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아이가 신라학원(新羅學員)이라고 적힌 거대한 정문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별로 이상할 것 없었지만 지금 이 시간이 저녁.
모든 이가 잠들 새벽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왠지 수상한 녀석이었다.
그 아이는 거대한 정문을 몇 번 밀어보고는 안 열린다는 것을 알았는지 거대한
정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라학원.
일본만화에서 자주 써먹는 주제로 그야말로 한 지역을 신라학원이라는 학원이
점령하여 초등교육부터 대학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시도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2012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20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 아이가 정문을 넘어서자 그곳에는 하얀 벽돌로 만들어진 긴 도로수준의 길에,
크기가 몇 년은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지금은 가을이라 그런지 나무들은 모두 단풍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그 길을 따라 쭉 걸어나갔다.
붉은 벽돌로 만든 신라중학교가 보이고 그 옆에는 신라초등학교가 보였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에는 초등학교의 시설이 가장 좋다고 하지만 이렇게 학원으로
운영하면 모든 학교의 시설이 같으니 어찌 좋지 않으랴.
그 아이는 중학교 건물에 이르러서야 발걸음을 멈추었다.
"15분이나 걸렸어... 이거 등교시간 오래 걸리겠는데..."
그가 자신의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여기서 또 알 수 있는 것은,
정문부터 건물까지의 거리가 15분 거리니 얼마나 크냐는 것 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중학교 건물의 유리문을 밀었다.
잠겨있을 줄 알았던 문이 의외로 부드럽게 열렸다.
"응...열려있어..?"
그는 이상하게 여기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며 문에서 손을 놓자 문이 앞뒤로 흔들렸다.
건물 안은 불이 꺼져있어 껌껌했으나 어둠 속에 오래있으면,
그것이 모두 보이는 게 인간인지라 그 역시 아무 어려움 없이 길을 갈 수 있었다.
유리문을 지나자 왼편에는 교무실이 있었고 오른 편에는 교실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위층과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으나 지하로 통하는 계단 옆에는
통행금지라는 뜻의 노란 테이프가 뜯어져 아무렇게나 널려있었다.
"내방이랑 별 다를 게 없구만...."
그는 작게 실소하며 테이프를 주어 주머니에 넣었다.
평소에도 바르고 성실한 학생이라 자부하고 있던 바라 그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그곳부터는 교실이 있었는데 역시 새벽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학생들보다는 귀신이 있어야 어울리지 않을까..
그는 자신의 교실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전학와서 학교를 알고싶은 심리를 이렇게 푸는 취향의 학생인 것 같았다.
취향도 어지간히 이상한 놈인 것 같았다.
3-3. 그는 이 교실을 발견하고는 익숙하게 창문을 열고 창문을 넘어 교실로 들어갔다.
"흠... 학생수가..28명이야? 좀 적은 것 같기도 한데... 뭐...어때."
그는 책상 수를 하나하나 세어보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가 한창 교실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챙 챙 - 하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칼 소리와 뭔가 폭발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는 이 시간에 자신말고 다른 학생이 있다는 것보다는 그 신비로운? 소리에 끌려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문 밖에 다가간 그는 반사적으로 커텐으로 몸을 가렸다.
밖에서는 이상한 하얀색 물체들과 두 명의 여학생이 칼질, 그러니까 싸움을 하고 있었다.
진짜 소설에서나 나올법하고 게임에나 나올 정도로 머리를 짧게 기르고 붉은 색 머리핀을 한
여학생이 휘두르는 칼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뒤에 있는 아이도 이상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녀가 믿을 수는 없었지만,
지팡이 끝에서 불덩이가 나올 때마다 마녀모자로 머리를 누르고 있긴 했으나,
허리까지 내려오는 연보랏빛머리가 뒤로 날렸다.
사실 그녀의 몸이 작아서 머리가 길어 보이기도 했다.
