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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4일 월요일
드디어 들살이 시작이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가 그리 좋진 않았던 것 같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할 때부터 난 난관이었다. 처음에 내 기차표는 용산에서 목포까지 KTX를 타고 가는 거였다. 그런데 다시 기차 조회를 하니 행신에서 목포로 갈 수 있는 기차가 있다는 걸 알았다. 재빠르게 취소를 하고 행신에서 출발하는 기차로 예매했다. 그리고 여유있게 행신역으로 도착! 모둠원이 나 빼고 전부 다 모여있는 상태였고 인사를 나눈 뒤 기차에서 각자 예매한 자리로 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부지런하게 목포역에 도착하고, 마트에서 장 보고, 점심 식사 시간을 가진 뒤 부랴부랴 북항선착장으로 향했다.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배 객실 밖에서 다 같이 쌍안경으로 주변 섬과 바다, 그리고 괭이갈매기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남은 1시간 동안은 피곤해서 남의 가방을 빌려 베개로 삼아 잤다.(…) 도착하고 모둠원이 깨워줬는데 배에서 잠들어서 그런가, 눈 뜨자마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아무튼 일어나야 하는 건 여전하니 어떻게든 일어나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비금도에 도착했다.
큰 배낭을 전부 선생님께 맡기고 모둠원은 다 같이 광대라는 저수지로 향했다. 처음에 갔을 땐 소금쟁이와 작은 물고기, 잠자리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좀 더 있으니 신기한 아이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다. 붉은발말똥게라는 처음 보는 게도 목격하고, 흔히 봤던 아이들의 신기한 행동들도 목격할 수 있어 어찌 보면 조금이나마(?) 성공적인 활동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전 준비가 더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뭘 볼 것인지 정확한 사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찾은 공간에서 볼 동물을 정확히 정하고 그런 게 없었다. 그래도 여기 신안까지 오는데 전부 무사히 들어와서 1일차는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2023년 9월 5일 화요일
오늘 2일차는 해변 쪽의 생물들을 보기 위해 이미해변과 하트해변에 다녀왔다. 이미해변으로 가는 도중 저수지도 발견해 계획에 없었지만 한번 들어가서 동물이 있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아쉽게도 물이 한번 찰랑거리는 건 봤는데 그 이후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해변에 도착! 도착한 뒤에는 각자 할 일을 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해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랑 따개비는 많이 목격했다. 그런데 정작 보기로 했던 야생동물은 보지 못해 거의 실패에 가까운 활동이었다. 대신 실제로 보지 못했던 말미잘을 봤다. 하지만 애가 틈에 있어 너무 어두워 형태가 뚜렷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이미해변에서의 활동이 끝난 뒤 열심히 걸어서 하트해변에 도착했다. 활동하기 전에 밥부터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다 같이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각자 활동을 이어서 진행했다. 거기선 달랑게라고 모래경단을 만드는 특이한 녀석을 발견했다. 그런데 발은 또 어찌나 빠르던지 사진 찍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애들은 자기들이 만든 구멍으로 샤샤샥 숨어들었다. 다행히 모둠원이 어찌저찌 사진을 찍은 덕분에 사진을 보면서 그릴 수 있었다. 어릴 땐 모래경단 많이도 목격했었는데 이게 달랑게가 만든다는 걸 알아서 한편으론 궁금했던 게 해결된 일이었다.
