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열렸다 닫혔다 하며 날아다니는 소책자
세상에서 가장 얇은 전집
표지도 서문도 추천사도 없는
표지가 곧 내용인
누구도 읽은 적 없는 올봄의 신간
나비 채집광 나보코프조차 읽어내지 못한 신비의 책
읽으려 들면 휘발해 버리는 비밀의 금박 문자
허공에 찍는 태양의 무늬
샤프나 플랫이 여럿 붙은 춤추는 악보
바람결에 흔들리는 돛단배, 몸보다 커다란 날개 속에 떨림을 감춘
무작정 떠나고 보는 탐험가
배낭도 나침반도 향기 지도도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너는 늘 네 일에 열중하지
긴 더듬이로 빛의 씨실 날실 더듬으며
꿀샘 깊숙이 대롱을 꽂고
작은 몸 떨면서 꿈을 음미하지
허나 뭐니 뭐니 해도 나의 시선은 시멘트 담벼락 위 내려앉은
네 가느다란 다리에 머문다네
그리고 너무 작은 내 발 들여다보지
가까스로, 이 땅에
서 있는
-박은율
첫댓글 출석합니다
출석합니다
출석합니다. 거제 석 달 살기 마치고 복귀하다.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