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ave - 나무라는 올로 지은 스웨터
숲 속에서는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5도 이상 나지 않는다. 그러나 숲이 아닌 논이나 밭 또는 도시나 들판의 낮과 밤은 일교차가 심하면 20도 이상 차이를 보인다. 많은 야생동물이 숲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삼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나무가 울창한 숲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안정적인 기후를 가졌기 때문이다.
목재는 현재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에너지 수급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캐나다주택공사(CMHC) 자료에 의하면, 목재로 집을 지을 때, 단열 성능은 콘크리트보다 8배, 철재보다 400배, 벽돌 구조체의 6배, 유리의 1.7배 우수하다. 목재는 자체 세포 구조 속에 수백만 개의 작은 공기주머니를 지녔기 때문이다. 천연단열재 구실을 하는 공기주머니 속으로 겨울에는 뜨거운 공기를,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를 보관했다가 방출한다. 이는 스스로 살아있는 유기체임을 말해 주는 증거이다.
목재 1㎥는 원유 0.2t(0.6 CO₂2t 배출)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물론 냉난방비 절감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도 덤으로 얻는 수익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다행히 국내 목조건축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4,203동에 불과하던 것이 2008년 8,191동, 2010년에는 9,585동까지 증가했다. 초기 국내 목조건축의 증가는 팬션 바람에 편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거주 목적의 목조건축 수요는 천천히 증가하고 있다. 목조건축의 보급은 곧 ‘Save the Earth’에 이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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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ealth - 최고의 명의(自然名醫), 숲
숲 치유라는 단어가 더는 낯설게 들리지 않는 요사이, 나무의 가장 아래 가지와 어깨를 나란히 걸으면 건강해지는 이 느낌, 그래서 숲을 명의라 칭한다.
여기 생태교양지 ‘월간숲’에 소개된 사례가 있다. 교사 김 씨(55, 남)는 20년 넘게 고혈압에 시달렸지만 약을 복용하는 일 외에는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잣나무 숲으로 이름난 축령산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들른 주민건강센터에서 측정한 혈압치를 보고 놀랐다. 수축기 혈압이 120mHg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숲 속 나무가 좋다고 말로만 했지 왜 좋은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어요. 정년이 다가오는 데 이곳 근처에 땅을 마련해 목조주택을 짓고 숲과 가까이 지내려 합니다.”
숲 치유는 캐나다와 독일,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보편화한 치료수단이다. 독일은 숲 치유를 처방으로 삼는 병원만 300여 곳에 이르며 건강보험 혜택까지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암 치료에 좋다는 소문을 타고 전남 장성 편백나무 숲은 지난해만 7만 명이 다녀갔다.
나무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무를 곁에 두면 ‘피톤치드’가 방출돼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비밀이다. 이 피톤치드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생리 활성을 도와 마음이 안정되고, 항염증과 항산화 반응을 일으킨다. 또 심폐기능을 강화해 천식이나 폐질환을 치료한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배출되는 음이온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음이온은 뇌의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정신안정에 도움을 준다.
나무의 화학적 반응보다 이로운 것이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본능적 반응이다. 숲에 들어서면 인간 자신의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이 정신과 육체를 이롭게 한다. 이 정도면 최고의 명의가 ‘숲’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법하지 않은가.
일본 닛폰대 모리모토 교수팀은 주장한다. “암환자를 나무가 우거진 숲에 머물게 한 결과 면역세포인 NK (자연살해)세포가 증가하고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아드레날린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의료팀이 환자에게 권하고 싶은 처방은 숲에 가서 나무와 어울려 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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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istoric - 최초의 나무 한 그루, 들여 놓으시죠
나무도 어머니(모목)가 있습니다. 그 어머니의 뿌리를 찾다 보면 최초의 나무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목재로 흔히 쓰이는 호두나무에게도 유서 깊은 족보가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과 아산시 배방면과 송악면에 걸쳐 깊은 숲을 이루는 광덕산에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광덕사가 있습니다.
