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누리길의 신탄리역에서 내산리 삼보쉼터에 이르는 16.4km가 경기둘레길 12코스다.
서울둘레길을 시작으로 나의 둘레길 걷기는 시작 되었다. 이어 길동무의 강화나들길을 걸었다. 걷는 도중에 코로나로 인하여
중단되는줄 알았는데 그팀이 20개 코스를 완주한 것이고 나는 중간에 들어온 청강생격이었다. 나는 갈 길을 잃었다.
그러나 얻은 것도 있었다. 2개월 여 동행을 하며 먼저 서울둘레길을 걸었던 길동무의 강화나들길 팀으로부터 둘레길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습득하였다. 혼자 걷기를 시작했다. 이미 50대 초에 백두대간을 홀로 걷기 한 경험이 있어서 쉽게 출발을 했다.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을 걸었다. 강화나들길 남은 절반의 코스를 완주하고 북한산둘레길 한양도성길 경기 평화누리길 고양
누리길도 홀로 걸었다. 그때쯤 2~5 명도의 팀으로 양평물소리길 인천종주길 성남누비길 의주길 삼남길 경흥길 부천둘레길
구로길 광명누리길 시흥늠내길 등등을 걸었고 삶의 터전인 양천둘레길 강서둘레길은 출퇴근 시 생활화로 걷고 걸었다.
2022년 나는 우리네 나이로 칠순이 되었고 두 살 아래의 아내는 양띠 정월생으로 쉴 나이가 되어 후반기 삶이 시작되었다.
나와 아내는 내가 코로나 기간에 걸었던 패턴 그대로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은 걷기로 했다. 그간 고단한 삶의 여파로 두 무릎을
10여 년 전에 인공관절로 대체 수술한 아내의 건강이 걱정되었지만 쉬엄쉬엄 걷기로 했다. 혹자는 아내를 혹사시킨다고 했지만 아내도 즐거워했다. 아내와 첫 동행은 서울둘레길이었다. 1코스를 이틀에 걸쳐 걸었고 2코스도 3코스도 4코스도 이틀에 걸쳐
걸었고 5코스 부터는 하루에 걸었다. 도시락을 준비하여 아내와 둘이 걷는 둘레길은 기실 할 말이 별로 없이 뚜벅뚜벅 걷는
무재미의 길이었지만 마음은 나름 충만했다. 나로서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어때를 자주 읊어야 했다. 좋다고 했다.
47년 전 아내의 집 근처 나와 아내의 공통 지인 집의 손바닥만한 부엌마루에서 아내에게서 들은 첫 말도 좋아요 였다.
평일 강화나들길을 걸으며 주말에 경기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김포의 대명리에서 출발한 경기둘레길은 평화누리길과 시작점이 동일하기에 11코스까지 코스가 같거나 많은 구간이 겁치고 12코스부터 본격적인 경기둘레길의 시작이라 하겠다.
그간 주말마다 걸으면서 12코스 고대산 구간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에 접함이 없이 그저 힘든 코스로 인식되어 있었다.
12코스를 걷기 전에 트랭글에 의한 코스 보기로 지도를 확대하여 사전 검토를 했다. 과연 아내가 걸을 수 있는가에 걱정이
앞섰고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결론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와우!
무릇 둘레길은 이래야 하는 것이란 것을, 진정 둘레길다운 둘레길이란 것을, 12코스를 걷는 내내 환호작약을 하며 걸었다.
걷기 전, 경기둘레길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홈 화면 중간에 있는 국유림 방문이라는 커테고리를 클릭하여 방문 2일 전끼지 신고를 해야 한다.
신탄리역에서 고대산 자연휴양림까지 오르는 가파른 길이 고생의 끝이다하면 된다. 휴양림 주차장을 비켜 우측으로 고대산
안내도가 있고 치고 오르는 등산로와 우측으로 넓은 임도가 있다. 경기둘레길 12코스는 그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고대산
중턱을 깍아 개설한 임도가 경기둘레길이다. 몇몇 구간의 몇 10미터 정도의 시멘트 포장을 제외하면 거의 전 구간이 야생의 길 그대로다.
서울둘레길 어느 구간보다 북한산둘레길 어느 구간보다 강화나들길 20개 코스 어느 구간보다 편하게 걸었다. 나는 정말 계속
감탄하며 이게 진정한 둘레길이다 라며 때로는 소리도 질러가며 걸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겨드랑이 땀조차 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구간이 그늘로 인해 커브 구간의 골바람으로 인해 서늘함을 느꼈을 정도다.
고대산이 개방되던 해에 올랐던 기억있다. 임도를 개설하며 절개된 바위들은 세월에 의해 고색창연한 빛으로 임도의 흔적이 별로 없다. 그저 오래된 산길일 뿐이었다. 여타의 둘레길에도 임도를 걷지만 경기둘레길 12코스처럼 낡지는 않았다. 한양도성길을
걷다가 혜화문을 지나 낙산 지역으로 들어서며 우측의 거무퇴퇴한 600백년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성벽처럼 정이 가는 길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길은 넓고 평탄하다. 단지 다듬지 않아 자갈이 발길에 채이는 자연인의 산책로이다.
도중에 오소리가 길 한복판에 죽어 널브러저 있었다. 그만큼 완전 산중이었고 멀리 산등성이만 겁쳐 보이는 자연 속의 한가로운 경기들레길 12코스였다. 저 아래로 깊은 골짜기가 보여 깊은 산중임을 알겠고 걷는 내내 인가가 보이지도 않았다.
전체 구간 중 임도가 차지하는 구간이 80%는 되는 것 같았으니 대체 지금까지 이런 길이 있었던가? 진정 환상의 길이다.
내가 생각한 둘레길이 이런 길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마음에 꼭 들었고 앞으로의 경기둘레길에 어떤 희망도 가질수 있었다.
막판 지점,
트랭글의 인증이 끝나고 저 멀리 산 아래 인공의 산길이 보이고 사람이 사는 흔적이 어렴푸시 보일려 할 적에 왼쪽 콘크리트
벽에 적색의 청색의 경기둘레길 표식이 붙어있고 우측으로 흰 기가 펄럭이고(?) 있는데 우측 급경사면으로 사람이 지나간
흔적의 길이 있었다. 하산길이다. 지금까지가 경기둘레길이라면 이건 경기골탕길이다. 그냥 심한 비탈길이다. 욕의 길이다.
아니 욕을 할 여유도 정신도 없다. 어찌하면 미끄러지지 않을까을 생각하며 간당간당 내려가야 했다. 의지할 것도 마땅치 않다. 미끄러지면 최소 중상일터인데 대체 그많은 테크들은 왜 이곳에 없단 말인가? 정말이지 간판만 달고 날로 먹는다.
결론은
내산리 삼보 쉼터에서 역주행을 하면 정상 따라걷기보다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에 오늘 걸은 길. 경기둘레길 12코스와 비슷하게 광주까지 부산까지 이어저 있다면 나는 걷다가 죽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할만큼 삼삼한 둘레길을 보았고 걸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