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gf Phorographers
신 은 경
글. 노 은정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사진화랑에서 일했다. 월간사진전문지 포토넷 객원기자로 일하며 미술사 서적 ‘100편의 명화로 읽는 성인’을 번역했고 포토저널의 젊은 사진가 인터뷰 꼭지 ‘Dream of Photographers'를 담당해 사진가 7명의 인터뷰 글을 썼다. 현재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갤러리 윌리엄 모리스 큐레이터로 있으며 ‘Lightscape-이원철ㆍ노세환 사진전’과 ‘책, 예술가의 뮤즈’전을 기획했다.
사진가 신은경을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은 무엇보다도 2005년 젊은 사진가와의 만남을 통해 필자에게 기억된 그녀가 지금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됐다. 2005년 광주에서 열렸던 개인전 이후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나름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생각에서 나온 쓸데없는 우려였으니, 현재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의 과거를 더듬어 볼 필요가 있다. 간략하게 그녀의 지난 시간을 되돌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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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미 해수욕장, 20*24 inch, gelatin silver print,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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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미 해수욕장, 20*24 inch, gelatin silver print, 1998
과거부터 지금까지
처음에 신은경은 사람이 있는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지금 보면 조금 거칠고 대담하게 느껴지는 이 사진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영광 가마미 해수욕장과 또 다른 발전소가 있는 부산의 기장풍경을 담은 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과 막연한 불안감, 위협 등을 발전소를 직접 보여줌으로써가 아니라 바로 옆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앵글의 변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대학시절 로버트 아담스의 책 ‘우리의 삶과 우리의 아이들(Our Lives and Our Children)’을 보고, 충격적인 모습이 아니라 일상을 드러내면서도 충분히 강력한 기운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작업이었다.
2000년부터는 소비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센트럴 시티나 코엑스 등 대형 공간, 고급 매장의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작업을 하면서 그녀는 소비문화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끔 만드는 그리고 부추기는 공간의 문제, 사회구조의 문제임을 깨닫고 사진 속에서 사람을 제외시키게 된다. 그리고 2003년 ‘공간의 모의’ 하에 사진관, 웨딩홀, 스튜디오, 세트장, 모델하우스 등을 찍고 2005년에는 그 중 웨딩홀 만을 따로 떼어 작업을 심화시켰다.
2006년에는 한편으로는 공간 시리즈 작업을 계속하면서 여러 그룹전에 참여했다. 1년에 한번 떠나는 여행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 <죽장망혜>전을 이루어냈고 <요가&커피>전을 계기로 부모님을 사진으로 남겼으며 언젠간 한번 꼭 담아보고 싶었던 군산의 공단 풍경 또한 기록할 수 있었다. 10월에는 일본 신주쿠 니콘 살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바로 얼마 전에는 한일 사진작가 16명이 참가한 한일 사진 교류전 'Comical & Cynical'에도 참여했다. 오는 4월 오사카 니콘 살롱에서 개인전이 열릴 것이며 올해 말 서울에서도 개인전을 가질 예정인데 기회가 된다면 사진집도 내고 싶다 한다.
