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전문기자]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드러난 형제간 볼썽사나운 싸움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1차전을 끝냈다.
롯데그룹은 임시주총 이틀 후인 19일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에서 IPO(기업공개) 계획을 밝힌 호텔롯데 이외에도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과 롯데리아 등의 상장도 은근슬쩍 언론에 흘리고 있다.
그동안 ‘황제 경영’ ‘손가락 경영’으로 지탄받아온 만큼 비밀스러운 경영을 해온 롯데그룹이 상장을 서두르는 데에는 기업 이미지 개선 뿐만 아니라 수조원의 공모자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지난 11일 어정쩡한 대국민 사과 논쟁은 별도로 하더라도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 문제 등 정확한 자료 공개 없이 호텔롯데와 세븐일레븐, 롯데리아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06년의 롯데쇼핑 상장과 같이 ‘현금’도 챙기고 차제에 이미지도 개선해 보겠다는 속셈이라 할 수 있다.
롯데쇼핑의 2006년 2월 당시 공모가는 40만원이었으나 신 씨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 된 지금도 주가는 25만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쇼핑 공모주에 청약해 10년 가까이 주식을 보유한 장기 투자자는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의 약 38%를 손해보고 있는 셈이다.
당시 롯데쇼핑 공모에는 5조원이 넘는 청약 자금이 몰렸고 국내 모집가액 총액 6857억원이 롯데쇼핑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번에 호텔롯데와 세븐일레븐, 롯데리아의 상장 시에도 롯데쇼핑의 전철을 밟을 것이 명백시되고 있고 공모금액은 5조79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증시 주변의 자금과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호텔롯데, 세븐일레븐, 롯데리아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호텔롯데와 세븐일레븐, 롯데리아의 상장 시 공모자금으로 들어온 현금이 결국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손아귀에 놓인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공모한 돈은 일본국 동경도 신주쿠 니시신주쿠 3-20-1에 소재한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에서 운영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하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 회사법의 지배를 받는 일본기업이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에게 지배구조 개선 명분을 준 결과, 오히려 공모자금이 일본 롯데홀딩스로 넘어가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롯데그룹 계열사 상장 시 국내 증시에서 6조원 이상 빠져나가
호텔롯데, 세븐일레븐, 롯데리아의 롯데그룹 계열사가 상장하게 되면 적어도 5조7900억원의 돈이 롯데그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10조~20조원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에서는 1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고 증권가에서는 최대 20조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KB투자증권 강선아 연구원은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보수적인 관점에서 13조8000억원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 공모 사례를 보면 공모금액은 기업의 경영권이 거의 손상당하지 않는 수준인 30% 정도의 공모를 실시해오곤 했다. 롯데 계열사 3사의 IPO가 실시 된다면 이번 공모에서도 30% 정도의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의 공모자금은 기업가치 13조8000억원의 30% 수준인 4조14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븐일레븐은 동종업종인 편의점 업체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의 시가총액을 비교해 추정할 수 있다.
GS리테일은 19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4조6000억원 수준이며 BGF리테일은 4조4000억원 규모로 되어 있다.
세븐일레븐의 기업가치를 이들 업체의 평균치인 4조5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예상공개지분 30%를 곱해 공모금액 1조3500억원을 추정해 낼 수 있다.
롯데리아의 기업가치는 상장된 Peer Group(동류 그룹)이 없으나 대표 브랜드 ‘미스터 피자’로 널리 알려진 MPK와 비교할 수 있다.
MPK는 19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3200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자본금 80억원, 이익잉여금 144억원, 자본총계 403억원으로 되어 있다.
롯데리아의 경우 자본금 24억원, 이익잉여금 3277억원, 자본총계 5919억원으로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롯데리아의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예상공개지분 30%를 곱해 공모금액 3000억원 이상을 추정해 낼 수 있다.
그러나 보수적인 평가방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기업평가 방법을 도입할 경우 기업가치도 훨씬 높아지고 공모금액도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 할 수 있다.
호텔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91.7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의 광윤사도 5.45%를 소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일본주식회사L투자회사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롯데는 신씨 일가 개인명의의 주식을 단 한주도 갖지 못하고 있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결정 하나로 롯데그룹이 송두리째 언제라도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