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牛
金炳淵
瘦骨稜稜滿禿毛(수골릉릉만독모) 바싹 여위어 뼈는 앙상하고 털마저 빠졌는데
傍隨老馬兩分槽(방수노마양분조) 늙은 말 따라서 마굿간을 같이 쓰네.
役車荒野前功遠(역거황야전공원) 거친 들판에서 짐수레 끌던 옛날 공은 멀어지고
牧竪靑山舊夢高(목수청산구몽고) 목동 따라 푸른 들에서 놀던 그 시절 꿈만 같아라.
健牛常疎閑臥圃(건우상소한와포) 힘차게 끌던 쟁기도 텃밭에 한가히 놓였는데
苦鞭長閱倦登皐(고편장열권등고) 채찍 맞으며 언덕길 오르던 그 시절 무척 괴로웠었지.
可憐明月深深夜(가련명월심심야) 가련해라 밝은 달밤은 깊어만 가는데
回憶平生滿積勞(회억평생만적노) 한평생 부질없이 쌓인 고생을 돌이켜보네...
김병연은 조선 후기 ‘김삿갓’ 혹은 ‘김립(金笠)으로 널리 알려진 방랑시인이다.
오월 첫날을 맞아 숨가쁜 늙은 소를 보며 늙어가는 인생을 노래한 김병연의 ‘늙은 소’ 시 한 수를 소개한다.
지금이야 기계화 영농으로 소를 부리지 않지만 과거엔 농사를 짓기 위해 소의 노동력이 절대로 필요했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을 연상하며 위 시를 감상하면 시가 더욱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봄철이면 늙은 소의 등이 굽고 숨이 차고 침을 흘리는 달이다.
늙은 소 한 마리가 들판 밭두둑 가 나무 밑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침을 질질 흘린 채 매어 있다.
하루 종일 산비탈 험한 밭을 갈았기 때문이다.
배는 고프고 힘은 빠져 서 있는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병든 몸에 굶주림과 뼈만 남은 마른 몸, 소박한 바램은 마른 짚이라도 깔려 있는 외양간에 잠시라도 쉬면서 여물이라도 실컷 먹었으면 좋으련만, 그럴수록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은 더 고된 노동뿐이다.
이제 조금 지나면 늙어 쓸모 없어진 소는 시장에 나가 팔리거나 도살장으로 가면서 자신의 운명에 고개를 숙이고 땅을 흥건히 적시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과 슬픔은 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늙은 소를 보며 세월이 앗아간 지난날의 혈기 넘쳤던 때를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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