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강박증' 짓눌린 교실
정부는 대입 전형에서 토플 토익 등 공인영어성적이나 각종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 등을 보지 않도록 입시제도를 고쳤다. 과도하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이런 입시가 한국의 공교육을 통째로 망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내몰리고 있다. 달라진 것은 스펙의 내용이 학생부에 기재되는 교내 경시대회나 학교활동으로 대체됐다는 점뿐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는 영어 어휘ㆍ외국어 퀴즈대회, 팝송 부르기 대회, 토론대회, 논술대회, 한자성어ㆍ속담대회, 글로벌리더 선발대회, 시화전, 백일장, 경제 퀴즈대회, 나라사랑 실천대회, 시사퀴즈 등 약 30개의 경시대회를 치른다.
초·중생을 대상으로 특목고를 대비한 영어학원, 영재원이라는 이름의 과학경시대회 준비학원도 성행 중이다. 4~5명의 소그룹 강의로 과목당 주 3일 기준 한 달 70만~80만원이 기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해주는 입시 컨설턴트 학원의 경우 200만~300만원을 받는 등 부르는 게 값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쌓을 수 있는 스펙의 정도와 깊이가 달라져 교육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진다. 대리 참가로 20여개의 상을 받는 등 위조 스펙으로 아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킨 어머니와 교사가 최근 적발된 사례는 입시가 왜곡시킨 우리 교육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이재정, 초중고 ‘사계절방학’ 추진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와 상벌점제 폐지에 이어 '사계절 방학'을 추진한다. 사계절방학은 현행 학사일정을 준수하면서 기존 여름과 겨울로 나눠진 2번의 방학을 봄·여름·가을·겨울 등 4번의 계절별 방학으로 바꾸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14일 "이재정 교육감이 지난번 교육감 선거 공약 사항으로 '네 번의 짧은 방학을 실시하는 분산학기제 자율 운영'을 제시한 바 있다"며 "도교육청은 학력 신장이라는 발전적 측면에서 방학 분산학기제 자율 운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내놓은 ‘방학분산제 실시 적합성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는 학생의 78%가 방학분산제 도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단 한 명도 못 보낸 일반고 877개교
전국 일반고의 절반 이상이 서울대를 단 한 병도 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와 일반고 간 학력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교육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감에서 제시된 ‘전국 일반고 중 서울대 진학생 있는 학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1525개 일반고 가운데 877개교(57.5%)가 서울대 진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해 서울대 진학생이 있는 자사고는 전체 49개교 중 48개교, 외고는 31개교 중 30개교로 집계됐다.
소득 격차로 교육 양극화 현상 갈수록 심각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경제력 격차는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자녀가 자라 성인이 됐을 때는 소득 격차가 고스란히 대물림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도 공부만 잘하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교육이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많은 학생들은 “어차피 공부해도 안된다”는 패배감 속에 살고 있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분석한 ‘서울지역 일반고의 서울대 입학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서울지역 일반고 졸업생 523명 중 절반가량(47.9%ㆍ251명)이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출신이었다. 이와 같은 합격자 배출 순위는 분석을 시작한 2008학년도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서울 시내 한 고교 교사는 “구로구 소재 일반고의 전교 1등이 서울 중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립 특목고와 자사고의 학비는 일반고에 비해 평균 2~3배, 최대 8배까지 높다.
