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의 상족암 군립공원은 몇 번이나 여행지로 맘 먹었다가 철마다, 때마다 각광받는(?) 다른 여행지에 밀려 왔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어떤 각광받는 여행지 못지 않은 풍경이 그곳에 간직되어 있었다. 일명 한려수도의 쪽빛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풍경과 아름다운 해안 풍경은 겨울의 쓸쓸함속에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빼어난 풍경도 중요하지만 상족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1억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공룡 발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브라질, 캐나다 지역과 더 불어 세계3대 공룡유적지로 손꼽히는 곳으로, 1982년 1월~2월 경북대 양승영 교수와 부산대 김항묵 교수 등이 우리나라 화석분포를 연구하기 위해 전남 광양에서부터 해안선을 따라 조사하다 처음 발견하였다. 1억4천만년 전에서 6천5백만년 전까지의 백악기는 유공충(有孔蟲) 과 파충류, 양치식물 등이 크게 번성했던 시기였다. 공룡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상족암 부근은 호숫가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1억년 전의 발자국이 나타나는 지층은 약 150cm에 이른다고 한다. 이것은 퇴적물이 150cm나 쌓일 정도로 오랜 동안 이 지역에 공룡이 살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상족암의 층층 암벽과 공룡의 보행발자국 |
사천시를 지나 경상남도 청소년 수련원 팻말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니 수련원 앞에 아주 작은 해변이 있었다. 조금 실망하여 그곳 어묵 파는 아주머니에게 여기가 상족암이냐고 물었더니, 맞단다. 주차를 하고 해변으로 내려가보아도, 변산반도의 채석강을 연상케하는 층층이 암반과 그 앞에 펼쳐진 넓은 바위들만 눈에 들어올뿐, 사진으로 보았던 공룡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 가려다, 층층이 쌓인 암벽을 돌아 오시는 어느 아저씨께 공룡발자국이 어딧냐고 물으니, 암벽을 돌아 들어가 보라하신다. 상족암은 분명 특정 바위이름일텐데 그흔한 안내판 하나 없다. 애써 물어 보지 않는다면 허탕치고 돌아가야할 판이었다. 좀 전까지 물이 차 있었던지, 물기에 미끌거리는 바위위를 조심조심 지나간다.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는 갯바위들은 밀물 때마다 물에 잠기므로 물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고성군 홈페이지에 물 때시간표가 있다. 마치 시루떡을 쌓아 올린 듯한 모양의 신기한 암벽을 돌아 조금 들어가자, 놀랍게도 해식동굴이 여기저기 뚫여있고, 동굴을 빠져 나오자, 층층이 암벽으로 둘려쌓인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났다. 정말 놀랍게도 공룡이 방금 걸어 간 듯한 발자국이 여기 저기 찍혀있다. 1억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눈앞에 남아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신기한 정도를 넘어 감격스러웠다.
▲밥상다리를 닮아 붙여진 '상족암' |
▲ 해식(海蝕) 동굴안에서 본 풍경 |
층암단애(층층이 깍아지른 듯한 절벽) 절벽 아래에는 크고 작은 해식(海蝕) 동굴이 군데군데 기묘한 형태로 뚫려 있어 장관을 이루는데, 특히 밥상다리 모양이라하여 '상족'이라 이름 붙여진 상족암은 1억년 이상의 세월로 쌓인 만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한바퀴 돌아보니 밖과 동굴 안의 모습 모두 인상적이었다. 한시간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룡발자국을 따라 걸으며 공룡흉내도 내어보고, 층암절벽의 아름다운 동굴도 둘러보고, 푸른 쪽빛의 한려수도를 맘껏 감상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