필자의 처음 예상과는 달리 사진가 신은경은 숨 가쁘게 한해 한해를 달려왔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 필자 또한 현대 사회의 병폐라 할 수 있는 조급증, ‘빨리빨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지만 사진으로 이 세상과 제대로 소통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사진가는 꾸준히 그리고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 또한 새삼 깨닫게 되었으니, 이제 그녀의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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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 웨딩홀, 150*120cm, Digital C-print, 2005
웨딩홀과 사진관
신은경 하면 웨딩홀을 떠올릴 만큼 그녀의 작업에서 웨딩홀 사진은 아직까지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숲 속의 요정, 꽃마차, 공주, 왕자 등이 그려진 벽화, 화려한 무늬의 레드 카펫, 우아하게 하늘거리는 커튼, 여기저기 달려 있는 조화(造花), 무지개, 아르누보양식으로 한껏 장식된 의자, 이런 풍경을 담고 있는 웨딩홀에서 우리는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른다. 환상으로 점철된 이데올로기적 산물인 결혼,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식은 현대 소비문화에 철저히 기대 양산된 허례허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비싼 비용을 들여 결혼식을 치르며 “왕자와 공주는 결혼하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동화 속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 보기를 잠시나마 꿈꾼다. 이러한 환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그 바람을 잠시나마 충족시키고자 마련된 곳이 바로 웨딩홀과 스튜디오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공간들이 자세히 살펴보면 조악하고 불완전한, 서양의 것을 본 딴 인테리어와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모조의 공간에서 치러지는 허례의 식. 그렇다면 신은경은 결혼의 환상을 보여주거나 결혼의 허상을 꼬집기 위해 이 사진을 찍었는가? No! 웨딩홀은 단지 한 예가 되는 공간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서로간의 다툼이나 갈등이 있어도 그날만큼은 멋진 옷을 차려 있고 내 집이 아닌, 조금 더 그럴듯하게 꾸며진 공간에서 모두 웃어야 한다. 사진은 액자에 넣어지고 거실 벽에 걸려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기억한다. 사진 속 가족은 모두, 영원히, 행복하다. ‘모두’가 ‘영원히’ ‘행복’하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는 환상이다. 환상은 공간의 도움을 빌어 사진으로 완성된다. 이런 환상 그리고 그로 인해 탄생된 여러 소비 공간(웨딩홀, 사진관, 모델하우스, 무대 셋트 등), 이것이 바로 사진가 신은경이 주목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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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캐슬, 78*53cm, Digital C-print, 2005
인간의 욕망과 모조의 공간
인간의 욕망이 모조의 공간을 탄생시킨다. 사실 ‘욕망’은 쉽게 설명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욕망은 단순히 꿈이나 환상, 희망이 아니며 욕구만을 지칭하지도 않는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듯 하면서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담지하고 있는 듯 여겨지는 단어이다. 아주 일차적으로 ‘어떤 것이 부족하여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기를 원하는 마음’이라 생각해 본다면 지금 이 사회는 본능적으로 필요한 것에 더해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어떤 부가적 욕구를 부채질하고 있다. 내재적으로 결핍된 어떤 것을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 더 특별한 외부적 요건에 의해 충족시킬 수 있다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렇게 사회는 인간이 무언가를 계속 욕구하도록 한다. 그에 따라 새로운 공간이 탄생한다. 욕망과 공간, 그 둘은 서로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욕망에 의해 생겨난 공간은 다시 인간의 욕망을 부추긴다. 그곳에서나마 꿈을 꾸어 보라고, 그곳에서나마 행복에 젖어보라고 말이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 공간은 탄생하고 또 그 욕망이 바뀌거나 사라짐에 따라 공간은 다시 변화하고 사라진다. 사진가 신은경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공간, 과거의 것도 아니고, 외국의 것도 아닌 바로 지금 이 땅에서 생겨나고 스러지는 공간을 충실히 기록하는 것이다. 공간이 지금 이 시대 인간의 욕망과 삶을 증거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은경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그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선택해왔다. 초기에는 35mm 카메라로 흑백 작업을 하였다. 대형 소비 공간, 모조 공간을 찍을 때는 좀 더 정확히 보여주기 위해 대형카메라를 선택했고 색의 중요성을 알게 되어 컬러 작업으로 옮겨갔다. 그녀는 공간을 가능한 한 훈련된 방식을 통해 정돈된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은 빈틈없고 신중하며 미세한 조정을 거친 색으로 밝혀진 공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직접적으로가 아니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며, 찬찬히 훑어보고 머물러 볼 수 있는 그런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이다.
솔직히 요즘 현대의 공간이나 건축물 등을 보여주는 사진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류의 외국 사진 또한 우리 눈에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이며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의 고민이기에 그러하리라. 하지만 신은경 작가 또한 말한다. 자신의 사진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바라본 한국의 현재 모습이고 또한 사진은 다름 아닌 사진가 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세상에 건네는 이야기라고. 사진은 사실을 증거 하기도 하지만 거짓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사진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한 그녀의 작업으로 우리는 2000년 한국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여러 공간의 기록을 사진으로 만나고 간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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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20*24inch, Digital C-print,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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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150*120cm, Digital C-print, 2002
첫댓글 즐감하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
잘 보고 갑니다.
잘봤어요 ^^
색다른 느낌 좋네요~~
두번째사진 보고 깜짝놀랬어요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