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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논문 1 현대 과학기술과 생명의 위기에 대한 불교적 조망.pdf
-국문초록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전한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예전에
누릴 수 없었던 극도의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류를 위협하는 많은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이른바 과학
기술은 빛과 어둠의 양면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양면성을 갖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개발이다. 핵개발을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핵을 포기하고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할 것인지는 21세기 과
학기술에 있어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이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불교
적 관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는데, 불살생계와 연기론적인 생명관에
바탕하는 불교적 입장에서는 핵개발은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불교의 자비의 두 원칙인 현실적인 측면에서나 본질적인 측면 모두 핵
개발은 부정된다.
주제어: 불교, 원자핵, 자연,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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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전한 첨단 과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예전에 누릴
수 없었던 극도의 편리함과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시간과 공간의 속도전과 연결성이다. 그러나 그러한 첨단 기술로
인한 피해와 위협 또한 날로 증대하는 실정이다. 그 첫 번째가 인간성
상실이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아닌 인간과 기술의 만남을 통한 관계
가 중심이 되어 인간 소외 현상이 극심하다. 그 결과 인간의 물상화와
도구화가 일반화 되어 가는 추세이다. 인간의 생명은 자연성에 바탕하
는데, 그 자연성 대신에 인위성과 기계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불교의 연기설에 따르면 자연에서 온 것은 전부 자연으로 되돌아 가
고, 비자연적인 것은 비자연 그대로 남는다. 그런데 과학 기술로 인해
비자연적 제품이 날로 증대해 감으로써 자연으로 회귀하지 못하는 인위
적 제품이 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핵폐기물이다. 핵폐기물은 인류
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이지만 거의 소각이
불가능한 재앙덩어리이다. 21세기 과학이 만든 가장 흉악한 악마가 출
현한 것이다. 앞으로 인류는 자신이 만든 이러한 과학 기술의 소산물과
싸움을 해야만 하는 비극적 상황에 직면했다. 인류가 만든 바벨탑인 것
이다.
불교의 연기설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뿌린 대로 거
두는 이른바 인과응보의 필연적 법칙이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과학기술은 인간이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하는냐에 따라 인류의 보약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
학기술의 명암에 대해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그 올바른 사용처를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붓다
의 독화살의 비유에서도 드러나듯이 생노병사라는 독보다 더 무서운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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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독이 이미 이 지구상의 심장을 향해 번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하여 불교와 과학기술의 관계를 핵개발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핵은 인류의 과보로서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최대
의 난제이다. 대승적 차원에서의 현대불교란 개인적 깨달음을 넘어선
인류적 구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핵심 과제가 불교의 지혜
로서 과학기술의 소산으로 빚어진 원자핵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을 제시하는 것이다.
2. 불교와 과학기술
1) 불교의 연기법과 과학기술
불교의 연기설은 이 세계의 생성과 성장, 그리고 쇠퇴와 소멸의 전개
과정에 대한 이법(理法)이다. 이른바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원
리이다. 따라서 연기설의 관점에서 보자면 붓다 자신뿐만 아니라 신들
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이 법칙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1) 예컨대 “만일 이
것이 있으면 곧 저것이 있고, 만일 이것이 생하면 저것이 생한다. 만일
이것이 없으면 곧 저것이 없고, 만일 이것이 멸하면 곧 저것이 멸한다”2)
1) 佛典에 의하면, 연기의 이법[연기설]은 붓다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닌 法界에 상주하는 절대적인 원리이다. 즉 여래가
세상에 출현했건 출현하지 않았건 상관없이 항상 변함없이 작용하는 진실한 법
칙이다.[雜阿含經 권12(大正藏 2, p.85中 참조.) 緣起法者 非我所作 亦非餘人
作 然彼如來 出世及未出世 法界常住.] 따라서 불교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붓다
자신은 물론 그 어떠한 존재라도[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이 연기설을 벗어날 수
없다.
2) “imasmiṁ sati idaṁ hoti, imass' uppādā idaṁ uppajjati; imasmiṁ asati idaṁ
na hoti, imassa nirodhā idaṁ nirujjhati. E. Hardy(ed), Aguttara-Nikāya, Pt.
