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고기압이 몰아쳐 찬바람에 낙엽이 뒹굴지만 대선 열기로 후끈해진 거리를 뚫고 정동영이 우습게 아는 꼰대 3명이 차트렁크가 짜부러질 정도로 회원들에게 배부할 연말 기념품을 바리바리 잔뜩 싣고 강동구청역 앞 화로숯불구이 송년회 모임 장소고 달려갑니다.
두리회 깃발을 세우고, 현수막을 걸치고, 기념품과 경품추첨 물품을 세팅하는 사이에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모습을 나타냅니다. 구름떼 같이 모여든 회원으로 준비된 좌석이 모자라 상을 더 펼치고 엉덩이를 비비며 자리를 잡습니다.
포천의 김진섭선생, 음성 주봉호수의 유기찬선생도 3시간 이상 뛰어와 얼굴이 시뻘개져서 모습을 보이고, 두리회 홍일점인 이인자선생이 화사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가로수를 누비며 달려온 최택현선생이 끝으로 얼굴을 내밀고 광화문에서 송년회장소까지의 메타요금을 한방에 허총무한테 회비로 상납하며 총45명이 모여서 뜨거운 악수와 인사를 나눕니다. 해외에 나가있는 회원, 몸이 불편한 회원, 어제 송년모임에서 과음해 못 나온 회원, 시골에 눈이 쌓여 길을 뚫지 못해 못 나온 부득이한 사정의 회원 빼고는 나올 사람은 다 나온 셈입니다.
모두들 제자리를 잡은 가운데 허밍웨이와 허르만헤세가 자기 집안사람들이라고 우기는 허허실실의 허총무의 사회로 겨울총회를 겸한 송년회가 시작됩니다.
손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두리회가 올 일년간 걸어온 발자취를 반추해보고, 회계보고가 이어집니다. 뜻있는 회원들의 발전기금과 경품협찬으로 보따리도 푸짐해 집니다. 뉴커머들의 속속 이어지는 입회로 회원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이런 추세로 나가면 회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조합설립도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망상을 하고, 동아리 연합회를 구성해 당구클럽, 카드파클럽, 낚시회, 사이클회도 조직해야 되지 않을까요?
분위기도 달궈지고 석쇠판의 돼지갈비도 뒤집어지고 강동바닥도 열기로 뒤집어집니다. 이수광고문의 건배제의에 의해 술잔도 뒤집어집니다.
두리산악회 산행에 빠짐없이 참석해 아차산 고양이들도 인사를 건네는 저와, Y담으로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삶은 계란 한판의 이수광 고문, 연골에 염증이 생길 정도로 산에 빠져든 김준기선생이 이진섭 산악회회장과 김용진총무의 진행에 의해 상을 거머집니다.
온라인상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카페활동이 우수한 회원으로 이재정선생 말대로 거미똥구멍에서 거미줄이 술술 뿜어져 나오듯이 화수분처럼 글을 올려주는 정일환선생, 매주 산행후기와 사진을 실어주는 김용진선생, 두리회 행사 컷과 여러 가지 동영상을 스티븐스필버그 감독 이상으로 편집 제작해서 올려주는 안상철선생이 저와 손회장의 시상에 의해 상품권을 챙깁니다.
모두 눈을 부릅뜨고 치켜보는 가운데 로또 구슬알 돌아가는 것 보다도 더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속에서 경품추첨이 벌어집니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경품을 챙기고도 물건이 남아돌아가서 차트렁크에 다시 챙겨놓습니다.
고기 익어가는 연기가 자욱한 속에서 연말 열기가 한껏 무르익습니다.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종업원들의 서빙이 분위기를 한층 더 띄어줍니다. 누군지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청평 어딘가 기도원에 총무과장으로 근무한다는 회원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막판 선거운동도 하는 듯한 모양입니다. 자리와 자리를 뛰어 넘나들며 술잔들이 부딪칩니다.
6시에 시작한 행사가 3시간이 가까이 되도록 식을 줄을 모릅니다. 회장이 자리를 정리하겠다는 멘트를 하고나서야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만나면 하나같이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사회에 나오니 더욱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 됩니다. 담장안의 우리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못내 아쉬움을 남기며 석별의 악수를 나누고 나서 회원들이 빠져나간 식탁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고수합니다. 숯불이 꺼져 들어가서야 찬바람 몰아치는 올림픽로 거리에 나섭니다.
강평회를 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선수 13명이 골목길로 들어서서 ‘사바사바’호프집에 앉아서 고기냄새도 헹굴 겸 호프잔을 돌리면서 사바사바하기 시작합니다. 강평회는커녕 집을 잘못 잡아서인지 끼리끼리 사바사바해서 도통 뭔 얘기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혼란스런 얘기를 듣다가 귀도 울리고 머리도 돌고 눈도 감깁니다. 11시가 넘어서야 유선생이 카드 긁는 걸 보면서 호프강평회를 마칩니다.
대리운전기사에게 핸들을 맡기고 묵동 고향으로 가서 한번 쏜 김에 다 쏘기 위해 묵동 ‘다 쏠래’호프집에서 최종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인 저와 이진섭부회장, 윤성묵선생, 허총무가 잔을 돌립니다. 결국은 차수를 넘겨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안주도 제대로 시키지 않아 매상이 신통치 않은지 짜려보는 듯한 주모의 차가운 눈총을 받으며 윤대감이 계산하는 걸 못본척 하고 길고도 긴 송년회 일정을 마감합니다.
2012년의 송년회를 마치고 되돌아보면 두리호가 출범한지 불과 1년 남짓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제는 회원수도 60명이나 됩니다. 그만큼 모든 퇴직직원들이 이심전심으로 열화와 같은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겁니다. 퇴직하는 직원들도 꾸준히 입회하여 반석위에 올라섰다고 보여 집니다.
재직시절에는 피치 못할 갈등도 있었지만 그때의 모든 앙금은 씻은 듯 털어버리고 뜨거운 정을 나누는 선후배 동료간의 우애만 있을 뿐 한치의 불협화음도 없습니다.
회원의 경조사에도 이제는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많은 회원들의 동참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모임은 더욱 활성화되리라 믿어집니다.
두리회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한 2012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2013년은 회원 모두가 건승하시기 바라며 우리 두리회도 한층 발전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참가회원 : 강영춘, 강호삼, 구본흥, 김영범, 김용진, 김장철, 김준기, 김진섭,
김진수, 김창호, 김형래, 노국현, 노병학, 류춘상, 손종식, 손천수,
송범수, 송한석, 신희천, 심재영, 안상철, 양영호, 엄재천, 오규실,
유기찬, 윤경식, 윤성묵, 이민종, 이병학, 이성우, 이수광, 이인자,
이재정, 이정규, 이진섭, 이창현, 이철앙, 임홍순, 정을영, 정일환,
조승호, 최영섭, 최종갑, 최택현, 허만정
(이상 45명)
첫댓글 제일 하단 모습까지는 다들 얼굴이 깨긋해 보입니다. 그 시간 이후 각 지역별 조직별 주류 실력점검(?)에 들어가게 됩니다.
정말 분위기좋은 밤이였습니다. 우리들은 꼰대치고는 그래도 연금받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집에오자마자 조지연부장에게 문자보냈습니다. 당시만오면100%였는데.... 다들연말연시잘보내세요. 전 내일100명고등학교동창들 송년회준비로 눈코를 겨우 뜨고 있습니다. 내일 용달차로 가득 선물을 싣고 신촌거구장으로 갑니다.
이병학 회원이 있기에 추억에남을 글이 탄생 합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