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올 때마다 법원에서 온 등기만 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가신 아버지의 채무 상속을 막기 위해
한정상속을 신청해 놓은 터라... 2018년 10월 26일 일기 참조
그 결과가 어떠한지를 조바심으로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드디어 어제 집에 도착한 법원 등기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자
청구인들이 피상속인 망 최**의 재산상속을 함에 있어
별지 상속재산목록을 첨부하여서 한 2018.10.15자 한정승인 신고는 이를 수리한다
말은 어렵지만 내 대(代)에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채를 없애겠다는 종결문이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도 잠시 다음 문장에서 더 깊은 한숨이 나왔다
상속 한정승인 자는 이 정본을 받은 날로부터 5일이내...
일간신문에 일반상속채권자와 유증 받은 자에 대하여 한정승인 사실과
그 채권 또는 수증을 신고할 것과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면 청산으로부터 제외됨
법적 전문 용어에 생소한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 결정문이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간 신문사에 공고를 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어디서 어떤 식으로 내야 할 것인지.. 또 돈은 얼마나 더 들어갈지...
이 문제로 밤새 고민하다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 6:34)
말씀으로 위로받고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해 왔는데
이런 문제로 고민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오늘 관할 법원 업무가 시작되는 정각 9시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와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담하는 통화를 했는데
상속받을 재산이 없으니
굳이 신문 공고까지는 안 하셔도 될 거 같은데요...
염려와는 달리 너무도 싱겁게
일이 이쯤에서 종결된다는 소식에
내 입술에서 나오는 것은 오직 감사와 영광뿐이었다
"우리가 너의 승리로 말미암아 개가를 부르며 우리 하나님의 이름으로 우리의 깃발을 세우리니
여호와께서 네 모든 기도를 이루어 주시기를 원하노라"(시 20:5)
최소 백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한정상속 법무사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며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가면서 쌓은 지식으로 준비한 서류
법률 지식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전문 법무사의 도움 없이 혼자 처리했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하던지 말이다
이날을 위해 그동안 마음 졸여가며 살아왔던 지난날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주님 안에서라면 어차피 해결될 문제였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믿지 못하고
벌어지지도 않을 일을 미리 염려하면서
주님 주신 소중한 하루를 근심과 불안으로 지냈던 것이다
매번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서도 당장 눈앞에 벌어지는
염려와 근심의 문제 앞에 주저앉는 나를 볼 때마다
믿음의 장성한 자가 되려면 나는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만 든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시 116:12~14)
이러한 기쁜 소식에
내 몸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급한 일만 끝내놓고 바로 전도용 복장으로 갈아입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저는 예수님을 알게 되면서 너무도 귀중한 것을 알았기에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세상을 평안함 가운데 살아가시라고 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에게 전도지를 나누어 주면서 외치는 메시지 중 하나인데
예수님을 알게 되면 평안함 가운데 인생을 살 수 있는데
어찌 자기 힘과 의지로만 이겨내려 하느냐는 외침은 정작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 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요 15:7)
그 누구보다 이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면서
정작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쓰지 못하고
세상의 영에 눌려 근심하고 불안해했던
지난날이 아까워 땅을 치고 애통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메시지가 더 간절하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오늘은 더 힘차게 자신 있게 지하철에서 복음을 전하는 가운데
"이방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더라"(행 13:48)
몸이 불편해 워커를 가지고 다니시던 한 할머니가 내 메시지를 듣더니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이거늘...
돈이 많아도 아무 소용 없고..
지금은 건강해도 아무 소용 없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이 타고 다니던 워커를 끌고 다니면서
당신 나름대로 정리한 복음을 열차를 돌아다니며 전하기 시작하셨다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다리 불편한 할머니가 갑자기 일어나 워커를 끌고 다니는 것도 걱정이 되고
또 내가 해야 할 칸을 당신이 앞질러 가면서 전도하니 왠지 빼앗긴 느낌도 들고 말이다
"주의 말씀이 그 지방에 두루 퍼지니라"(행 13:49)
하지만 이분의 행동은
내가 뿌린 복음의 씨앗 열매였기에
기쁨으로 나는 내가 할 칸을 그분께 내어드리고
나는 조용히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에서 전도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나의 작은 몸짓이
누군가에는 도전이 되고 삶의 희망이 된다는 것에
누가 뭐라 해도 이 사역을 멈출 수가 없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