활동이 전부 다 끝나고 다 같이 어떻게 숙소로 돌아갈까 잠시 의논했다. 그리고 처음에 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으로 숙소에 향했다. 가던 도중 모둠원의 한 일원이 지름길을 찾았다고 제안했다. 다들 고민하다 지름길에 가기로 결정을 내렸고 선왕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한 3분의 1 정도 올라갔을 때인가, 선생님과 학생 한 명은 무리라고 해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숙소로 다시 향했다. 거의 다 도착했다고 생각할 때쯤 갈림길이 보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어느 갈림길로 갈지 회의(?)를 나누었다. 서산저수지와 서산사 둘 중 어느 방향으로 갈지 의견이 갈렸다. 사실 나 혼자만 서산사 방향으로 가자는 의견이었기에 당연히도 의견이 많은 서산저수지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었는데, 길이 점점 험해지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정리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의 모습으로 풀이 엉성하게 자라있었고, 바위랑 작은 돌들이 무수히 많아 지속적으로 미끄러질 뻔 했다. 어찌저찌 정상을 넘어서 오르는데 성공을 했으나, 슬프게도 내리막길이 올라간 길보다 더욱 험해서 결국 제대로 내려가지도(?) 못하고 원래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갔다. 내려갈 때는 긴장이 풀릴 수 있어 더욱 위험했던 순간이었다. 당시 나는 들살이 가기 전에 샀던 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여러 풀과 찰지게 부딪혀 덕분에 산지 며칠 되지 않은 바지가 망가지는 경험을 인생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다. 그런데 바지가 망가지고 자시고 그냥 무사히 돌아가서 다시 평지로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위험천만한 곳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무사히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행히 어떻게든 무사히 잘 내려간 덕분에 큰 부상자는 없었다. 당시에는 절벽에서 힘 빼고 뛰어내릴까 하는 생각을 반복해서 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 그러면 확실히 부정적인 감정이 중심에 잡힐 수 있는데, 내 머리가 미화 능력이 스피드한지 지금은 이번 일이 추억(?)으로 자리잡혀 마음이 편안하다. 또한 이번 일로 모둠원과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확실히 그 효과가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의 교훈은 절박한 마음 때문에 보장되지 않은 길로 나아가지 말자다.(-_-;;;)
2023년 9월 6일 수요일
오늘은 홍도라는 섬에 다녀왔다. 다른 섬에 가는 거라 배 타고 가는데 멀미를 안 할 줄 알고 멀미약을 안 마셨다. 항상 배 탈 때 마다 멀미를 한 적이 없어 이번에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배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멀미가 더욱 심했다. 막판에 결국 서서 타고 갔다.(흑)
배를 타고 홍도에 딱 도착한 뒤 멀미를 가라앉히고 동백숲으로 향했다. 처음엔 오르막길로 가면 된다는 얘기를 듣고 오르막길로 향했는데 전혀 길 같지 않은 길이 보이기 시작해서 어제의 추억(?)이 떠올랐다. 계속 올라가 보니 길이 아닌 것 같아서 한 명이 아래까지 다시 내려가 주민 분들께 길을 여쭈었다. 다행히 길이 아닌 길은 다시 갈 필요가 없어서 좀 더 쉬운 길로 향했다.
동백숲에 도착하고 다 같이 흩어져 활동 작업을 이어나갔다. 전엔 쉽게 보지 못했던 생물들을 전보다 빠르게 볼 수 있었다. 새는 보지 못했지만 새소리는 많이 들었고(볼 수도 있었음 좋았을 텐데), 민달팽이와 멸종위기종인 참달팽이를 목격해서 신기하면서도 좋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활동시간이 적어서 그게 매우 아쉬웠다.
활동을 끝내고 식당에 가서 백반을 먹었다. 하지만 배를 타서 그런가, 속이 그리 좋지 않아서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렇게 12,000원을 날리고 홍도천연보호구역으로 가는 산을 타면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모둠원 안에서 또 팀을 나누어 각자 조용히 기다리며 동물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새가 나타날 때 사진을 찍으려 하면 새들은 계속 도망치는 바람에 잘 찍지 못 했다. 나를 반기는 동물은 없었고, 대신 모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것마저도 활동 시간이 매우 짧아 아쉬운 마음이 느껴졌다.
아쉬움을 느끼며 몽돌해변에도 갔다왔다. 거기엔 모래보다 거대한 돌이 많았다. 모래가 신발에 안 들어가는 건 좋았으나 돌 중에 흔들리는 애들이 많아서 걷는데 조심스러웠다. 제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남기진 못 했지만 거기서 신기한 물고기를 봤다. 날치는 아닌데 바다 위로 뛰어다니는 웬 기다랗고 날렵한 물고기였다. 아직 어떤 아인지 찾아내지 못했지만 너무 신기해서 끝까지 바라본 기억이 있다.
