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유령들
문성해
이젠 비둘기들도 나를 피하지 않는다
어제는 대놓고 나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
내가 지나가면
도전! 도전! 외치던
먹자골목의 두더지게임기마저도
오늘 아침은 묵묵하다
그 나이에도 출근을 하는지
좁은 골목 아침마다 마주치는
흰머리에 저 여자도 어제보다 더 지워진 듯하여
조금씩 안심이 된다
내가 자기를 재단하듯
저 여자도 아침마다 맞닥뜨리는 나를 재단했겠지
안 보는 척 교묘하게 위 아래를 훑어내며
얼마나 불편할까
날마다 돌올해진다면,
이 나무가
저 빌딩이
어제 덮어쓴 더러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닳고 닳아 배경이 된다면
흐릿해져 마침내 보이지 않는다면,
아직은 곁눈질로 지나치지만
마침내 지워져
서로가 서로를 관통한다면
유령이라면
― 《창작과비평》 (2023 / 여름호)
문성해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다. 대구시협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시산맥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