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란 말이 어떻게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와전되었을까? 그 단초는 일제강점기 경성제국대학 법학부 교수 오다카 도모오(尾高朝雄)가 제공했다.
그는 1937년에 펴낸 『법철학(法哲學)』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면서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하였기 때문이며,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고 썼다.
‘실정법주의’는 현행 법률이 완전무결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독일의 법사상인데, 일본도 이를 중요시 했다.한편, 오다카는 경성제국대학 시절 한국인 제자들을 많이 양성했고, 그의 제자들이 해방이후 한국 법학계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오다카의 생각이 여과 없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가 한 말로 국내에 널리 펴졌다.
그리하여 2004년 11월 7일에 헌법재판소는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준법정신 강조 사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교과서를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는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헌법체계에서는 준법이란 정당한 법, 정당한 법집행을 전제로 한다면서 소크라테스 일화를 준법정신과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동아일보. 2004년 11월 7일)‘악법도 법’이라는 말의 출처와 원전을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버젓이 실려 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적어도 교과서 편찬자라면 플라톤의 『크리톤』은 읽어보고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진실을 위한 검증은 학문이나 언론이나 필수이다.
더구나 거짓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진실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