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家案內 ⇒/정진경-
그는 출구를 빠져 나갔습니다 ⇒
불현듯 열리는 이승의 출구를, 미로를 나가듯 유유히 갔습니다 마지막 식량을 넣은 입에서 쏟
은 침묵은, 유언보다도 뜨거운 복사열 눈시울 붉어 핀 꽃들이 세상에 흩어집니다
이 꽃들을 안고
광란의 춤이라도 춰야 할까요?
자살을 죽음의 승리라고 생각한 그를 위해,
몸이 다시 사는 윤회설을
부처가 만든 혹세무민(惑世誣民) ,
내세를 미로로 만드는 경전이라 생각하는
그는 정말
⇒
喪家案內,
生家라고 적혀 있는
그 곳으로 돌아간 걸 까요
여린 풀씨가 돋는 봉분 안에서
호탕하게 웃고 있을
해방감을 만끽하는 그의 유토피아는 어떤 걸 까요
장의차 위에서 순장한 하얀 국화 무리는 무자비한 화법으로 그린 ‘최후의 심판’* , 죄 많은 인
간의 참회록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죽음의 집으로 안내되고 있습니다 ⇒
* 미켈란젤로의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