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만 해도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등을 예약하려면 직접 업체에 전화해 원하는 날짜에 빈방이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업주는 한 명 한 명 고객을 응대하고 중복 예약을 막기 위해 스케줄러를 살펴야 했다.
이제는 숙박 상품을 유통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활성화하면서 소비자는 객실 조회부터 가격 비교, 예약,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다. 반면 숙박업주 입장에서는 운영이 복잡해졌다. 티몬, 위메프, 쿠팡, 야놀자,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에 숙박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면서 신경 쓸 게 많아진 탓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네이버에서 방을 예약하면 숙박업주는 다른 플랫폼에 일일이 들어가 방이 팔렸다고 표시해야 한다. 중복 예약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주가 여러 개의 판매사이트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러한 숙박업주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이 있다.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40만여 개에 달하는 국내 숙박 상품을 IT 기술로 유통하고 있다. 숙박업주를 위한 관리 시스템도 제공한다. 숙박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플랫폼 ‘온다’의 오현석(41)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온다’의 오현석 대표. /jobsN
◇개발자에서 1세대 스타트업 창업가로
한국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오 대표는 국내 SI 업체(System Integrator·시스템 통합 업체), 넥슨에서 개발자로 7년여간 일했다. 반복적인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중 IT 기술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경영대학원(MBA)에 가서 관련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2004년 사표를 내고 무작정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MBA 학비가 한국에서 들고 온 3000만원보다 훨씬 비싸다는 걸 알았어요. 일단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개발자로 일한 경험을 살려 한인을 위한 포털사이트 운영업체 ‘헤이코리안’에 들어갔어요. 파트타임 개발자로 시작해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아 3년만에 부사장직까지 올랐습니다.
미국 현지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레 한인 숙박에 관심 생겼습니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예약 사이트가 없었어요. 한인 민박을 검색하면 주로 싸이월드 홈페이지가 나왔어요. 예약하려면 직접 전화를 걸어서 해야 했죠. 미국 시차를 고려하면 한국에선 새벽에 전화해야 했습니다. 구체적인 방 정보나 사진을 확인하기도 어려웠죠. 또 입금도 은행에 직접 가서 해야 했어요. 큰 금액을 송금해야 하는데 불안감이 컸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통합 사이트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어요. 2008년 한인 게스트하우스 예약 중개 플랫폼 ‘한인텔’을 창업했습니다. 숙박 예약을 중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었어요. 한인 숙박업주는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은 간편하게 원하는 숙박 정보를 얻고 결제까지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창업 자금은 2000만원이었습니다.
‘한인텔’은 연매출 10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자리 잡았고,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프랑스, 일본, 호주 등에도 지점을 냈습니다. 이후 2015년 통합 여행 플랫폼을 기획하겠다는 스타트업 연합체 ‘옐로우모바일’의 비전에 공감해 매각했습니다.”
오현석 대표. /온다
◇객실 관리부터 판매, 매출 관리까지 IT 플랫폼으로 해결
그즈음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 확장하면서 객실 등록·예약·판매 등에 불편함을 겪는 숙박 업체가 생겨났다. 이에 숙박 업체를 위한 통합 예약관리 플랫폼을 기획했다. 객실 등록부터 판매, 매출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승산이 있을 거로 봤다. 그렇게 2016년 ‘온다’를 창업했다.
'온다'를 이용하는 대부도에 있는 한 펜션. /온다 홈페이지 캡처
포항에 있는 한 숙박업소. /온다 홈페이지 캡처
-사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업 초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습니다. 숙박업주를 일일이 만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설득해야 했죠. 당시만 해도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업주를 상대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준다거나 광고를 해준다면서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기꾼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고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죠. 부정 탄다면서 업주가 소금을 뿌리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방 곳곳을 다니면서 업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습니다. 펜션에 며칠씩 머무르면서 허드렛일을 하기도 했죠. 진정성을 가지고 서비스에 대해 소개했고,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확보한 업주분들이 지금 온다의 기반입니다.”
