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시반에 눈이 떠져 카페 글들을 읽다보니
97년 대선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며 괜시리 울컥해집니다.
서울에 있다가 투표때문에 대선전날 고향인 광주로 갔었죠.
당일날 아버지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습니다.
그때 광주사람들은 최대한 늦게 투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타지역의 보수표심,특히나 영남표심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전략적인 차원의
행동이었죠.
아버지랑 저는 100미터 거리에 있는 동사무소를
투표마감 30분전에 들리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아버지는 저랑 점심 드시고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시더니 다섯시간을 넘게 버티시더군요.
그 중간중간,편하게 옷입고 계시라는 어머니와 저의 잔소리를 계속 모르쇠로 일관 하며,먼저
투표를 하고 오신 어머니에게 참,말 안듣는다며
핀잔을 주셨고요.
다섯시 삼십분에 집을 나와서 동사무소에 들려서 투표를 했습니다.
동장님이 아버지에게 어르신, 어디 편찮으신가 걱정했다는 말을 하는 동시에 다 안다는듯한 눈빛으로 아버지랑 저를 쳐다보시던게 기억에 남네요.
다시 집으로 가는 길에 아버지가 저에게
막둥아,저기 식당가서 대포한잔하자 하셨고,
저는 친구들과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그러자 했습니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가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제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도 또 안되면 어쩔까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잖아요
라고 여쭸고 아버지는 그러시더군요.
그래 이게 진짜 마지막이지,
근데 어쩔 것이냐?
그게 우리나라 복인갑지.
다만 우리는 할수 있는걸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지.
제가 웃으며 아버지는 평생 미신같은걸 안믿으신 분이 무슨 하늘에 맡긴다는 말씀을 하시냐 했더니,
그래,무슨 귀신같은게 있겠냐?
근데 사람들이 지극정성으로 마음을 모아
염원을 드리면 한번씩은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해야.
그 양반 몇번을 죽을라다 산것도 그런거 아니겠냐.
이번에는 될것이다.
그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 mbc사전 결과가 나왔고 그뒤로는 사람들의 환호성과 아버지의 눈물만이 기억에 또렷합니다.
지금이 그때의 간절하던 심정과 엇비슷해서
옛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온 나라인데 2년만에 이정도로 망가뜨려 버릴수가 있나 싶고 이젠 총선까지
민주진영이 승리하지 못하면 나라가 완전히 결딴 나버릴거 같은 상황 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죠.
말로만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에겐 세상쉽고,공평한 투표란게 있으니
그걸로 보여줘야죠.
이젠 투표장으로 슬슬 움직여 봐야겠습니다.
압도적인 사전투표로 대승을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
Again1997!!
반드시 이길겁니다^ ^
6시 사전 투표 대기중 입니다. 압도적 승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하고 왔습니다.
압도적으로 승리할겁니다^^
저도 슬슬 나가봐야겠네요.
하고 오셨겠군요.^^
맞습니다. 누군가애겐 아니 원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와야할 투표라는 것이지요
좋은 말씀이시네요^^
제가 뽑은 첫 대통령이었죠.. 뿌듯하더라구요.. ㅎ
벌써 30여년이 다 되가네요^^
저도 그분 찍었어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아버지가 그리워지네요^^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이네요.
97년 밤새워 개표방송을 보다가 새벽쯤 확정뜨고나서야 울부짖으며 환호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92년 대선부터 빠짐없이 투표했는데 이번처럼 뜨겁고 간절한적도 몇번없습니다.
딸벅수님과는 예전에도 제 아버지가 겪으셨던 여순사건에 관하여 댓글 나눴었죠.^^
여순,6.25,5.18 세번의 난리통을 겪으셨던 아버지께서 97년 정권교체 후에 이젠 여한이 없다, 다시는 왜놈들 씨앗인 군사정권
도적놈의 자식들이 정권 잡는꼴만 안보면 쓰겠다던 말씀을 하신게 기억 납니다.
그뒤로도 이명박그네 10년을 보셔야 했지만요.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이젠 정말로 여한이 없으시다 하시더니 말씀처럼 몇달계시다 편히 가셨습니다.
약주를 많이 하신날에는 한번씩 그러셨네요.
여순때 너무나 심하게 고문을 당해 사람구실 못하고 마흔도 못넘길줄 알았더니 지금까지 살아있는게 용하다고요 ㅎ
저도 딸벅수님과 같이 이번만큼 간절했던적은 몇번 없습니다.
꼭 대승하기를 바랄뿐입니다.^^
1997년 김대중대통령 대선때의 일이시네요~ 드라마 한편 본것 같습니다~ 아버님과의 추억도 너무 멋지구요~ 저도 고향이 여수라 아직도 여순사건을 그지같이 말하는 것들을 보면 치가 떨립니다~
죄없는 사람들이 무고하게 수도없이 희생된 사건들에 관하여
무조건 빨갱이 어쩌고 하면서 조롱하는 것들을 보면 같은 인간일까 싶습니다.
그런것들의 후예들이 세월호나 이태원 희생자들도 조롱하는거겠죠.
투표권 생긴 첫 선거...
그땐 전 묻지마 보수였을때라...충격이었습니다. 매스 미디어와 제가 사는 지역적 특성상 워낙 김대중 대통령님 대한 안좋은 이미지가 덧 쓰워져 있을때라..
그 감동을 느끼질 못했네요.. 그다음 노무현 대통령님 선거때도 마찬가지... 그 10년를 지나 쥐박이를 겪으면서 정치에.눈을 제대로 떴네요...
저도 어릴때 5.18안겪었을 타지에서 자랐다면 그랬을지도 모를일이죠.
우리 잘못이겠습니까?
그렇게 구도를 짜놓은 수구기득권들의 장난이죠.
우리는 이제까지 그렇게 살았다지만 후손들을 위해서 그런것들과 맞서 싸워야겠죠.
공평하고도 쉽디쉬운 투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