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싱병의 날 Cushing’s Disease Day 쿠싱병은 뇌하수체 종양에 의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과다 분비되는 희귀 질환이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tatic.naver.net%2Fncc%2F%2Fimage_text%2Fnaf%2Fa01%2F49%2F25%2F20150403182549728.png)
쿠싱병은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으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졸’이 과다 분비되는 희귀 질환이다. 1932년 미국의 외과의사인 하비 쿠싱(Harvey Cushing) 박사가 최초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질환이 세상에 알려졌다.
쿠싱병은 일반인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4~5배 높으며,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5년 사망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다. 높은 사망률의 원인은 주로 심혈관계 합병증 및 다양한 대사질환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대부분의 증상이 평범한 비만 환자에서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골다공증 등 대사성 질환과 비슷한 탓에 쿠싱병의 진단이 늦어진다.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고 환자들은 이미 어려가지 합병증이 생긴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된다.
매년 4월 8일은 ‘쿠싱병의 날’(Cushing’s Disease Day)이다. 쿠싱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자는 의미로 ‘쿠싱병 인식의 날’(Cushing’s Disease Awareness Day)이라고도 표현한다. 2006년 미국 상원의원들은 만장일치로 4월 8일을 ‘국가 쿠싱병의 날(National Cushing’s Disease Day)로 지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날 제임스 아인호프 미 상원의원은 공식 서한을 통해 “모든 쿠싱병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쿠싱병의 날’ 제정 의의를 설명했다.
쿠싱병의 최초 발견자, 하비 쿠싱 박사.
이 날은 쿠싱병을 최초로 발견한 하비 쿠싱 박사(1869-1939)의 생일이기도 하다. 결의안은 쿠싱병의 날을 제정함과 동시에, “더 많은 사람들이 쿠싱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국민이 쿠싱병의 날을 기념하는 적절한 행사와 활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매년 4월 8일을 ‘쿠싱병의 날’로 정해 질환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날에는 세계적으로 쿠싱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각종 행사가 벌어진다. 대한신경내분비연구회(회장 김성운 교수)가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 신경내분비연구회는 쿠싱병, 말단 비대증 등 신경내분비계통 질환과 관련한 연구모임이다. 연구회는 2014년 4월 8일, 제1회 ‘쿠싱병의 날’을 선포하며 환자 등록 사업을 시작했다. 금년에는 국내 첫 ‘쿠싱병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표, 그 동안 치료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임상 현장의 전문가들에게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신경내분비연구회 김성운 회장은 “쿠싱병은 각종 내분비계 합병증을 유발해 환자가 언제 사망할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태로 만드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진단과 치료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쿠싱병의 날 캠페인이 환자와 국민, 그리고 의료진들이 쿠싱병에 대해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되고, 질병의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로 환자와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쿠싱병의 증상
쿠싱병 환자들에게는 체중 증가, 중심성 비만(팔다리는 가늘고 몸통 부위에 살이 찌는 상태), 월상안(moon face 얼굴이 달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고혈압, 내당기능장애, 다혈성 얼굴, 하복부 자색 선조(빨간 띠 형태), 다모증, 월경불순, 골다공증, 여드름 등도 주요 증상 및 합병증이다.
쿠싱병의 주요 증상.
하지만 쿠싱병은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에 속한다. 유병률이 극히 낮은 데다, 동반 증상들이 비만환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흔한 합병증(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기 때문이다. 환자 자신이나 주변은 물론 의사들조차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재까지 알려진 해외 유병률은 인구 100만명 당 2.4명 꼴이며,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신경내분비연구회가 환자 등록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 상에서 많은 쿠싱병 환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 공유하며, 좀 더 많은 쿠싱병 환자들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신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해외의 쿠싱병 환자들.
실제로 쿠싱병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기까지는 평균적으로 5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쿠싱병 환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코르티졸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상태에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 완전한 치료 후에도 발병 전 상태로 돌아가기가 더욱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쿠싱병의 주요 증상들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쿠싱병진단을 한 번 받아보는 것이 좋다.
쿠싱병의 진단 및 치료
쿠싱병의 진단을 위해서는 코르티졸 수치를 먼저 확인하여 쿠싱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선별검사법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억제 검사를 시행한다. 검사 전날 저녁에 강력한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덱사메타손 1㎎을 투여한 후, 다음 날 아침에 혈청 코르티졸 수치를 측정하는 DST 검사와 소변에 포함된 코르티졸 양을 측정하는 UFC 검사를 하게 된다.