활동을 전부 마친 뒤 멀미나는 배를 한번 더 타고 도초항으로 향했다. 도초항에 도착하고 예약해놨던 1004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께선 정말 친절하셨다. 돈을 원래는 8,000원 내야 하는데 5,000원으로 내려주시고, 우산 쪽에 내리는 걸로만 했었는데 숙소 앞까지 태워주셨다. 오늘은 전보다 많이 걷지 않은 덕에 너무 힘들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활동시간은 짧게 느껴져 매우 아쉬움이 컸다. 가을이나 겨울 쯤에 한번 더 홍도에 놀러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2023년 9월 7일 목요일
오늘은 모둠 들살이가 끝을 맺은 날이다. 북항선착장까진 모둠으로 활동하고 이후부턴 남원까지 이동하는데 각자 움직였다. 그런데 가산항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문제가 있었다. 원래 11시 25분 배를 타려고 했으나, 언제부터 시간이 바뀐 건지 배는 이미 놓쳤고, 다음 배는 2시 온다는 정보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전부 2시 배를 타기로 계획을 변동했다. 다 같이 그 자리에서 계획을 수정하고 교통편을 환불한 뒤 다시 예매했다. 일단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 가산항 근처에서 활동하기로 결정했다. 난 장소와 시간만 달라졌을 뿐, 활동은 전 계획과 동일했기에 활동에서의 걱정은 없었다. 오히려 주민 분께 여쭤보고, 덕산이라는 산을 알게 되고, 그걸 그려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재밌고 알차게 보냈어도 제대로 배 시간표를 알아보지 못해 생긴 일이라 이번 일을 계기로 뭐든 간에 더욱 신경 써서 찾아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다음번엔 확실히 정보 알아가기!)
활동 시간이 끝난 후 가산항 근처 식당에서 김밥을 점심 식사로 넘겼다. 그리고 좀 남은 시간엔 다 그리지 못했던 작업을 이어서 진행하고 배에 올랐다. 배에선 들살이 결과물에 대해 다 같이 논의를 했고, 다 마친 뒤에도 작업 활동을 이어서 진행했다.
배에서 내릴 시간이 되어 내린 다음 정류장을 찾아다녔다. 11분 뒤에 온다고 해서 더욱 속도를 내 찾아다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찾던 정류장이 계속 주변에 있다고는 하는데 안 보여 이상함을 느끼고 지도 보며 그 주변을 뱅뱅 돌았다. 결국 타려고 했던 기차 시간은 다가와 반환하고 다음 빠른 기차를 예매했다. 그리고 어찌저찌 정류장 버스 노선도를 보고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 정류장 이름이 바뀌었는데 지도 앱에서 그걸 바꾸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기차 안에서도 약간의 문제는 있었다. 사실 문제라고 하긴 애매한데, 내 기차 시간표에선 분명히 광주에 5시 반이면 도착하는 걸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5시 반 거의 다 갔음에도 광주엔 도착하지 않고 나주역에 거의 다 도착했다고 정보가 나오니까 멘탈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기차 노선도를 찾아봤고, 다행히 그냥 기차가 좀 늦게 목적지로 데려다 준 거일 뿐, 아무 문제는 없었다.
