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釣士의 ‘新思考! 大物낚시’-대상어를 제대로 알자①
大物은 靈物이 아니라
덩치 큰 젊은이’
사실, 최근 붕어낚시 형태는 참 다양합니다. 자신이 즐기는 스타일에 따라 민대를 주로 쓰면 대낚, 미끼에 따라 떡밥낚시 지렁이 새우낚시, 여기에다 요즘 유행하는 내림찌 낚시 등 각자의 채비나 미끼, 대상어, 낚시방법에 따라 관심 있는 분야도 천차만별이죠. 때문에 어떤 분야를 얘기할까 망설여졌습니다만 꾼이라면 초보나 베테랑 가릴 것 없이 관심이 지대한 ‘대물낚시’ 즉, 큰 붕어를 솎아 낚을 때의 낚시법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얘기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모두 월척 낚아보셨죠? 아마 40cm넘는 붕어를 여러 마리 낚으신 분도 계실 겁니다만 남부지방이 다른 지역보다 월척을 낚기 수월한 건 사실입니다. 중부지방은 이미 오래 전에 토종붕어자원이 고갈되어 몇몇 유명지(충주호, 원남지)에서나 낱마리 대물이 선뵐 뿐 준척 붕어 얼굴보기도 힘듭니다. 하긴 중부지방에도 유료낚시터나 양어장에 가면 30cm이 넘는 붕어류가 있긴 있습니다. 왜 짜장붕어나 잉붕어, 향붕어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짜 붕어류 4짜, 5짜를 낚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자연 저수지에서 올라오는 순수 토종이라야 ‘진짜 대물붕어’라 말할 수 있으므로 ‘대물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은 남부지역 밖에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물낚시’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기다림과 버팀. 새우나 참붕어 등 대물미끼, 어쩐지 선택받은 자만이 낚을 수 있는 영물(靈物) 뭐 이런 거겠죠. 전문적으로 대물붕어만을 노리는 꾼들이 많은 대구를 비롯한 경북지방에서는 특히 이런 ‘영물낚시법’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물낚시에 대해 정의 내려보라면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수 십 년 마르지 않은 못에서 대물이 은밀하게 돌아다니는 길목을 제대로 잡고, 담뱃불도 주의하는 정숙한 낚시로 언제가 다가 올 靈物을 기다리는 것’
과연 그럴까요. 이런 방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물을 노릴 때의 전문 낚시법이 아닙니다. 단지 그곳에 많은 규모 적은 소류지에서 유효한 낚시법일 뿐이죠. 주로 규모가 적은 소류지에서 대물낚시를 많이 하는 그들에게는 소류지 낚시법 자체가 대물낚시법으로 비춰진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규모가 큰 저수지에서는 그렇게 영악하다는 영물이 시끌사끌한 와중에, 뜬금없이 올라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만약 여러분 중 대물을 낚았을 때, 대물이 나올만한 자리를 미리 예견하고 앉아 정숙낚시를 한 결과 대물이 낚였다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다시 한번 당시의 상황을 잘 생각해보세요. 거기엔 미처 생각 못한 다른 현상들이 있을 겁니다. 그래도 ‘대물은 영물낚시에 올라온다’고 여긴다면 그 분은 대물꾼이 아니라 소류지 전문꾼일 겁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의 어느 부분을 만지는가에 따라 전체 해석이 180도 달라지듯, 현장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부분적인 현상을 전체로 해석할 때 착각이 생겨납니다.
무릇 대물꾼들이 강조하는 ‘정숙.주의 깊음.기다림’등은 ‘대물붕어=영물=노숙하고 영리하다’라는 단정 하에 만들어진 대물낚시법인 셈입니다. 이런 이론 자체가 틀린 거라면 거기서 파생된 대물낚시법 또한 당연히 달라져야겠죠. 제가 이 코너를 시작하며 실제 낚시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대물붕어 얘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물은 2~3 년 내 될 놈만 된다
맨 처음 월척을 낚은 곳이 어딘지 기억도 희미합니다만, 저도 그 붕어를 보는 순간 다른 잔챙이와는 어쩐지 다른, 영리하고 특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후, 저는 다른 꾼들이 하는 것처럼 대물을 낚으려고 나름대로 특별한 포인트에 앉아 주의 깊은 낚시를 하곤 했답니다. 월척도 꽤 많이 낚았죠. 어느 해는 4짜도 10여 마리나 올린 적도 있었답니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히 낚시를 잘해서 대물을 많이 낚은 건 결코 아닙니다. 일년 365일 중 300일 이상을 낚시만 다녔으니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낚을 수 밖예요.