이 검사 결과에서 쿠싱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쿠싱병 확진을 위한 고용량 DST 검사를 시행한다. 선별 검사보다 더 많은 8㎎의 덱사메타손을 투여하여 소변에서 배출하는 코르티졸 수치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쿠싱증후군이 확진 되면 원인 진단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뇌하수체선종(종양)이 원인인 경우 이를 쿠싱병으로 확진하고 원인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쿠싱병의 치료방법.
쿠싱병의 치료는 1차적으로 부신피질 자극호르몬(ACTH)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양의 크기가 1㎝ 미만인 미세선종의 경우 완치율이 80~90%가까이 이르고, 거대 선종의 완치율도 50% 정도이다. 완치 여부는 수술 이후 피와 소변에서 코르티졸 수치를 측정하여 판단한다. 그러나 수술을 통해서도 쿠싱병이 치유되지 않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의 경우, 뇌하수체에 남은 종양에서 분비되는 ACTH를 억제하는 치료가 근본적인 요법이며, 부신에서 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치료제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뇌하수체의 ACTH를 억제하는 치료제가 없어서 케토코나졸을 사용하였으나, 최근 간독성 문제로 인하여 약물이 퇴출되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에 시상하부에서 분비되어 뇌하수체의 ACTH를 억제하는 소마토스타틴 유도체로서, 쿠싱병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파시레오타이드(pasireotide)가 약물 치료제로는 유일하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졸’의 두 얼굴
쿠싱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의 원인은 부신(adrenal gland, 副腎)의 겉질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졸’이다. 코르티졸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코르티졸은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신체를 안정시키고, 대처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 뼈 등 매우 광범위한 부분에 영향을 준다.
<코르티졸의 생리적 작용>
- 대사작용 : 혈당 상승(간 내 포도당 생성 증가, 말초조직 내 인슐린 작용 억제), 아미노산·단백질 합성 억제, 근육·피부·뼈에서 단백질 분해, 지방산 이동 촉진
- 심혈관계 :강력한 혈관 수축 작용
- 스트레스 : 급성 스트레스 상황(외상, 출혈, 저혈당) 발생 시 코르티졸 증가
- 약리적 작용 : 항염증 작용, 항알러지작용, 면역억제작용
- 골대사관련 : 칼슘흡수 감소(비타민 D3작용 억제), 조골세포 생존 단축, 골량감소 유발
*출처=질병관리본부 희귀난치성질환센터
그러나 코르티졸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경우, 영향을 받는 신체 곳곳에서 이상이 생긴다. 코르티졸이 과다 분비되는 상황인 고코르티졸 혈증(hypercortisolism) 상태에서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 신체기관은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내분비계, 소화기, 피부, 체지방, 순환계 및 면역체계, 눈 등 거의 온 몸에 걸쳐 있다. 때문에 쿠싱병 환자들은 심혈관계 합병증(고혈압, 고지혈증) 및 각종 내분비대사 이상으로 인한 질환(골다공증, 당뇨병 등)을 겪게 된다.
코르티졸 과다분비가 신체에 주는 영향.
쿠싱병과 쿠싱증후군의 차이
뇌하수체 종양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원인에 의해 코르티졸이 과다하게 분비될 수 있는데, 이를 쿠싱증후군(Cushing’s Syndrome)이라고 한다. 쿠싱증후군은 스테로이드약을 장기 복용한 경우에도 나타나며, 이를 외인성(外因性) 쿠싱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내인성(內因性) 쿠싱증후군은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해 코르티졸의 생성을 자극하는 부신피질 자극호르몬(ACTH)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경우를 지칭하는데, 이것을 한정해 쿠싱병이라고 한다.
다음은 <쿠싱병 환자들을 위한 가이드>에 소개된 내용이다. 의사들이 전공의(레지던트) 과정에서 배우는 격언이 있다. “말발굽 소리를 듣거든, 그것이 얼룩말이 아니라 말이라고 짐작해야 한다(when you hear hoof beats, think horses not zebras)” 어떠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관련된 가장 흔한 질환을 의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출발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격언은 ‘흔한 질환만 생각한 나머지 희귀한 원인을 지나쳐 버리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함정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쿠싱병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 글
- 박효순 | 경향신문 기자
- 현직 경향신문 건강과학팀장, 정책사회부 의료전문기자(의료 및 제약, 바이오 전문) / 한국과학기자협회 ‘GSK의학기자상’, 서울시의사회 ‘사랑의 금십자상’,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올해의 기자상’,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사랑대상’ 등을 수상했다. [여의열전(女醫列傳, 한국 의료를 이끄는 46인의 여의학자들)]의 저자이며, 블로그 [최신의료 마하패스(http://blog.naver.com/mahapass)]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