안심한 상태에서 광주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가는 길 도중에 민애와 선배들을 마주치고, 타고 갈 시외버스 내 뒷자석에서 선생님을 마주쳤다. 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좌석 간의 거리가 멀어도 같이 타고 간다는 생각에 살짝 안심이 되었다. 내가 그래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시외버스를 타고 목적지 남원에 도착했다. 각자 시간표대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나는 그 당시 시외버스에서 멀미한 것 때문에 속이 좋지 않아 저녁은 패스했다.(그래서 숙소에 일찍 도착)
숙소에 도착하기 전, 하루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배 시간으로 인해 하루 시간이 통째로 바뀌고, 버스 정류장이 이름 바뀐 것도 모르고 지도에 써있는 이름에만 의존하며 주변을 헤매고, 기차에서 광주 도착 시간 늦었다고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올 법한 일들이 많았다. 그래도 무사히 잘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원래도 확실히 알 수 있도록 확인하지만, 불안함과 불확실함에 휩싸이지 않도록 더욱 더 확인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엇이든 확인 또 확인…!)
2023년 9월 8일 금요일
오늘은 숙소에서 마지막으로 나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 갔다왔다. 네이버 지도에선 분명히 20분이라고 나와서 넉넉히 30분 잡았는데, 걷다보니 40분이나 되어 있었다. 중간에 길을 헤매서 더 오래 걸린 게 문제였다. 또한 나의 움직임을 봤을 때도 더위로 인하여 빨리 뛸 수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일로 내 몸에 맞게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서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_-;;;)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선 그 미술관 건물을 그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따라 유독 비염이 심해서 눈물, 콧물을 다 짜냈다는 거였다. 이게 그 자리에서 닦고 끝내는 문제라면 상관없다만, 화장실에 가서 세수는 해야지 깨끗해질 정도로 비염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문제였다. 민폐라고 여겨질 정도로 여러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하필 그땐 알러지약이 없어서 (주변에 편의점도 없었다.) 참으면서 진행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행하니까 또 문제가 뭐였냐면 그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눈물로 인하여 시야가 좁아져 그림을 그리는데 망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만큼 어떻게든 노력해서 스케치는 완성이 되었다. 원래도 그림 그리는데 성취감은 느꼈지만, 이번 들살이에선 밖에 나와 몇 시간 동안 머물면서 아날로그로 작업하는 거다 보니 더욱 힘든 것도 있었지만, 또 그렇게 얻는 성취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금암가족생태공원에 가 이어서 그림 작업을 진행했다. 원래 목적은 그곳에 가서 종을 그리려 했으나, 그걸 하기 전에 먼저 다 끝내지 못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미술관에서 작업한 걸 이어서 진행했다.
그리고 중간에 잠시 숙소에 들렀는데, 사실 아침에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열쇠를 우편함에다 두는 게 약속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걸 기억하지 못하고 들고나온 바람에 몸살 기운으로 먼저 귀가하려는 민애의 얘기를 듣고 후다닥 뛰어서 숙소로 갔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열쇠 약속을 잊어버려 생긴 일이었기에 잘 기억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느꼈다.(-_-;;;)
숙소에 들르면서 알러지약을 챙기고 다시 금암가족생태공원으로 갔다. 가서 나머지 작업을 진행하고, 결국엔 오늘 하루 목표였던 작품 두 점은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한 보람은 있었기 때문에 그게 아쉬움을 좀 가라앉혀 주었다.
2023년 9월 9일 토요일
오늘은 개인 들살이 마지막 날이다. 처음으로 갈 곳은 체계산출렁다리였는데 오겠다던 버스가 예정 시간까지 안 와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원래는 왕복으로 버스 타고 가려고 했으나, 버스가 예정 시간에도 안 오는 걸 보면 돌아올 때도 택시를 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는 길에 택시 기사님께 목적지에도 버스 오냐고 여쭤봤는데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하셨다. 결국 올 때도 택시를 타야 하나 싶은 걱정이 들었을 때 전화 주면 다시 오시겠다는 답변이 왔다. 그리고 추가로 나에게 물 잘 챙겨 마셔야 한다, 자신은 고소공포증이 있어 코스가 어려웠다 하시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눠 주셨다.
