린 시절 들꽃에 먼저 익숙해진 나는 산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피는 꽃에 대해 마음이 끌려, 산에 오를 때마다 이 노래를 중얼거렸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핀다”는 첫 연에서 활짝 핀 꽃에 뒤덮인 산을 연상했거니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다”는 둘째 연에서 금방 느낌이 바뀐다.
아! 여기 겨울이 빠졌구나. 소담한 눈꽃인들 어찌 꽃이 아니다 하랴.
셋째 연으로 접어들며 독수리나 부엉이처럼 사납고 큰 새가 아닌 꽃을 좋아하는 작은 새가 올라온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다 없어지기 마련이다 시던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어도 철지난 꽃이야 어찌 지지 않으랴 만, 작은 새는 어찌 되었을까?
어쩌면 화자 자신의 외따로 높기 만한 삶을 빗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농군들이 일을 하며 부르는 노래라고 보기에는 어딘지 심상찮은 이 산유화는 한자의 뜻대로라면 “산에 있는 꽃”이란 뜻 아니랴.
새삼스럽게 이 노래를 다시 들으며 “시는 논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첫댓글 요즈음은 컴퓨터가 바로 옆에 있어도
손 폰으로 간편하게 읽곤 합니다.
이 때 조금 불편한 것은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거죠.
보는 이, 즐겨 찾는이 없어도 철에
무관하게 산에는 꽃이 피고 지겠지요
산유화?
늙은 사람 삶을 꼭 닮았는 걸요. ㅎㅎ
그런 것 같습니다.
피어나서 시드는 게 어찌 꽃 뿐 이리까?
자주 찾던 수필방 떠나 이 산에
피어보니 더 썰렁해요.
저만치 피는 산유화인가 봅니다.ㅎㅎ
그래도 갈 봄 여름 없이
피고 피고 또 피던 꽃이었지요!
이년전 이사오기까지도 누렇게 변한 수십년된 김소월님의 시집이 있었는데 찾아봐야 겠네요
그냥 외워보던 시
아래 글에서 한 줄 한 줄 다시 읽어보게됩니다.
힘있는 우렁찬 목소리가 귓가를 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니 화들짝 정신이 듭니다.
엄정행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만 듣다 강열한 목소리에 매력이 더 하는군요.
참 귀중한 자료인 듯 싶습니다.
소월님의 이 시가 여러분에 의해 인용되면서 모두 표현들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저도 헌 책들을 버리고 후회한 일이 더러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월의 산유화,
1연 4행씩 전 4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는 시어의 선택과
어조(語調)및 심리적 거리와 조화를 이루어
산유화를 소월의 대표작으로 꼽히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합니다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원리를 격앙된 어조가 아닌
미적인 어조로 노래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피네와 지네 같은 종결어미에서
移入된 감정이 그렇게 과하지 않고
잘 조절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 연의 마지막 행인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에서는
작품의 엄밀한 이해를 위해서 꽃과의 거리를 설정하여
심리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더욱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소월님의 건전한 마음이 담겨진 표현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깊이도 고찰해 보셨습니다.
이 글을 먼저 읽고 제가 글을 썻더라면 그 방향이 달라졌을 듯 합니다.
늘 정성스런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가곡을 좋아해 부르구 싶어도 누가 좋아할려나했는데
선배님 앞에서는 불러도 되겠습니다
노래말도 아름답고 좋습니다
시원한 날 되세요
아! 그렇군요.
언젠가 무대에서 노래하시는 모습이 실린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무더위가 좀 지나면 개띠방 모임에 나가 그 목소리 한 번 들어볼 기회가 있길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과 좋은 음악에 선배님 덕에 쉬어갑니다
여름에 건강 하십시오.
혹시 외국 다녀 오시는 길이 있으시면 연락 하십시오
죽전이 5분내로 공항으로 가서 맛 있는 것 대접 할 게요.....^^
고마운 뜻 마음에 간직하겠습니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바삐 움직이시는 모습이 눈에 뵈는 듯 한데
한가로운 사람이 그 시간을 차마 빼앗을 수가 없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오랜만에 맑고 깨끗한 테너의
매력적인 연주의 산유화를 감상합니다.
더구나 근대시의 초고봉인 소월님의 시이니
더 할 나위 없는 행복한 시간입니다.
선생님 무더위에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바쁘신 중에도 찾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美를 탐구한다는 차원에서 그림과 시와 노래가 상통함이 있지 않을까 사료되옵니다만
실제 임께서 갖추신 시와 음악에 대한 깊으신 이해가 놀랍기만 합니다.
8월 초까지는 혹독한 무더위가 온다는데 건강 살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