헌데 제가 낚은 월척 대부분이 특별하고 주의 깊은 낚시를 할 때 올라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시답잖은 곳에 대충 앉아 우연히 낚은 4짜가 많았습니다. 어떤 곳(장흥 회진수로)에서는 수심이 불과 20cm도 안 되는 곳에서 4짜가 낚였으며, 벌건 대낮에 며칠 쓰다만 쉰 떡밥에 낚인 월척(보성 도촌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낚싯대를 접으려고 바로 발 밑에다 던져놓은 대에 한 조각 남은 지렁이를 물고 나온 4짜(신안 압해도 수로)를 보면서 저는 ‘아, 대물이라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에게 낚이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갖게되었습니다. 낚은 월척의 비늘을 자세히 들여다 본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붕어 비늘로 월척의 나이를 알고 또 나아가 월척의 생태를 얘기합니다만, 그때 당시엔 어류학자들조차 비늘로 연령사정을 제대로 못하는 이가 많았을 정도로 어류 특히 붕어 생태에 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죠.
비늘에는 정말 다양한 데이터가 숨어있습니다. 마치 동사무소에서 호적초본을 떼보면 웬만한 신상 파악이 되듯, 비늘을 보면 어민등록번호는 물론, 생년월일, 년도별 크기, 즐기는 먹이, 심지어는 잘 돌아다니는 시간대까지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대물낚시’란 실전적 테크닉을 논할 때 기본 근거로 재미없는 어류학을 들먹이는 것도 비늘에 수많은 대물낚시 테크닉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비늘에는 여러분이 알고 싶어하는 대물붕어의 비밀이 있고, 이는 곧 여러분이 낚고자하는 대물낚시법의 기초를 설립하게 만들어 줍니다.
비늘로 터득한 비밀의 결론부터 말한다면, 월척은 여러분이 흔히 생각하는 대로 10여 년 자라야 되는, 나이 먹은 어른 붕어가 아니라는 겁니다. 10여 년 넘게 제가 낚은 것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낚인 수많은 월척, 4짜 비늘을 조사해본 결과 10살 넘은 붕어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4~5년 생, 기껏 오래돼야 6~7년 생입니다. 혹시 비늘을 통한 나이 산출법이 틀리거나 오차가 심하지 않을까 염려 일랑 마세요. 비늘 사정법은 어류학자들도 인정하는 가장 정확한 어류의 나이를 산출하는 법이니까요.
가장 오래된 붕어가 몇 년 생이었는지 아십니까? 우습게도 그건 강화도 어느 저수지에서 나온 26cm 붕어였습니다. 월척도 아닌 이놈은 12년 생으로, 사람 나이로 치자면 100살이 넘은 할아버지 붕어인 셈이었죠. 하지만 나이에 비해 키가 작은 이 난쟁이 할아버지 붕어와는 달리 4짜가 넘는 붕어 대부분은 나이가 3~4살 밖에 먹지 않은 젊은이였습니다. 전국에서 채집된 덩치 큰 4짜?5짜 대물이 불과 3~4년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대물이 뜻밖의 시답잖은 장소에서 낚이는 이유도, 초보자에게 잘 잡히는 까닭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처럼 영물시하던 대물은 노숙한 노인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덩치만 빨리 큰, 속없는 젊은 붕어였습니다.