어찌 잘 도착해서 체계산 출렁다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코스는 여러 코스가 있는데 그 중 1코스로 결정해서 이동했다. 올라가는 건 다행히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계단도 있었고, 나무가 많아 그늘도 많이 있었다. 새소리와 벌레소리, 바람소리가 잘 들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출렁다리에 도착했을 때 많이 흔들릴까 궁금했었는데 그리 막 흔들리지 않고 고정되어 있어서 고소공포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출렁다리를 건너고 그늘이 진 벤치에 앉아 그림 작업을 진행했다. 중간 중간에 사람들이 지나가며 내가 그림 그리는 걸 계속 쳐다보고 어떤 분은 내 그림을 보더니 잘 그린다며 칭찬을 해주셨다. 또 어떤 분은 보시더니 갑자기 혀를 차셨다.(;;;) 그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던 중 옆에 초면인 아저씨들이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얼마 안 가 한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 주셨다. 그러고는 요구르트를 건네주셨는데 당시엔 거절을 할 수가 없어 받았고, 일단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자기들끼리 먹으니까 좀 그랬다며 웃으셨다. 그래서 덩달아 하핳 웃으며 조심히 가방에 넣어놨다.(죄송하지만 나중엔 그냥 버렸다.) 그리고 난 부담스런 마음에 잠시동안만 장소를 옮겼고 거기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또 그 아저씨들을 만나게 되었고 나중엔 양갱을 하나 건네주셨다. 그러면서 말을 걸어주시다가 갑자기 한 아저씨는 다른 아저씨께 “얘 그림 학점으로 따지면 몇 점이야?”라는 질문을 장난 삼아? 말씀하셨다. 돌아온 답변은 B+였다.(…) 다행히 얼마 안 가 자리를 떠나셨고, 확인한 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작업을 이어나갔다.
식사 시간이 다가왔고 출렁다리 입구 근처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하면서 식당 사장님께 여기로 오는 버스가 있냐고 여쭤봤다. 사장님께선 없을 거라고 말씀하셨고, 추가로 택시만 왔다갔다 하는 걸 봤다고 말씀해주셨다. 혹시 몰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출렁다리 앞에서 일하고 계신 직원 분들께도 여쭤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고, 결국 출렁다리로 갈 때 태워다 주셨던 기사님을 만나 또 택시를 타고 갔다. 그리고 도보로 계속 걷다보니 광한루원에 도착해 있었고 다시 이어서 그림 작업을 진행했다. 5시간 넘게 작업을 하는데 쉬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앉아서 계속 작업하다 보니까 골반이 쑤시고, 책상이 없어 등을 구부려서 하니까 등도 저렸다.
다행히 어떻게든 참고 견뎌서 작업 시간을 다 채웠고, 광한루원 근처 식당에서 저녁 식사까지 마친 후 숙소로 귀가했다.
2023년 9월 10일
오늘은 남원에서 대전으로 전체 들살이 일정을 위해 지역을 옮겼다. 원래는 새벽 6시에 다 같이 기상하기로 약속했는데, 나는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싶어 5시 50분에 일어나 퇴실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6시가 되어 모두의 알람이 울렸고 조심히 했던 준비를 더욱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 진행했다.
아침 식사, 씻고 옷 갈아입기, 가방 정리 등 전부 다 마무리 짓고 같이 나가 제일 먼저 남원역에 도착했다. 거의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거다 보니 남는 시간 동안 기다리면서 전날에 작성을 완료하지 못 한 일지를 작성했다. 9시 13분에 딱 기차가 와서 타고 서대전역에 도착할 때까지 피곤해서 잠을 잤다. 참 신기했던 건 숙소에서 자는 것보다 더욱 편하게 잠을 잤다는 거였다.
