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거장, 중산 이운룡 시비 제막
진안 마이산 탑사 경내 건립
시비에 ‘사랑의 반지름 1’ 새겨
29일 진안 마이산 탑사 경내에 중산 이운룡 시비를 세우고 내외빈 및 추진위원들이 제막을 하고 있다.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따스한 햇살처럼 맑고 환한 웃음이 선연하게 떠오르는 중산 이운룡 시인의 시비를 문학인들의 힘으로 전북 진안군 소재 마이산 탑사 경내에 세우고 지난 29일(금) 오후 3시 내외빈 및 문인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가졌다.
윤석정 명예시인(전북애향본부 총재)과 김남곤 시인을 비롯한 문인들과 제자 등 10여 명이 지난해 8월 28일 청담일식에서 첫 모임을 갖고 故 중산 이운룡 시인의 시비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중산 이운룡시비건립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해 윤석정 명예시인과 김남곤 시인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13차례에 걸쳐 시비 건립 장소를 비롯한 제반 사항을 추진한 끝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제막식은 국민의례와 이운룡 선생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추진위 경과보고, 윤석정 위원장의 대회사에 이어 진성 마이산탑사 주지스님의 환영사, 전춘성 진안군수, 이미옥 진안군의회 부의장, 구연배 진안문인협회장이 축사를 했다.
윤석정 공동추진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이운룡 시인은 고향 절친으로서 나를 문학의 세계로 인도해 줬다. 진안의 관광명소 마이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한 편의 시를 읽으며 중산 이운룡 선생을 기릴 수 있어 뿌듯하다. 중산이 문인으로서 남긴 업적을 기리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마이산 탑사 진성 주지스님은 환영사에서 “이곳에 중산 이운룡 시비가 건립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이곳에서 매년 ‘전국시낭송대회’를 했으면 좋겠다. 관광객들이 시낭송을 하게 된다면 진안군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드시 전국시낭송대회를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축사에서 “진안은 훌륭한 문인들이 많다. 이제는 지역정체성을 찾고 위인들을 모실 때가 됐다. 이미 시비가 세워진 구름재 박병순 시조시인의 기념관건립부터 추진하겠다. 중산 이운룡 시인을 기리는 일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시인의 뜻과 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옥 진안군의회 부의장은 “전북 문단의 큰 획을 그었다. 지역문학인들이 대한민국 문학을 이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문학관 건립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의회에서도 검토하겠다”고 축하했다.
구연배 진안문인협회장은 “중산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나셨어도 시비 건립을 통해 이곳에 영혼이 머물게 됐으니 자주 찾아와서 시비를 깨끗이 닦으며 선생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29일 중산 이운룡 시비 제막식을 끝내고 참석자들이 진안 마이산 탑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공동추진위원장 김남곤 시인은 인사말에서 “나와 절친이었던 중산은 우공(牛公)처럼 일하며 갈대처럼 사유하는 사람이다. 심장 깊이 감춰진 인정 많은 천성과 감수성을 지녔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중산의 시 한편을 읽으며 시의 향취에 젖어 정서 순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 의미와 가치는 매우 크다”고 했다.
장남 이장호 씨는 유가족 대표 인사말에서 “저희 아버님은 앞마당에 나오면 마이산 봉우리가 보이는 연장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셨고, 당시 어려운 시골 환경 속에서도 ‘문학은 나의 인생이고, 내 인생이 문학이다’를 신조로 문학을 천명으로 알고 시들지 않는 불꽃 같은 문학인의 한길을 걸어오셨다”며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평생 잊지 않겠다.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전북문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숙 집행위원장은 “이운룡 시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아서 시비에 새길 대표적인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위원회에서 수 차례 논의와 심사숙고를 통해 ‘작품성이 높으면서도 관광객들이 읽기 쉬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중적인 수준의 작품 ’사랑의 반지름 1‘을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중산 이운룡 시 '사랑의 반지름 1'이 새겨진 시비 @아시아뉴스전북=이두현 기자
“내 사랑의 반지름 긋고 그리움으로 팔을 뻗으면/ 그대 사랑의 반지름 만나/ 하나의 지름으로 사랑의 다리가 됩니다// 무한대로 반지름 긋고 무지갯빛 찬란한 원을 그리면/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사랑, 사랑의 우주를 이룹니다//지상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이나 목숨이 더 길고 짧은 것이나/ 기쁨과 슬픔이 부딪쳐 하니링 수 없음도/ 이 우주 속에 일렁이는 섭리이며 태초의 소용돌이 같은 것// 사람은 생성하는 힘이오라 그대와 나의 반지름 만나/ 지름다리로 잇는 영원인 것을 우주의 숭고한 숨결인 것을” - ’사랑의 반지름 1‘ 전문 -
시비 뒷면에는 약력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중산 이운룡 시인은 1937년 12월 27일 진안읍 원연장리에서 태어나 2022년 9월 24일 향년 84세로 이승을 떠났다. 부친 이종만 모친 전금례 어르신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진안초등학교 진안중학교 전주공업고등학교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남대를 거쳐 조선대학교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전주성심여자중고등학교, 전주기전여자중학교 교사와 중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69년 현대문학으로 시 등단과 1983년 월간문학에 문학평론으로 등단했으며 「사랑의 반지름」 「이 가슴 북이 되어」 「이운룡 시선집」 등 시집 20권에 1000여 편의 시와 「시창작 이론과 실제」 「직관 통찰의 시와 미」 를 비롯한 11권의 시론서 등 역저를 남겼다.
표현문학회 열린시문학회를 창립하고 전북문인협회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이사 전북문학관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향토문학상 서울신문향토문화대상 전북대상 모악문학상 백양촌문학상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작촌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열린시문학상과 아호를 딴 중산문학상을 제정하였다.
여기, 제자들과 문인,친지들이 정성을 모아 마이산 탑사 도량에 올곧은 넋이 깃든 돌비 하나 세워 놓으니 해와 달과 더불어 영원하소서.”
한국 문단의 위대한 시인이자 전북 문학계의 큰 어른이었던 중산 이운룡 시인은 역사적 혼란기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한국전쟁 때 고향집으로 피난 온 옛친구의 완산초등학교 교지를 읽고 감동을 받아 시와 인연을 맺게 됐고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시인의 꿈을 꿨다. 대학 1학년 때 ‘신영토’ 동인에 참여해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내 사랑의 반지름 긋고 그리움으로 팔을 뻗으면/ 그대 사랑의 반지름 만나/ 하나의 지름으로 사랑의 다리가 됩니다// 무한대로 반지름 긋고 무지갯빛 찬란한 원을 그리면/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사랑, 사랑의 우주를 이룹니다//지상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이나 목숨이 더 길고 짧은 것이나/ 기쁨과 슬픔이 부딪쳐 하나일 수 없음도/ 이 우주 속에 일렁이는 섭리이며 태초의 소용돌이 같은 것// 사람은 생성하는 힘이오라 그대와 나의 반지름 만나/ 지름다리로 잇는 영원인 것을 우주의 숭고한 숨결인 것을”
- ’사랑의 반지름 1‘ 전문 -
[출처] 한국 문단의 거장, 중산 이운룡 시비 제막|작성자 시인농부 이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