대물사냥은 확률게임
그런데도 월척 낚기는 왜 그리 힘들까요? 모든 붕어 새끼들이 불과 3~4년 만에 월척이 된다면 낚시터마다 수 없는 월척이 나와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물낚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이유는 바로 ‘확률’에 있습니다. 즉, 붕어가 아무리 오래 살아봐야 전부 월척으로 크는 확률이 매우 적다는 것이죠.
어떤 어류학자가 양식이 아닌 자연 상태에서 몇 마리 붕어가 월척이 되는가를 실험해본 데이터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어떤 저수지에 100마리 새끼붕어가 있다면 이중 월척으로 크는 놈은 불과 4마리 정도라는 겁니다. 이도 요행히 낚시꾼한테 걸리지 않거나 그물질 성화를 피해야 가능하지 지금처럼 뼘 치 붕어도 정신없이 잡아가는 풍토에서는 아마 100마리 중 1마리도 월척이 되지 못할 겁니다. 대부분의 붕어 즉, 100마리 중 50마리 이상은 22~23cm정도로 밖에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환경이 좋고 먹이가 풍부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14마리 정도만 27~28cm로 크는 붕어의 이런 ‘불규칙, 소형화’ 현상 때문에 지금까지 자연산 붕어의 양식도 힘들었던 겁니다. 사료를 먹여 1~2년 기껏 키워봐야 상품성(준척 이상)이 있는 놈들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럼 여러분이 학수고대하는 4짜 붕어는 100마리 중 몇 마리나 될까요?
정답은 ‘없다’입니다. 100마리는 물론, 천 마리 만 마리 중에도 4짜로 클 놈은 없습니다. 어류학자들이 그 확률을 1백만 분의 일 정도로 계산할 정도로 4짜붕어는 귀하다고 합니다. 꾼들이 대물붕어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이유가 ‘노인붕어’가 아니라 ‘거인 확률’이 적어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를 노리는 대물낚시법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나이 먹은 영물을 쫓는 것에서 확률 적은 젊은이를 찾는 낚시법으로 말입니다.
신사고 대물낚시법
하나. 2-3년 마르지 않은 곳=가능성 대물터
가장 먼저 바꿔야할 점은 낚시터 선정입니다. 꾼들이 ‘10년?20년 월척설’에 근거, 10년 내지 20년은 마르지 않아야 대물이 산다는 개념은 ‘2?3년만 마르지 않으면 대물터 된다’로 수정돼야 합니다. 클 붕어는 불과 2~3년 만에 월척, 4짜로 크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10여 년, 가뭄이 심했던 이곳 호남지방에서는 그런 경우를 흔히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가뭄에 바닥까지 바싹 마른 해남 연호지에 새물이 들어차고 불과 2년 만에 35cm붕어가 수두룩 낚이거나, 신안 암태도의 새로 판 둠벙에서 3년 만에 4짜가 올라오는 걸 보면 그 동안에 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대물낚시터에 대한 개념을 확 바꿔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마르지 않았다고 대물을 기대하진 마세요. 마르지 않은 만큼 ‘물 반 대물 반’인 대물터는 없으니까요.
‘여긴 작년에 다 말라서 고기 없어! 아,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니까!’ 낚시터에 막 도착해 대를 펴기도 전, 지나가던 주민의 친절한(?) 한마디에 맥이 탁 풀리는 경험을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나면 왠지 기대감이 없어지고 굵은 씨알은 한 마리도 없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낚시하고픈 의욕마저 상실하곤 합니다만 그 곳에도 분명 붕어는 남아 있습니다. 수년간 마른 적이 없다는 곳에 사는 붕어보다 훨씬 강인하고 큰 왕붕어가 말입니다.
어차피 물건다운 놈 한 마리를 노리는 대물낚시터로는 잔챙이 성화 없이 왕성한 먹성을 보이는 이런 곳이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흔한 고갈터나 신생터를 얕잡아 보지 마세요. 그곳이 뜻밖의 알짜배기 대물터로 변신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둘. 대물 잘 낚이는 곳=확률 높은 대물터
흔히 ‘대물은 낚인 곳에서 또 낚인다’고 합니다. 확실히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다만 그 이유가 ‘그런 곳은 대물로 빨리 커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는 유명한 4짜터 고흥 봉암지를 예로 들어 보죠. 이곳에선 6년 전, 2년 전 하루에 4짜리가 수백 마리 낚인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만 올라오는 씨알이 모두 37~45cm정도라 낚을 때마다 자로 4짜 여부를 확인해봐야 할 정도였죠. 당시 그곳에 소문을 듣고 달려온 타지방꾼 중에는 ‘봉암지 붕어는 유난히 빨리 크는 특별한 종(種)’으로 여기는 이가 많았습니다.