그렇게 서대전역에 도착하고 나는 타고 갈 버스를 땡볕에서 기다렸다. 하필 더위도 잘 먹는 신체라 중간 중간 마다 그늘에 가서 쉬고 다시 짐을 지키는 방식으로 늘어지며 기다렸다. 그리고 타고 갈 버스가 와서 무사히 잘 탄 뒤에 몇천 보가 넘는 숙소길을 많은 무게가 나가는 짐을 들며 걸어올라갔다. 전부 다 오르막길이라 꼭 올라가고야 말겠다라는 오기로 쉬익 쉬익 거리며 왔다 갔다 했다.(왔다 갔다를 2번이나 반복했다.ㅋㅋㅋ) 간신히? 올라가서 숙소 안에 짐을 내린 뒤 쉬고 있었다. 얼마 안 가 다른 모둠과 만나게 되었고, 친구들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뭔가 오래 못 본 가족을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다. 전부 합세해 그동안 잘 지냈냐며 강냉이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모두가 오랜만에 만나 다 같이 게임도 진행을 했는데 처음엔 박쥐(까막잡기), 두 번째엔 아이엠그라운드, 세 번째엔 마피아, 마지막엔 눈치게임을 했다. 처음에 박쥐를 진행했을 땐 술래가 한 명이었다. 그런데 다들 좀 재밌게 해보겠다고 막판엔 좀비사태 마냥 술래가 잡은 사람도 술래가 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막판에는 원재 오빠와 나 둘이서 생존한 상태였는데, 당시에 나는 좀 진지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자꾸만 원재 오빠가 술래들에게 장난을 쳐 웃음이 터질 뻔한 게 여러 번이었다. 오빠는 자꾸 장난을 친 걸로 봐선 방심을 했던 건지 먼저 잡혀 있었고 마지막 남은 생존자는 나 혼자였다.(그렇게 우승자가 된…ㅎ) 기분 좋은 박수를 받고 이어서 앞에 언급한 여러 게임을 진행했다.
재밌게 게임을 마친 뒤 오랜만에 만난 11학년 여자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즐겼다. 고민도 나누고, 들살이 끝난 뒤 하고 싶은 것도 나누었다.
갔다 오고 나서 완성된 카레로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둠끼리 이번 들살이에 관하여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이번 들살이에서 느낀 점이 첫 번째로 모둠 들살이는 동물이란 주제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여러 자연 환경에 방문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동물이 주제고, 그렇다면 동물을 쉽게 만나야 할 텐데,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선정하고, 만날 방법과 동물에 대한 조사를 사전에 제대로 마치지 않았던 행동이 제일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두 번째로 개인 들살이에서 난 그림이 주제였고, 그렇다면 그림을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찾아보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3일 안에 찾으려니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활동을 주제로 잡아 계획하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활동 자체는 힘들면서도 열심히 한 덕분에 보람차게 느끼는 것도 있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생각을 얘기한 뒤 더 이상 할 얘기는 없어 마치려고 했으나, 선생님께서 롤링 페이퍼 같은 건 숲터에서 안 하냐는 질문에 비슷한 방식으로 칭찬을 옆 사람에게 해주는 걸 진행했다. 나는 성준이에게 너무 목말랐을 때 물 줘서 고맙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물을 나눠주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칭찬을 했다.(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에 대한 칭찬은 원재 오빠가 해주었는데 사실 앞에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말해서 그런가, 너무 부끄러웠던 탓에 해주었던 칭찬이 잘 기억 안 난다.(거기다 선배에게 칭찬 듣는 게 너무 부끄러워 피하기도 했다.) 아무튼 좋은 얘기였을 거라 생각하고, 칭찬해준 원재 오빠에게 감사를 표한다.(고마워요.)
들살이 전체 돌아보기가 끝난 후 전부 다 모여서 대화 나눈 걸 공유하고, 원랜 모둠끼리 시간 가지는 거였으나 어쩌다보니 다 같이 별을 보러 나가게 되었다. 신안에 갔을 때도 밤에 별 보러 바다 갔었는데 이번엔 산에서 별을 봐 너무 기분이 좋았다. 확실히 바다에서처럼 별들이 뚜렷하게 잘 보였다. 그리고 더 밖에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끼리 숙소 아래까지 걷다가 오기도 했다.
들살이 마지막날에는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다른 선배들도 만나서 인사하고, 다 같이 재밌게 놀아서 하루동안 매우 즐거웠다.
올해 들살이는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모두 조심히 가고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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