처음 듣는 사찰? 그럴 수밖에요, 경기도와 충청도에서 가장 큰 절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후 진산대사에 의해 대웅전과 천불전만이 중건되었을 따름입니다. 이곳에는 고려 초기의 것으로 보이는 3층 석탑이 남아 있으며, 팔각지붕을 가진 종각이 특이한 건축양식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덕사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습니다. ‘유청신 선생 로도나무 시식지’란 비석 뒤로 수려한 풍채를 가진 400 연령 호두나무. 높이는 18.2.m에 달하며, 지상 60cm의 높이에서 두 갈래 줄기로 갈라져 가슴높이 둘레는 2.62m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광덕사의 ‘호두나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전설에 의하면 약 700년 전인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임금을 모시고 중국 원나라를 방문했다가 돌아올 때 어린나무와 열매를 가져와 어린나무는 이곳에 심고, 열매는 유청신 선생의 고향집에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지금의 나무가 그때 심은 것인지 정확한 문헌기록은 없으나, 사람들의 입을 타고 이곳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호두나무’가 심어진 곳이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호두나무가 400년 수령으로 측정되는 것으로 볼 때 큰아들뻘이라고 말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권태원 청태산자연휴양림관리소장은 “호두나무는 색조와 재질이 좋은 고급목으로 장식용 가구, 악기조각재와 총기 개머리판으로 쓰이며, 심재는 활엽수 중 내구력이 강한 목재 중의 하나로 손공구, 기계로 쉽게 가공돼 환영받고 있으며, 도장성과 조색 처리가 매우 좋고 광택내기 쉬운 것은 물론 집성에 있어 접착성도 뛰어난 목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운 마감재 면을 가진 호두나무로 지은 장식장 하나 가진다면 어떨까요. 최초의 것에서 비롯된 그의 자손에게서, 뉘 들킬세라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국경을 넘은 유청신 선생의 정성이 보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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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Kinship - 나무는 인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나무는 사람을 닮아 있습니다. 사람은 나무를 닮아가려 노력합니다. 성자가 된 이는 나무의 풍모를 따라갑니다. 천연기념물과 인간문화재는 그래서 닮은꼴입니다.
여기 숨 가빴던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나무가 있습니다. 역사 속 인물은 가고 없으나 나무는 그곳에서 당시를 증언합니다. 인간의 역사를 말하고, 그것을 나이테로 만든 나무. 나무는 사람을 기념하며, 사람과의 교류를 멈추지 않습니다. 나무는 인생의 교훈이며, 과거로 통하는 통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결이 있습니다. 사람도 결대로 살 때 아름답습니다. 나무는 나에게 결대로 살라 가르칩니다. 나무는 결대로 살도록 가르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교육임을 일깨웁니다, 나무의 이치인 목리(木理)는 곧 사람의 인리(人理)이자 교육의 이치인 교리(敎理)입니다.” - 강판권, <나무열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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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edical science - 목재의 독성 제거 효과는?
국립산림과학원이 목재의 폼알데하이드 제거 능력을 실험하고자 편백,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삼나무 건조목을 한 자리에 모은 적이 있다. 이중 최고의 정화력을 지닌 자는 ‘편백나무’였다. 우리나라 북부 산지에서 자라는 잣나무와 소나무도 편백나무 못지않은 능력을 보였다. 이를 수치로 보자면, 편백나무와 잣나무, 소나무의 폼알데하이드 제거율은 20∼35%였고, 낙엽송이 11∼16%, 삼나무가 9∼14%로 나타났다. 또 폼알데하이드 제거 효과는 투입되는 목재 표면적에 비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와 같이 향이 강한 나무가 우수한 정화능력을 보인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다. 목재 고유의 향은 실내에서 번식하는 집 먼지 진드기의 활동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향이 강한 목재의 폼알데하이드 제거 능력은 ‘테르펜류’ 성분 때문이다.
나무가 인간의 몸에 좋은 친환경 소재라는 증거는 국립산림과학원 박상범 박사의 주장에도 나타난다. 일본 가고시마현 공업기술센터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목재에 흡착된 폼알데하이드는 환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일주일 이상 두었을 때 자연 상태로 정화되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독이나 유해가스, 각종 건축 자재로 지은 아파트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물질은 수년에 걸쳐 인간의 몸에 영향을 끼치는 ‘소리 없는 살인자’라 부르는 유해성분이다. 그래서 이들이 유발한 천식과 같은 각종 폐질환과 아토피 부류의 피부병을 ‘환경병’이라 부르고 있다.
해결책은 목재로 집을 짓자는 것이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그렇다면, 최소한 책상과 탁자, 침대, 장롱, 싱크대만이라도 원목 가구로 교체하라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아파트 공간 내부를 천연 목재로 붙이고 꾸미는 행위도 적극적인 대처법에 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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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ducate - 자연 환경을 집안으로 끌어들인 당신은 교육자
나무가 많은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심리적으로 편안해진다. 나무는 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적당하게 흡수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사고나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콘크리트의 경우는 생활소음을 반사하기 때문에 소리가 울리고 음의 전달이 명확하지 않다.
