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봄은 맛있다 /배한봉
참 달다 이 봄맛. 앓던 젖몸살 풀듯 곤곤한 냄새 배인, 통영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 식당 골목, 다닥다닥 붙은 상점들 사이,우리처럼 알음알음 찾아온 객이, 열 개 남짓한 식탁을 다 차지한,
자그마한 밥집 분소식당에서 뜨거운 김 솟는, 국물이 끝내준다는 도다리쑥국을 먹는다.
나눌 분자 웃음 소자, 웃음 나눠준다는 이 집 옥호가 도다리쑥국 맛만큼이나 시원하다고 웃음 짓는 문재 형 앞 빈자리에 젊은 부부 한 쌍이 앉는다 자리 생길 때마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동석하는 분소식당 풍경이 쌀뜨물에 된장 풀어 넣은국물 맛 같다.
탕탕 잘라 넣은 도다리가, 살큼 익은 쑥의 향을 따라 혀끝에서 녹는
통영의 봄맛. 생기로 차오르는, 연꽃처럼 떠 있는 통영 앞바다 섬들이 신열에 달뜬 몸을 풀며 바다 틈새 어딘가 숨어 있던 봄빛을 무장무장 항구로 풀어내고 있다 어어, 이것 봐라 내 가슴에도 툭툭 산수유 꽃이 피는가 보다. 따뜻해진 온몸 가득 파랑처럼 출렁이는, 참 맛있다 통영의 봄.
<제 26회 소월시문학상작품집> 문학사상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