V(London: The Pali Text Society, 1900), p.184; Majjhima-Nikāya, V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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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나타나 있듯이, 일체의 현상은 모두 상대적 의존 관계로서 성립하며,
이러한 관계를 떠나 어떠한 존재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연기를 설하는 불교는 우주가 “모든 존재의 창조적인 상호 작용
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고, “모든 것이 한 가지 원인에서 생성
되었다고 믿지 않으며, 모든 것이 둘 이상의 원인에서 생겨났다고 주장
한다.”3) 이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서로 간의 의존적인
인연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게 연기설의 핵심 내용이다.
비구들이여, 연기(緣起)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생(生)에 의하여 노사
(老死)가 있다. 여래(如來, 붓다)가 세상에 출현하든 출현하지 않든 이
원리는 정해져 있다. 그리하여 진리로서 상주하고 진리로서 결정되니 곧
상의성(相依性)이다.4)
위의 인용문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떠한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
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그러한 의존적인(상의성) 인과관계는 붓
다(여래)조차도 어쩔 수 없는 절대적인 진리이다. 이처럼 불교의 연기설
은 세계의 전개원리로서의 법칙성과 그 법칙에 의해 조건지어진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이 두 개념에 의해 세계의 전체와
개체, 그리고 이 양자 사이의 관계가 설명된다. 즉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생겨난 것”5)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그렇게 생겨날
I(London: The Pali Text Society, 1888), pp.262~264.; 雜阿含經 권10(大正
藏 2, p.67上). “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3) Takakusu, Junjiro, The Essential of Buddhist Philosophy(Bombay: Asia
Publishing House, 1956), p.23.
4) “Katamo ca bhikkhave paƫicca-samuppādo. Jātipaccayā bhikkhave
jarāmaraṇam uppād vā Tathāgatānam anuppādā vā Tathāgatānaṁ.
ƫhitā va sā dhātu dhammaƫƫhitatā dhammaniyāmatā idappaccayatā.” M.
Leon Feer(ed), Saṁyutta-Nikāya, Pt. II(London: The Pali Text Society,
1888), p.25.; 雜阿含經 卷20(大正藏 2, p.84中). “云何緣生法. 謂無明行,
若佛出世, 若未出世, 此法常住, 法住法界.”
현대 과학기술과 생명의 위기에 대한 불교적 조망 7
수밖에 없는 원인을 갖고 있다.
과학기술의 출현과 개발 역시 그럴만한 충분한 원인이 있었기 때문이
며, 또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반드시 그 조건에 상응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마치 오곡의 종자를 심어 제각기 그 열매를
거두는 것”6)같이 자신이 뿌린 씨앗의 종류에 따라 그 결과물을 얻게 되
는 것이 연기법이다. 즉 모든 존재는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불러온다.
그러한 의미에서 “모든 중생은 업의 상속자”7)인 것이다. 그것은 ‘콩 심
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처럼 과학기술 역시 그 개발과 사
용에 따른 과보를 피할 수는 없다. 즉 인간이 어떠한 행위를 하든 그것
은 자유이지만, 반드시 그 행위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르듯이, 과학기술
의 사용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과학기술은 불교적 세계관과 상반
된 입장이다.
불교는 인간을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 파악하여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
지 않는 일원론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반해, 과학기술은 자연과 인
간을 분리시켜 자연을 인간의 탐구대상 내지 개발대상으로 보는 이원론
적인 세계관에 토대한다. 이러한 이원론적인 세계관에서의 자연은 인간
의 문화나 문명의 바깥에 존재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즉 이때 자연이
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존재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는 형이상학적 이
원론을 바탕으로 한 비인위적인 사물들의 속성으로 인간과 대립적인 존
재이다.8)
과학기술은 근본적으로 이원론과 환원주의에 바탕한다. 단적으로 말
해 인간과 자연을 다른 존재로 구분하는 이원론과 사물을 끝없이 분해
하여 고찰해야만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에
5) 彌沙塞部和醯五分律 卷16(大正藏 22, p.110中). “法從緣生.”
6) 增壹阿含經 卷51(大正藏 2, p.827下). “如似種五穀 各獲其果實.”
7) Majjhima-Nikayā, I, p.389.