‘온다’는 숙박업소와 포털사이트·OTA(Online Travel Agency·온라인 여행사)·이커머스를 중개하는 B2B 플랫폼이다. 객실 등록부터 판매, 유통, 관리까지 숙박업주가 업소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한다. 현재 온다는 숙박업소 3만6000여개의 약 40만개 객실을 네이버, 야놀자, 아고다, 티몬, 여기어때, 에어비앤비 등 31개 온라인 플랫폼에 판매한다. 국내 숙박업체의 60~70%가 온다를 거쳐 유통하고 있다.
-사업 분야가 궁금합니다.
“사업 분야는 크게 객실 숙박상품 판매 중개(GDS·Global Distribution Service), 숙박 관리 시스템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 채널 매니저(CMS·Channel Management System) 3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숙박상품 판매 중개(GDS)는 숙박 업체의 상품을 야놀자, 여기어때 등과 같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자동으로 등록하고 중개하는 판매 대행 서비스입니다. 수많은 온라인 판매 채널을 연동해 실시간으로 객실을 판매할 수 있게 했어요. 각 판매 사이트별 재고와 가격도 업주가 온라인으로 쉽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숙박 관리 시스템(PMS)은 업주가 객실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해 객실 판매, 예약, 재무, 수익률 등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업주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모텔, 펜션, 풀빌라, 캠핑, 글램핑, 호텔, 리조트 등 규모나 형태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요.
세 번째 채널 매니저(CMS)는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등 해외 숙소 판매 사이트를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입니다. 해외 숙박 판매 사이트와 예약관리 시스템(PMS)을 연동해 숙소의 객실 재고, 가격, 예약 현황을 자동으로 동기화해요. 해외고객을 주로 유치하는 업주가 주로 이용하세요.”
'온다'는 크게 객실 숙박상품 판매 중개, 숙박 관리 시스템, 채널 매니저 3가지 사업 분야로 이뤄져있다. /온다
최근에는 숙박 위탁운영 브랜드 ‘쏘타컬랙션’을 론칭하면서 새로운 숙박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레지던스(생활형 숙박시설) 시장에도 진출했다.
“레지던스는 호텔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스텔 개념의 주거시설이에요. 객실 이용료가 호텔보다 저렴해 국내에 장기 투숙하는 외국인이나 지방 출장·발령받은 직장인 등이 주로 이용하죠. 생활형 숙박시설은 오피스텔처럼 방 단위로 나눠서 분양·거래가 가능해 최근 수익형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관련 법상 위탁운영사를 통해 숙박 상품을 유통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위탁운영사와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탁운영사가 생활형 숙박 시설에 투자한 수분양자(분양받는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판매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의 수익 배분 문제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분양자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수분양자가 판매 현황, 운영비 지출내용 등 운영 전반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어요. 기존 위탁운영사들이 높은 비용의 인건비를 적용하던 영역을 IT기술로 대체했습니다. 그래서 수분양자가 운영비를 아끼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현재 여수, 부산 등 600여 객실이 쏘타컬랙션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운영 객실을 2000여개로 늘릴 계획이에요.”
'온다' 오현석 대표. /온다
‘온다’의 2020년 거래액은 총 741억원이다. 매출은 51억원에 달한다. 2017년보다 창업 초기보다 약 5배 늘었다. 또 사업성을 인정받아 2019년에는 K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은 100억원에 달한다.
-창업 후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땐 언제인가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소형 숙박업주분들이 중복 예약이나 홍보 등의 걱정 없이 운영할 수 있어 좋다고 하실 때 가장 뿌듯합니다. 또 한 번에 다양한 판매 채널을 연결해주니 공실을 줄일 수 있다고 좋아하시기도 합니다. 복잡한 과정을 IT 솔루션으로 해결해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기쁩니다.”
-앞으로의 계획, 목표는요.
“2024년까지 전세계의 10만개 숙박업소가 ‘온다’ 플랫폼을 이용하게 하는 게 목표에요. 현재 국내에서 3만6000여개의 숙박업소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충분히 가능할 거로 봅니다.
그중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현재 업주에게 제공하는 숙박 관리 서비스뿐 아니라 비품 주문, 세무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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