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한 육수·김치 환상 조합 ‘비원손칼국수’
보쌈 정식·계절 메뉴 굴 보쌈 유명 ‘천하보쌈’
해물·아구 이용 찜·탕 유명 ‘마산해물아구찜’
가을과 겨울 간절기다. 일교차가 10℃ 가까이 나면서 건강에 유념해야 할 시기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일교차가 1℃ 증가할 때마다 총사망률이 0.5% 늘었다. 사망 주요 원인은 심혈관계, 호흡기계 질환이었다. 급격한 날씨, 온도 변화는 인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따라서 기존 심혈관 질환자나 고혈압, 당뇨 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자는 일교차가 심한 날 특히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새벽부터 줄 서야
창덕궁은 북악산 왼쪽 봉우리인 응봉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1405년(태종5) 경복궁의 이궁으로 동쪽에 지었다. 이웃한 창경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지만 하나의 궁역을 이루고 있어서 함께 동궐이라고 불렀다. 창경궁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도 조선시대에는 후원 권역이 같았기 때문이다.
1592년(선조25) 임진왜란으로 소실됐다가 광해군 때에 재건했다. 1867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중건되기 전까지 조선의 법궁(法宮) 역할을 했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했다. 경복궁은 좌우 대칭구조지만 창덕궁은 응봉 자락의 지형에 따라 건물을 배치해 비정형적 조형미가 뛰어나다.
더불어 후원은 권역마다 정자, 연못, 괴석이 어우러진 왕실 정원이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다. 평소에도 관람객이 많지만 가을에 많이 몰린다. 후원의 단풍이 절경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표를 구하기 위해 필자도 아침 일찍 줄을 서본 경험이 있는 터라 표 구하기의 치열함을 안다. 그래서 후원 단풍 구경은 큰 선물 같은 느낌이다.
성북지역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
▲ 비원손칼국수는 양지 육수에 삶아낸 칼국수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창덕궁 단풍 구경 후에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근처에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볼 만한 식당이 참 많기 때문이다. 이 무렵 창덕궁이 주는 절정의 색과 맛의 향연(饗宴)이다. 창덕궁과 원서공원 사이 창덕궁길로 오르다 보면 상견례 장소로 유명한 용수산이 나오고 맞은편에 ‘비원손칼국수’가 있다.
제법 규모 있는 한옥을 개조해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 1980년에 개업해 42년째 영업 중인 업력이 오래된 식당이다. 칼국수 육수는 사골 대신 양지를 우려냈다. 설렁탕 국물이 아닌 곰탕 국물에 가깝단 의미다. 육수가 밍밍한 채로 제공되기 때문에 부추김치를 곁들이면 합이 잘 맞는다. 물론 김치와 합은 말할 것도 없다. 애호박과 다진 고기 고명은 국수를 차분하고 고급지게 꾸며준다.
성북구 성북동, 명륜동, 혜화동 지역 칼국수 집과 견줘도 손색없는 곳이다. 외려 사장이 건물주라 음식값이 성북보다 저렴한 장점이 있다. 칼국수, 문어숙회, 생선전이 주력인 성북지역 칼국수 식당에 비해 모듬전, 굴전, 만두, 만두전골, 버섯전골 등 메뉴가 다양한 장점이 있는 식당이다. 그러나 후기를 보면 다소 불친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음식을 재촉할 거면 다른 식당으로 가라고 써 놓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개성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굴 계절 오면 보쌈 손님 몰려
▲ 천하보쌈은 찬바람이 불면 계절메뉴로 굴 보쌈을 시작한다.
‘비원손칼국수’ 맞은편에는 ‘천하보쌈’이 있다. 이곳은 칼럼에서 이미 소개한 곳이지만 본격적인 굴 제철이 돌아오는지라 한 번 더 찾아가 본다. 일단 이곳은 보쌈 정식이 대표 메뉴다. 큼지막하게 썰어 낸 부들부들한 돼지 수육에 김치, 쌈채, 다양한 반찬, 된장찌개의 맛 조합이 좋고 푸짐하다.
딱 지난해 이맘때도 ‘천하보쌈’ 이야기를 썼다. “시원한 간판을 이고 선 ‘천하보쌈’은 낮엔 보쌈 정식과 2인분 낙지불고기가 인기인 보쌈 전문점이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요즘엔 굴보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생굴만 따로 팔기도 하고 모둠보쌈을 주문하면 보쌈에 겨울엔 굴, 여름에는 삶은 낙지를 곁들여 준다.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밑반찬 맛도 정갈하다. 다만 100% 좌식이라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지금도 변함없는 좌식이지만 인기 또한 변함없다. 굴은 봄과 여름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가을과 겨울 계절 메뉴다. 인원이 적을 경우 굴보쌈 대신 보쌈 정식이나 보쌈 특정식에 생굴 단품 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보쌈특정식은 보쌈정식보다 김치와 수육 양을 많이 준다. 이들 메뉴에 생굴 단품을 얹으면 굴보쌈에 견주는 메뉴가 된다.
압도적 양과 맛…로봇 서빙 재미
▲ 마산해물아구찜은 양과 맛 모두 흡족한 곳이다.
‘천하보쌈’에서 여운형 집터에 들어서 있는 ‘안동손칼국수’와 ‘밀과보리’를 지나 홍현(紅峴)을 넘어서 재동초등학교 삼거리에 다다르면 건너편 모퉁이 건물 2층에 ‘마산해물아구찜’이 보인다.
해물찜, 아구찜, 아구탕, 아구탕지리, 해물탕, 해물탕지리 등 해물과 아구를 이용해 찜과 탕, 지리를 주력으로 하는 식당이다. 꽃게탕과 꽃게 범벅 같은 메뉴도 있다.
오래전 해물찜을 접해 본지라 이번엔 해물탕 대자를 주문했다. 계절에 맞게 굴전도 한 접시 부쳐달라고 했다. 테이블 위 터치패드로 주문을 하면 테이블 세팅용 기물과 기본 반찬을 로봇이 날라다 준다. 우스갯소리지만 기계적이고 딱딱한 이면에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참! 이참에 한 가지 알고 가자. 해물탕, 알탕 전문 식당에서 식당 주인이나 손님 모두 잘못 알고 있어서 많이 틀리는 표현이 있다. 바로 곤이와 이리다. 곤이는 암컷을 알집, 즉 알이다. 그런데 고니를 수컷의 정소인 이리로 착각하고 있다.
‘알과 곤이 추가‘란 표현은 틀렸다. 마치 ’역전앞‘이란 표현과 같이 동어 반복이다. ’알과 이리 추가‘라고 해야 한다. 아니면 ’고니와 이리 추가‘라고 하면 틀림이 없다. 워낙 오랫동안 틀리게 사용해서 굳어 버린 표현 중 하나인데 이제부터라도 고쳐나갔으면 한다.
▲ 유성호 맛 칼럼니스트 /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