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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실익과 무익을 함께 생각하게 하는 점은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주장을 제기하고 의견을 전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 세계의 인터넷화를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은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실현해 내는 존재로
거듭나 있지만 정작 우리는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는 점이 우리가 마주
하는 이 소설 '망내인'의 주된 배경의 밑그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조금은 인터넷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동생 샤오원의 죽음을 알게 된 샤오아이는 동생에 대해 너무도 몰랐던 터라
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의문에 대해 자신의 모든걸 걸고 밝혀내리라 다짐
하고 형사를 찾아 가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는 터에 담당형사는 의문에 싸인
죽음이라 형사들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건들을 전담하는 아녜라는 신출
귀몰하는 인물을 소개하는데 아이와 아녜의 만남은 이뤄지고 그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요구들을 받아내며 아이는 동생의 죽음과 연관된 땅콩 게시판과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등을 면밀히 조사하는 과정들을 심도있게 보여준다.
소설의 짜임새는 무척이나 견고하다. 씨줄 날줄의 줄들이 모여 하나의 옹이로
모아지듯 사건의 조건들이 하나 둘씩 모아지고 결과로 반영되는 모습, 그
안에서 보여지는 샤오원의 학교 친구들의 두 얼굴의 모습들, 인간의 모습이
익명성을 보장하는 인터넷 상에서는 어떻게 변화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지
등 다양한 씨줄 날줄의 얽힘과 옹이들이 결국 하나의 목표인 샤오원의 죽음을
야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샤오원의 언니 샤오아이와 아녜의 활약을 통해
살필 수 있다.
무척이나 잘 짜여진 구도이고 소설의 극중으로 빨아들이는 흡입력있는 작가의
논리력과 상상력의 매무새를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극한의 복수심에 불타지만 사회적, 문화적
학습에 기인한 용서를 택함에 길들여져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사회적, 문화적 의식에 반기를 든 복수의 칼날을 범인에게 들이대고자 하는
의식을 보여준다.
어쩌면 독자인 우리가 그 어떤 것들을 다 떠나서라도 복수라는 것을 가장 먼저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저자는 캐치하고 그러한 방법을 소설의 말미로 부려
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와 같은 가공의 인물들에 우리는 흠뻑 빠져 있다.
이 책의 아녜 역시 홍콩의 괴도 루팡과 같은 존재감을 갖는다고 보여진다.
괴도 루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면 아녜의 역할 역시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소화해 내는 역할을 갖고 있지만 그 역시 정의로움에 살짝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을 아이의 시각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 무척이나
다양한 인물의 연구와 인터넷 세상의 익명성에 대한 경고, 변화, 대책에 대한
의미를 함께 갖고 있는 책이라고 전해 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저자의 작품이라 그의 또다른 작품을 찾아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