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는 정말 글씨를 못 썼다.
너무 못 써서 언젠가는 아버지가 방학 숙제한 과제를 보시고는 글씨가 너무 엉망이라며 다 찢어 버리셔서
개학 3일을 남기고 밤을 새워가며 울면서 다시 한 자 한 자 정자로 일기며 여타 방학숙제들을 다시 썼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 글씨를 잘 쓰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고 붓글씨도 배우고 나중에는 예쁜 손글씨만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을 구해서 그대로 따라서 연습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래도 글씨가 예쁘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캘리도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 포스터나 드라마 제목들에 특이한 서체로 쓰인 글씨를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도 하고 약간 미술을 전공하고나 감각 있는 사람들은 금방 익히겠구나 하고 쉽게 생각했다.
캘리그라피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친숙해지기 전에는 한동안 유행했던 것이 POP였다.
매장마다 화려한 색깔로 모양내서 그림 그리듯이 쓴 문구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POP 강좌들도 많았고 POP를 배워 창업하려는 사람들도 주변에 꽤 있었다.
나는 한 번도 POP를 배워보지 않았지만, 성당 행사에 자주 문구를 쓰다 보니 제법 POP처럼 보이게 쓸 수 있었다.
그러나 POP는 캘리그라피처럼 울림을 주거나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지는 않는다.
그저 상업적인 문구를 적는 데는 아주 적당하지만, 누군가의 감정을 담거나 누군가의 감정을 보듬어 주는 울림을 주기에는 글씨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한때 건축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이 유행하고 상업적인 형태를 따라 건물의 외관을 너무 상품화하듯이 시공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런 상업적인 건물은 잠깐 유행을 타고 오래 가지 못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유행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 세상에서는 더더욱 상업적인 접근은 힘들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캘리그라피는 먹물이 주는 담백함과 글씨가 주는 무게감이 오랫동안 감동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캘리그라피를 모를 때는 POP처럼 물감으로 쓰는 줄 알았는데 어떤 재료를 쓰던지 그건 전적으로 작가의 마음이겠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붓글씨가 기본이 된 캘리그라피가 정석으로 보인다.
먹의 농도와 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변하는 글씨의 진하기와 번짐.
물감으로는 섬세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캘리그라피를 잘 쓰는 방법을 책에 적는다기보다는 자신과 같이 경력단절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가만히 앉아서 신세 한탄만 한다고 해서 이 사회가 나를 다시 불러주지는 않는다.
꾸준히 노력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고 실패를 경험해도 다시 일어나 도전을 해야만 이 사회는 나를 다시 불러준다. 저자는 바로 이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자.
지금 포기하면 바로 앞에 있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힘이 들어도 한 걸음만 더 걸어보자. 힘겨운 그 한걸음 앞에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첫댓글 POP, 초크 아트가 한때 유행이었죠~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