8) 머레이 북친(문순홍 옮김), 사회 생태론의 철학(서울: 솔, 1997), pp.110-111 참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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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하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통일성을 주장하는 사람
들은, 생물학이나 심리학 같은 특정 과학의 이론적 실체는 물리학 같은
더 기본적인 특정 과학의 실체들로 정의할 수 있거나, 그 과학들의 법칙
을 더 기본적인 과학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9)
그러나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은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지 않으며, 개
체적 실체가 아닌 유기체적 동체(同體)로서 인식한다. 연기적 세계관에
따르면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함으로써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상호의존성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연기적 세계관
은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인간과 자연을 부정한다. 즉, 인간과 자연은 서
로 분리되어 자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연기적 존재이다.
불교와 과학기술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세계관의 차이로 인하여 그
지향점이 다르다. 그렇지만 불교가 과학기술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을 비롯한 인류의 모든 소산은 인류의 공업(共業)으로
주어진 것으로, 결국 인류가 짊어져야 할 업보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인류를 위해 자비롭게 개발하여 올바르게 사용하는 대승적 윤리가 필요
하다. 현대불교는 그 대승적 윤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제시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2) 과학기술의 남용과 인간의 도구화
현대사회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은 인류
의 생각과 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시작된 컴퓨터의 개발과 발전으로 과학기술은 혁명기에 접어 들었다.
일찍이 앨빈 토플러가 말한 이른바 제3의 물결인 정보화의 물결이 21세
기에 이른 오늘날 지구 전체를 휩쓸고 있다.10)
9) 고인석, 「과학 이론들간의 환원」, 과학철학 Vol.3, No.2, 2000, pp.22-23참조.
10) 이미향, 「정보 과잉시대의 기대와 우려 - 정보사회론과 위험사회론의 비교를
위하여」, 동서언론 제9집, 동서언론학회, 2005, p.218.
현대 과학기술과 생명의 위기에 대한 불교적 조망 9
과학기술은 인류의 절실한 문제인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
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나아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변화
시키고 삶의 양식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왔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
후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맞아 세계는 경제 제일주의를 지향하게 되었
으며, 여기에서 과학기술은 경제적 번영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과
학기술 제일의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눈에 보이는 효력을 통해 우리의
삶의 양식은 변화되며, 이제 과학기술이 어떤 종교적 믿음이나 초월적
가치보다 우위에 서는 과학기술지상시대 또는 과학기술만능시대를 구
가하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으로 하여금 과
학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끔 한다. 그 결과 인류가 개발한 과학기
술이 오히려 인류를 구속 지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11) 그 대표적
인 경우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가상세계인 사이버공간을 창출함으로
써, 21세기의 시공간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컴퓨터공학, 전자
공학, 인지공학, 나노공학 등의 기술과 결합된 사이버공간은 콤롬버스의
신세계 발견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21세기 과학기술이 창출한 상상을
초월하는 신세계이다.12)
11) J. 브로노프스키(P.E. 아리오티 엮음, 임경순 옮김), 과학과 인간의 미래(서울:
대원사, 1997), pp.316-318 참조.
12) 21세기 과학기술은 인터넷 혁명을 통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창
출하였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아날로그 통신방식을 디지털 통신방식
으로 전환시켜 경제ㆍ사회ㆍ문화ㆍ의료 등 모든 부문을 혁신적으로 바구었다.
산업혁명과는 달리 인터넷 혁명은 가상의 전자공간을 창출하고 시간ㆍ공간ㆍ거
리의 전통적 개념을 소멸시키고 상호작용적 기능(Interactive)을 실현시키는 것
이 특징이다. 그리고 인터넷 혁명의 특징은 음향ㆍ문자ㆍ영상 등 데이터를 디
지털 통신방식으로 전달하는 점이다. 인터넷 혁명은 국민경제와 개별경제에 대
해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터넷 혁명은 세계화(Globalization)에 괄목할만한
충격을 미치고 있다. 즉 인터넷 혁명은 인터넷 기반의 사이버 무역, 글로벌
B2B,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해 상품무역의 세계화를 촉진시켜 나가고
있다. 그것은 웹기반 EDI가 수출입업무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신용장ㆍ선화증권
10 윤
....<이하본문;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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