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박진영 전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함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야심 차게 미국으로 떠났다. 아는 형 집에 얹혀살며 곡 작업을 했지만 1년 동안 단 한 곡도 팔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왔다. 하지만 20년 후 그는 전세계적 아이돌그룹을 배출한 회사의 CEO로 부호의 반열에 올라섰다. 연예계에선 따라올 사람이 없을 정도인 것은 물론 주식 가치만 따지면 SK 최태원 회장보다도 돈이 많다. 바로 전세계적 아이돌 그룹 BTS를 키워낸 작곡가 출신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다.
방시혁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의장./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방 의장의 주식 자산 가치가 32억달러(3조6700여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방 의장의 주식 자산은 지난해 10월 하이브 주식이 상장할 당시만 해도 15억달러(1조7200여억원) 수준이었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하이브 전체 주식의 34.7%인 1315만394주를 보유한 방 의장은 하이브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혜를 톡톡히 입은 주인공이자 이 호재를 만든 장본인이다. 하이브는 BTS의 글로벌 인기와 함께 전 세계적 팝 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SB프로젝트’ 등을 자회사로 둔 종합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며 성장 가능성을 높여왔다.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와 함께 한 박진영 전 JYP 대표, 블랙핑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양현석 전 YG 대표,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 회장./ 박진영 인스타그램, 양현석 인스타그램, SM
방 의장은 2011년 한 인터뷰에서 “SM, YG, JYP를 넘는 엔터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10년 만에 현실이 됐다. 방 의장은 재벌닷컴이 지난해 10월 종가를 기준으로 발표한 상장사 연예인 주식부호 순위에서 1순위를 차지했다.
그의 뒤로는 박진영 전 JYP 대표(2140억원), 2위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1430억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1400억원) 등이 있었다. 같은 시기 방 의장의 주식 자산 가치는 1조7200여억원 수준이었다. 세 개 엔터사를 대표하는 이들이 가진 주식 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았던 셈이다.
BTS 멤버들./ BTS 공식 인스타그램
하이브의 성장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BTS 멤버 7명은 하이브 주식 상장 후 회사로부터 1인당 92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받았다. 이 주식은 9개월여만에 100% 이상 상승했다. 지난 6월 29일 기준 BTS 멤버들의 주식 가치는 각 197억6300만원이다. 멤버 전원의 주식을 모두 합하면 1400억원 수준이다.
최태원 SK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인스타그램, 조선DB, LG
방 의장의 주식 자산 가치는 재벌들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6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정리한 올 상반기 주식 부호 순위에 따르면 방 의장은 3조8468억원의 주식 자산으로 전체 9위에 올랐다. 3조6668억원으로 10위를 기록한 최태원 SK 회장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 다음으로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7777억원), 구광모 LG 회장(2조7093억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2조5592억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조16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방 의장의 앞 순위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5조5511억원),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11조3231억원), 김범수 카카오 의장(9조6373억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7조7255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7조1733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6조814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4조4166억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조2399억원) 등이 있었다.
방시혁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의장, 하이브 사옥./ 유튜브 채널 'KBS 다큐',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방 의장은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매년 3월마다 발표하는 대한민국 공식 부자 순위에서 올해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미술품이나 비상장기업 주식 등 가치를 가늠하기 힘든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재산을 모두 합한 재산 가치로 순위를 매긴다. 주식 가치만 평가했을 때 방 의장보다 후순위였던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포브스 순위에선 각각 13위, 14위로 방 의장 보다 앞섰다.
방 의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1994년 유재하 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1990년대 후반 박진영에게 스카웃돼 JYP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미국 진출을 포기하고 돌아온 이듬해인 2005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를 설립했다. 대표곡으로는 GOD '하늘색 풍선', 박지윤 '난 사랑에 빠졌죠', 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 '내 귀에 캔디', BTS '불타오르네',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이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먼 친척으로 알려져 있다.
글 jobsN 고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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