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배들은 꽃이름을 틀리게 불렀을까?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명장면을 소개합니다.
“... 그리고 뭣에 떠다 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졌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버렸다... ”
이 작품은 1936년 5월 ‘조광’지에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1942년 발표되었던 백난아의 ‘찔레꽃’에는 의문스런 구절이 등장합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뭐가 이상한지 눈치를 채셨습니까?
일반적으로 동백꽃은 노란 색깔이 없다고 알려졌습니다.
보통 붉은 색이고 요즘은 하얀 색 동백꽃도 자주 보입니다.
일제 강점기라고 찔레꽃이 남쪽나라에서 붉게 필 이유가 없습니다.
찔레꽃은 예나 지금이나 하얀 색입니다.
일부 분홍 빛을 띈 찔레꽃이 있기는 하나 붉다고 표현하기는 곤란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해석들이 인터넷 상에 난무합니다.
저는 그것들을 굳이 나무랄 생각이 없습니다.
각자 그럴 듯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의 열쇠는 우리말 꽃이름이 정해진 역사에 숨어 있습니다.
다음은 2017. 1. 14일에 제가 작성했던 글입니다.
내용의 정확성은 보장 못합니다. 독학의 한계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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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은 붉지 않다?
"찔레꽃 붉게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이 문장은 1940년 김영일 작사, 김교성 작곡, 백난아 노래로 발표된 '찔레꽃'이라는 노래의 첫 구절입니다.
찔레꽃은 지금도 많이 불리어지고 들을 수 있는 명곡입니다만 의문점이 생깁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가 아는 찔레꽃은 한국의 장미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덩굴꽃입니다.
봄이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 되기 전에 피어나서 우리나라를 하얗게 물들입니다.
그 향기는 얼마나 진한지 백리향이라고도 할만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찾아봐도 붉은 찔레꽃은 안 보입니다.
2~3년 고민을 해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에 언제 표준말이 정해졌을까요?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발표한 한글맞춤법표준안을 1948년 대한민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을 기준으로 보시면 됩니다.
또한 최초의 근대식 국어사전은 1938년 발표된 문세영의 '조선어 사전'이며, 1961년 이희승이 '국어 대사전'을 발간했을 때 비로소 표준어가 정착되었습니다.
이 때까지 각 지방에서 나름대로 꽃 이름을 지어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럼 표준어로 정착된 우리말 꽃이름은 어디에서 관리할까요?
경기도 광릉에 있는 국립수목원입니다.
이 국립수목원 관련 법령에 의하면 우리나라 꽃이름을 지정하는 기준은 1937년 민간단체인 '조선식물연구회'에서 발표한 '조선식물향명집'에 등재된 식물 이름을 우선 지정합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따져볼 때 지금 사전에 등록된 우리말 꽃이름은 1960년 이후에야 전국민에게 보급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백난아의 '찔레꽃'은 찔레꽃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저는 그 꽃이 찔레꽃이 아니고 해당화 아니면 동백꽃일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김유정의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산동백이라고 부르는 '생강나무'꽃이라고 합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메밀꽃은 당초 '모밀꽃'이었습니다.
이효석의 큰따님은 지금도 아버지 작품의 제목을 '모밀꽃 필 무렵'으로 돌려달라고 항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가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작품의 일부를 임의로 수정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배됩니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혹시나 하고 다시 인터넷으로 확인해 봤습니다.
헐, 진짜 붉은색 찔레꽃이 있네요.
아, 나 짱구될 뻔 했네요. 정식 명칭은 '덩굴성 붉은 국경찔레'라고 합니다.
관련자료 : http://blog.naver.com/vixlee?Redirect=Log&logNo=220396399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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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노래 가사 등에 꽃이름을 틀리게 표현한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무식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가사에 나타난 상황을 문학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건지는 알수 없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만 둡니다.
그걸 따져봤자 뭐하겠어요?
우리말 꽃이름에 대해서는 제법 공부를 하다가 말았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면 추가할 생각이 있지만 글쎄요~~~
첫댓글 백난아의 '찔레꽃' 최초 발표 시기는 1941년 설까지 등장합니다.
정확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듯 합니다~~~
꽃을 아는 사람들만
따질수있겠지요..
저같이 꽃무지랭이는
틀렸는지도 모르니 ..
지금 표준어로 정착된 꽃이름에 대해서도 시비가 많이 있습니다.
이름 가지고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미로에 빠집니다.
식물학자들도 질색할 만한 주제입니다~~~
요즘은 꽃들도 접목을 시켜서 이쁜색들이 다양하더라구요
그것 때문에 꽃이름 공부하다가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