월 1000만원 입시 대리모 성업 중
별도의 학습지도 없이 학습 방향만 잡아주는 대입 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 1년이면 1,200만원으로 대학 1년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입시생을 자녀로 둔 김모씨는 “입시 전형을 간소화했다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여전히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유리한 전형을 찾고,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고교 입시를 겨냥한 고액 사교육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대입 매니저는 물론이고,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학부모가 남의 아이를 맡아 대입을 책임지는 ‘입시 대리모’, 과외교사에게 현지 생활비와 체재비를 주면서 자녀의 해외연수 보호자 역할을 맡기는 ‘유학 대리모’도 등장했다. 입시 대리모 비용은 월 1,000만원, 유학 대리모는 조기 유학비용(150~200만원)을 포함해 매달 최소 400만원이상 든다. 교육전문가들은 상위 계층의 사교육 방법이 중ㆍ하위 계층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사교육 시장을 확대재생산 하고, 한편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서울대 등 주요대 입학사정관 1명이 수백명 심사
서울대 전임 입학사정관1명이 700명 이상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라고 도입한 입학사정관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대교협은 입학사정관 1인당 심사이원을 300명으로 권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그 이상의 학생을 심사한 대학이 54.5%로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수시와 정시로 구분된 201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은 전체 모집정원의 65%를 차지한다. 입학사정관들이 9월에 원서를 접수해 12월까지 수천 명의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는 한계도 있다.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학사정관 1인당 400명 이상의 서류를 심사하는 대학이 20%에 이른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미국은 중·고교 시절부터 입학사정관이 꾸준히 학생을 관찰하는데 우리는 입시철에 서류에만 의지하는 한계가 있다”며 “입학사정관이 고교를 방문할 때 입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은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영어교육 연령대 낮아져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현재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을 둔 학부모 10명 중 8명은 만 3~5세 때 영어교육을 시작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교사 등 교육전문가 사이에서는 초등학교 취학 전 영어교육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현재 조기 교육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곳은 유치원, 어린이집이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특별활동이나 특성화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교육을 시작했다는 응답은 65.9%다. 이어 학습지나 개별 교육상품 20.8%, 영어학원 3.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육전문가인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 중에선 조기 영어교육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59.2%로 찬성(40.8%)을 압도했다.
작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오류-혼란 예고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항에 오류가 있어 소송을 낸 수험생들의 세계지리 등급을 취소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 패소했던 수험생들이 2심에서는 승소한 것이다. 당시 이 문제는 3점짜리 문항으로 비중이 높았던 만큼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오답 처리된 수험생 1만8000여 명 중 다수가 손해배상 소송 등을 잇따라 청구할 것으로 보여 혼란이 예상된다. 평가원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정부가 불이익을 당한 학생들에 대해 추가입학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자사고 15곳 지정취소 가능
내년에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자율형사립고 22곳 중 15곳에서 교육감 직권으로 지정취소될 수 있다는 입시, 회계부정 등이 발견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 4항에 따라 교육감은 자사고가 회계부정이나 입시부정, 교육과정 부당운영 등 지정 목적을 위반한 경우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용인외고에서는 입학비리 2건과 회계비리 10건이 적발됐다. 용인외고는 경징계 7건과 1억여원 회수 등 징계를 받았다. 서울 자사고 중 장훈고, 경문고, 대광고, 보인고, 세화여고 등에서도 회계비리가 발견됐다. 또 대구 경신고, 경일여고, 인천 하늘고와 광주 숭덕고, 대전 대성고, 울산 성신고, 대전 서대전여고, 전북 남성고, 울산 성신고 등도 각각 비리가 적발됐다.
부모 소득 높을수록 자녀 영어교육에 공들여
“영어교육, 취업 스펙과 글로버 경험 때문에 시키고 있다” 교육기업에서 수도권(서울)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자녀를 둔 학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에 대한 인식 및 교육방법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취업(44.3%)과 글로벌 경험 축적(31.3%)이 자녀 영어교육의 주된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응답자 중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인 학부모와 400만원~500만원 학부모는 각각 86.4%와 71.7%가 ‘자녀 교육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답했다.
학업중단도 양극화, 강남 ‘해외출국’ 비강남 ‘학교부정응’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고교별 학업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고교생의 학업중단 사유가 소재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강남지역 고교는 ‘해외출국’. 비강남지역은 ‘학교 부적응’이 주된 사유였다. 강남구의 경우 구 전체 학업중단자 512명 중 해외출국 사유에 해당하는 학생이 278명으로 34.3% 등으로 나타났다. 유의원은 “경제력과 교육환경의 격차가 학업주단의 형태에도 고스란히 이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서민층 주거지역의 일반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지원과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보호 복귀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서울형 혁신학교 2015년 100개교로 확대
혁신학교는 올해 68곳에서 내년 100곳으로 확대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6·4 선거 과정에서 4년 내 혁신학교를 200곳으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학교당 지원ㅇ산은 2011년~2014년에 이어 혁신학교로 재지정되는 학교는 5000만원, 신규지정은 700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학교는 획일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굥꽈정 운영이 가능한 학교형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2011년부터 시작한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학업능력 저하를 부른다’는 비판과 ‘미래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호평이 엇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