이 봉암지에서 ‘서식처 개체 밀도조사’를 했습니다. 서식처 개체 밀도조사란 특정한 지역 내에 사는 전체 붕어군을 표본 채집, 기간 대비 신장률(일년만에 얼마나 컸나)이나 신장백분율(개체수 중 몇 %가 월척인가)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봉암지 붕어는 월척으로 크는 확률이 다른 곳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봉암지 붕어는 같은 2~3년 기간 동안에 월척으로 크는 개체가 7~8%가 넘어 다른 곳의 평균치인 2~3 %에 비해 훨씬 높은 대물 확률을 갖고 있던 것이죠.
이런 현상이 곧바로 낚시와 연결되면 ‘대물은 낚인 곳에서 또 다시 낚인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실제로 호남지방의 유명한 대물터들에서 해마다 대물이 꼭 낚이는 현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런 곳의 대물확률이 높아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바닷물이 유입되던 곳, 또는 해안가에 있는 저수지 중 유기물질 함량이 높은 곳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는 정도만 확인될 뿐이죠.
대물확률이 다른 원인에 의해 높아진 곳은 내륙에 많습니다. 주로 외래 육식어종인 배스나 블루길이 많은 곳, 예컨대 충주호나 장성 함동지 등도 대물확률이 높지만 이는 대물로 크는 확률이 아니라 알이나 치어가 육식어류에게 잡아먹혀 남아있는 개체가 대형화되는 추세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대물을 낚을 수 있는 확률은 높지만 전반적인 입질 확률은 적어지는 ‘터는 세지만 낚이기만 하면 대물터’로 볼 수 있습니다.
셋. 수초 없는 곳=시기별 대물터
낚시 전문지나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 경북 소류지에서 유난히 대물이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수초가 무성한 곳, 또는 새우나 참붕어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 많아 이런 여건에 의해 대물로 빨리 성장, 대물확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꾼의 손이 타지 않아 낱마리 대물이 낚인 것뿐이죠. 소류지는 적은 규모만큼 대물 마릿수도 적습니다. 만약 이런 곳에 꾼들이 부단히 드나들었다면 대물이 올라올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마저 몇 마리 낚아내면 한동안은 대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대물 확률이 거의 없어진 셈이죠. 이에 비해 규모가 큰 저수지는 비록 수초가 많지 않더라도 개체수 자체가 많아 얼마간 낚아내더라도 꾸준한 조황을 보이는 곳이 많습니다. 이 두 곳 중 낚시실력이 좀 선 이가, 다소 늦게 찾아가도 대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물론 후자(後者) 입니다.
수초밭=대물터라구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아무리 수초가 무성하더라도 대물로 크는 확률이 적은 곳에선 월척급도 낚이지 않습니다. 단지 무성한 수초로 인해 쉬이 그물질을 하거나 불법어로행위를 하지 못해 어자원이 남아 낱마리 대물이 남을 확률은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뻘바닥이거나 더 이상 물을 뺄 수 없는 사수위(死水位)선이 넓게 형성된 계곡지에도 대물자원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은 전체 붕어가 빨리 크진 않지만 어느 특정 시기에 대물이 낚일 확률이 높은 ‘시기별 대물터’로 꼽을 수 있습니다.