나무는 우리 일상생활과 주거환경에서 생겨나는 정서적 불안감을 덜어주는 역할도 해낸다. 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고음의 영역에서는 알파파가 발생하여 정서가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고 한다. 목조주택에서는 이러한 초고음역의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맑고 밝은 사고와 부드러운 심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조 건축물이 정서를 안정시켜 학교 폭력을 줄인다고 본 서독과 일본, 캐나다는 현재 신축 학교 건물을 목조건축물로 만드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연이 인간의 성장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
한 교육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숲 속의 나무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 숲은 가장 큰 놀이터이자 학교이다.
숲 체험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시험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교과서에 나온 현장을 실제로 보고 자연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관찰한 결과로 현실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숲에서 신선하고 건전한 육체활동을 하며 생명에 대해 알아가기도 하고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또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게 된다. 숲 체험은 학습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제공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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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cycling - 자연을 가장 덜 훼손하는 건축자재는 나무
길을 가다 마주치는 현수막 ‘폐목재 받습니다’. 목재의 자원 순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대체 이들 업체는 폐목재를 받아서 어디에 쓴다는 말인가.
과거 태풍 곤파스가 몰아치던 날, 전국의 가로수를 뽑아간 적이 있었다. 서울 시내만 해도 1만 6천 그루의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등 상당수 가로수가 사라졌고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 등 서울의 주요 산지와 공원에서 4만 4천 그루가 쓰러졌다. 태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폐허로 남은 상당수 나무는 부러지거나 훼손이 심해 버려질 운명에 처했다.
목재가 지닌 재활용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충북 청주에서는 가로수 낙엽을 그러모아 퇴비로 재활용해 농가에 무료로 보급했고, 가로수 가지는 파쇄기에 들어가 톱밥으로 변신했다. 개중 큰놈은 펠릿으로 만들어져 난방 에너지원으로 재활용됐다. 대형트럭에 실려간 나무는 벤치와 야외탁자, 공원이나 등산로의 경계목으로 쓰였다. 또 둥치 큰 것들은 공예가와 가구 제조업체에 넘겨졌다.
서울 성동구에서는 복구가 어려워진 폐목을 활용해 원두막 5점과 의자 20개, 탁자 50개를 만들어 공원에 설치했다. 노원구는 전기톱을 구매해 그 자리에서 벤치 120점을 만드는 기동성을 발휘했다. 관악구는 관악산 둘레길 안내판 450점을 제작했다. 나무는 죽으나 사나 폐기물과는 거리가 멀다. 콘크리트 더미였다면 절차를 걸쳐 폐기물 전문처리업체에 넘겨졌겠지만 목재는 짓고 허물어도 다시 지을 수 있는 불변의 ‘지속가능성’을 지녔다.
스타벅스 코리아 이대점 간판은 오래된 폐교에서 나온 나무를 이용해 새겼다. 나무는 자원순환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소재다. 그래서 자원순환이 가능한 목재 이용률을 높일 때에 더 많은 나무와 에너지원을 절약할 수 있다. 원불교 미주 명상원인 원다르마센터의 설계자 토머스 한라한은 말했다. “자연을 가장 덜 훼손하는 건축자재가 나무다.”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나무, 나무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각종 환경문제를 해결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이로운 나무를 받아들이는 당신은 환경보호의 첫발을 뗀 셈이다. 대목장 신응수는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는 ‘나무’가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나무는 재생 가능한 힘을 지닌 동시에 모든 가능성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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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fort - 향기로운 위로, 나무 껴안기
나무와 함께 있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에너지를 치유할 수 있다. 나무를 느끼며 에너지를 주고받다 보면 더 맑게 고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무들은 그들 고유의 방법으로 기운을 순환시키고 파장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보내는 부정적인 감정의 파장들을 정화해 준다. 나무를 끌어안거나 몸을 기댄 채로 그 생명력에 의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껴본다.
버드나무는 머리를 맑게 하고 두통을 없애 준다. 소나무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 특히 죄책감을 씻어 준다. 정화가 끝나면 이 신성한 체험을 허락해 준 나무에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이제 나무와 하나가 될 시간이다.
나무에게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만히 쓰다듬어 보거나 말을 걸어본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며 해를 끼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느끼도록 한다.
두 팔을 벌려 나무를 끌어안고, 온몸을 나무에게 밀착시킨다.
그 상태에 머물면서 나무가 뿌리에서 물을 빨아올리는 느낌, 숨을 쉬는 느낌을 느껴 본다.
나무가 사랑받는 아이처럼 행복해하는 것을 느껴보라.
나무의 생명 에너지가 당신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껴 본다.
