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회(2003.01) 인터넷문학상 시부문 당선작품 그 거리의 휴지통 사람이 되고 싶다 두 눈과 두 팔과 두 발이 달린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대들 내 가슴 활짝 열어 망가진 삶을 버리듯 나에게 안기어준 그 많던 오물들 견딜 수 없는 치욕이 되어 음산한 밤마다 어눌한 자아를 낱낱이 도려내며 세상의 금빛 허상을 각인시킨, 그대들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 하나 내 앙상한 갈비뼈 깊숙히 칼끝처럼 꽂힌 채 활활 타오르다 아 나는 그만 새까만 숯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 되고 싶다 저 따뜻한 지상에 이 한몸 올곧게 세워 가끔 사랑하는 이의 창가를 서성이며 그리움에 들뜬 눈물도 짓고 청량한 파도 남실거리는 겨울바다에 얼룩진 내 생애 깨끗이 헹구어보기도 하는 풀잎처럼 파릇한 뇌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핏빛 절망을 한 웅큼 얹어주고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간밤의 끈적한 정사를 슬며시 덧 발라주고 오늘도 누군가 나에게 씹다만 껌 같은 모욕을 무참히 뱉어 주지만 나는 기꺼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서늘한 몸뚱이 어디에선가 튼튼한 팔이 슬며시 돋아나고 믿음직한 다리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해맑은 눈동자 둘 시나브로 피어 올라 마침내 온전한 사람이 되고 말면 그대들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이 지탱하기 버거운 生의 무게를 찰지게 쏟아 부어 주고 싶다 ** 장 세희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