대물터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떤 곳이 대물터인지 알아보도록 하죠. 대물터 즉, 대물이 있을 법한, 많을 것 같은 장소에는 나름의 유형이 있습니다. 꾼들이 흔히 꼽는 대물터는 주로 ①오래된 못 ②해마다 대물이 낚인 곳 ③손 타지 않은 곳 ④어자원이 고갈되지 않은 곳 ⑤평균 씨알이 매우 굵은 곳 등입니다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쓸만한 대물터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보입니다. 깊은 산 속을 헤매거나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를 뒤져야만 이런 요건을 충족시켜줄 대물터가 있을까.
하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3~4년 월척설’에 근거한 대물터는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합니다. 아무리 가뭄이 심하다할 지라도 최근 2~3년 간 마르지 않은 못은 허다하므로 이런 곳 중에 대물터를 찾으면 됩니다. 이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점이 낚시터의 ‘활성도’입니다. 다시 말해 그곳에서 얼마나 낚시가 잘 되는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무조건 오래된 곳이 대물터가 아니듯, 단순히 2~3년 안 말랐다고 전부 대물터는 아니니까요.
어떤 못이 오래되면 퇴적물이 쌓이고 수초가 발달함과 동시에 낚시 여건은 점점 나빠집니다. 우선 미끼가 잘 띄지 않아 수초가 사그라지는 겨울에나 입질이 간간이 오는 ‘한철 대물터’로 전락하기 쉽고, 붕어가 연안으로 잘 붙지도 않아 ‘보트 대물터’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저수지가 고갈돼 수초가 없어지거나 연안 준설작업 등을 하면 바닥이 깨끗해져 미끼가 눈에 잘 띄는 등 낚시 활성도는 좋아집니다.
최근, 월척이 곧잘 올라오는 장성 함동지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원래 수심이 얕은 함동지는 주로 초봄에 상류 수초밭에서 굵은 붕어가 올라오지만 물 속으로 들어가 수초구멍치기를 해야하는 등 초봄 낚시여건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특별히 대물터라 부를 정도로 대물붕어가 낚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낚아 올리기만 하면 거의 월척급이 많습니다. 이 중에는 4짜에 육박하는 대물도 있습니다.
이 곳이 본격적인 대물터가 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블루길과 준설작업 때문입니다. 지렁이를 넣자마자 구들구들 달려드는 불루길은 붕어의 알이나 치어를 잡아먹죠. 이에 따라 잔챙이는 줄어들고 덩치 큰 붕어들만 남아 함동지는 어쩔 수 없이 대물낚시터화 됐죠. 여기에 준설한 중?상류 일원엔 수초가 그리 많지 않아 스윙낚시에 4짜를 거뜬히 올려댈 수 있는 명실상부한 대물터로 바뀐 셈입니다.
호남에는 이렇게 낚시 여건이 좋아 대물터로 ‘딱’인 곳이 많습니다. 영암 서호지, 해남 개초지, 고흥 내봉지 등 규모가 커 자원이 고갈될 염려가 없고 낚시여건도 매우 좋은 전형적인 대물터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진정한 대물터로 변신시키는 몫은 저와 여러분 같은 꾼들에게 달렸습니다. 함동지에서 낮에 지렁이를 쓰면 블루길 때문에 대물터 커녕 ‘잡고기터’로 전락하듯, 떡밥이나 지렁이 등 일반 미끼에 잔챙이터로 보이는 곳이 참붕어 새우 콩을 쓰면 대물터로 변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대물낚시를 하고자 할 땐 마릿수에 연연하지 마세요. 낚이는 씨알이 좀 굵다고 그 미끼, 그 포인트에 안주한다면 그 보다 훨씬 큰 대물은 포기하는 셈입니다. 22~25cm급 붕어가 줄줄이 나오는 곳에서 월척, 4짜 마저 기대해선 안됩니다. 대물터에는 두 얼굴이 있습니다. 평상시엔 잔챙이만 올라오던 곳에서 어느 시기가 되면 대형붕어가 낚이고, 낮에 피라미만 설치던 곳에서 밤에 가슴 벅찬 왕붕어를 달려드는 곳도 있습니다. 만약 월척을, 대물을 원한다면 구경하기도 힘든 5짜가 모두 평소 터가 세고 평균 씨알이 잔 계곡지에서만 낚였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