이제 나와 나무 사이에는 아주 순수하고 깊은 연결고리가 형성되었다.
나의 발가락들은 땅속에 깊이 박혀 뿌리가 되고, 몸통은 나무의 몸통처럼 곧게 퍼진다.
나와 나무, 생명력이 하나가 된 듯. - 한문화, <명상>中
명상에서 나무 소재가 주는 느낌은 중요하다. 나무 숲을 걷는 듯한 기분, 명상수련의 목적인 정신 건강은 자연의 소재인 나무를 만나 정점에 이른다. 물론 나무가 내뿜는 생명에너지와 피톤치드와 같은 화학물질 영향도 있겠다. 그래서 미국건축협회로부터 ‘2010년 종교, 영성부문 건축디자인상’을 받은 원다르마센터는 종교의 위대함을 표상화하고, 명상이 가지는 궁극적 지향점과 수련 향상을 돕고자 목조건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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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Inspiration - 인간의 예술은 자연을 배워야한다
나무는 가장 오래된 오브제이면서도 가장 최신의 유행을 선보인다. 수만 년 전부터 자리했던 숲이나 산이 계절마다 똑같은 옷을 같아 입는다고 해도 그것이 지겹다 말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 그만큼 우리가 누리기 쉬우나 다루기 어렵고, 고귀하면서도 다양한 재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디자이너 투이자 세이펠(Tuija Seipell)은 “디자이너들은 특정한 수종과 개별 나무의 특징을 가려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고 있으며, 보는 이는 개별적 특징을 스스로 발견하는 즐거운 도전에 직면한다”고 소재로서의 나무를 극찬했다.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나무, 그 어떤 재료도 나무만큼 역사, 문화, 생활에 깊숙이 내재하지 못했으며, 고유한 아름다움을 남기지 못했다. 예술적 욕망이 나무에게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건축가와 조각가, 공예가와 시인은 나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영감을 주고받는다.
나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알맞은 재료이자 품목이기도 하다. 온갖 시각적 과부하에 맞서 사람을 진정시키고 고요와 단순, 소박함을 선사한다. 나무의 따뜻함과 자연스러운 미학은 이러한 균형을 선사하는 즉각적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는 주장한다. “‘지속가능한 대안’, ‘환경친화적 옵션’, ‘그린 솔루션’이라는 나무에 붙은 찬사는 숲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 내에서 얼마든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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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iterary - 나무는 한 권의 인생소설이다
말할 것도 없이 문학의 모든 가치는 서정(抒情)이다. 그리고 서정적 감흥 대부분은 자연에서 차용한 것이다. 우리 문학 속에서 발견되는 나무의 모습은 대개 감정 이입 대상으로 드러난다. 나무라는 자연물을 통할 때 순화되거나 더욱 또렷해지는 감정들.
김형경의 <성에>에서 화자는 나무의 성장에 빗대심경을 밝힌다. “오래 살다 보면 괜찮은 날도 올 줄 알았는데 사십 년쯤을 살아도 매년 살갗이 쩍쩍 갈라지는 열병은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 여자가 처음 이 산에 들어오던 날도 참나무는 온몸을 들쑤시는 열병을 다스려가며 팔십 퍼센트 정도 종정이 완료된 엽록소 공장을 짓고 있었다.”
나무는 그렇게 아픔을 나누는 존재다. “햇빛이 어깨에 내려앉아 겨우내 언 몸을 녹여주고, 바람이 팔다리의 근육들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몸 안으로 빨려 올라오는 물줄기가 물관부 내벽을 간질이고, 발밑의 땅속 생물들이 발가락을 툭툭 치며 땅 위로 올라올 때 (…) 참나무는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르며 저 산속으로 달려갈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나무는 화자 자신이자 인간의 욕망을 빗대어 실현하게 하는 존재다. 욕망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는 함부로 나무에 빗대어 헛된 욕망 따윈 실어 보내지 않는다. 나무가 가리키는 욕망의 끝은 서정에 맞다 있으며, 미니멀리즘이라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사람과 나무, 나무와 사람은 다르지 않다. 각각의 이름도 있고, 생김새나 모양도 다르고, 저마다 인생사도 엿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나무의 고마움과 나무의 혜택을 얼마나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는가. 나무에서 많은 것을 받고 배운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내 삶의 공간에 가까이 있는 나무의 종류는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 곁에 다가서는지를 유심히 살펴본 적은 드물 것이다. 그리고 욕심 없이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를 칭송한 적이 있던가. 바람이 오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인생 속의 주인공이 사람이라면, 나무는 한 사람을 묘사한 한 권의 인생소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