그 남자아이는 지금 자신이 보는 것을 믿을 수도 없었지만 왠지 모습을 보이면
안될 것 같아 커텐으로 몸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
한참을 숨기고 있었을까 마침내 빨간 머리핀 여자아이의 거대한 검이 하얀색 괴물,
아니 하얀 물체를 베었을 때, 갑자기 그의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그의 뒤에는 흰색의 물체가 서 있었다.
그 흰 물체는 자세히 보니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자세히 보니 한국 역사에 있던
국가 중 하나의 나라의 것으로 보이는 한복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활을 차고 있었고 손에는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 남자아이는 아마 그가
화랑이라 생각했다.
그 하얀 물체의 머리에 달린 깃털을 보고 그리 짐작한 것이다.
"뭐라는 거야..."
그는 그 하얀 물체를 피해 가려 옆 걸음 질 쳤다.
잘은 몰랐지만 왠지 그 하얀 물체에 다가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가 책상에 걸려 쿠다당 - 하는 소리와 겹쳐 잘 안 들렸지만 복도 저 멀리에서
탕 -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책상에 걸린 다리가 무지하게 아팠으나 그래도 이곳을 벗어나려 계속해서 걸었다.
그가 걸어갈 때마다 그 하얀 물체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대며 다가왔고,
복도에서 탕 탕 - 하는 소리는 끝없이 들렸다.
'뭐야...이 위기감 조성하는 분위기는..."
그는 괜히 학원에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대던 하얀 물체가 갑자기 눈에서 아니 눈 부위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눈 부위에서 노란빛을 내뿜으며 그에게 달려왔다.
그 물체가 검을 들어 남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찔렀을 때 그는 선천적인 반사신경으로
그 물체의 검을 피했다.
그 검이 박힌 곳에는 깊은 구멍이 파였다.
"저거에 맞으면 살순 있는 건가..."
그가 구덩이를 보며 절망적으로 말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는데 그 미소는 흔히 말하는 최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었다.
그 하얀 물체가 벽에 박힌 검을 빼내고 다시 안광을 빛내며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검을 찌르는 게 아니라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것은 못 피하겠는지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하얀 물체가 내리치는 검을 보았다.
'뭐야..이거 혹시 꿈이야..?'
그는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도 생각났고,
지금 자신이 어디 갔는지도 모른 채 자다가 내일 아침이면 싸늘한 시체가 된
자신을 발견할 자신보다 2살 많은 누나도 생각났다.
'이럴줄 알았으면 누나에게 잘해줄걸...'
그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생각한 순간 복도에서 들리던
탕 - 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그가 눈을 뜨자 하얀 물체는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고 교실의 앞문이
언제 열렸는지 열린 앞문으로 한 여자가 서있었다.
그녀는 길게 기른 머리와 큰 키를 보아 고등학생인 것 같았고, 그녀는 정밀 스코프가달린
카스-카운트 스트라이크-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저격 총을 들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더니 총의 총알을 재 장전하였다.
그녀의 옆으로 아직 연기가 나는 구리빛 총알이 굴러갔다.
"넌 누구지?"
약간 차가운 듯 하면서도 차갑지 않은 목소리였다.
"저는 이 신라학원에 내일 전학올 김현경 인데요..."
현경은 그녀와 총을 번갈아 보면서 간신히 대답했다.
똑딱 - 하는 소리와 함께 교실벽에 걸린 벽걸이 시계가 4시를 가리켰다.
╋ 방과 후 7교시 - 조회시간. ╋
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ㄹ
아침의 해가 올랐고, 학생들의 시계도 7:30분을 일제히 가리켰다.
7:30분. 신라학원의 등교시간이자 모든 원생들.
기숙사 생활하는 - 학원에 다니는 원생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야했다.- 원생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자신들의 건물로 갔다.
김현경도 유유히 주변의 학생들을 둘러보며 중학교 건물로 갔다.
어제 밤에 학교에 와봐서 중학교가 어디에 있는지는 다 알고있었다.
"헤에... 사람도 많지... 이래서 내가 학원에 전학하려 하는 거라니까."
사실 학원은 전학생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전학생을 올해부터 제한하여 받기 시작했다.
현경도 자신이 3학년일 때, 이곳으로 간신히 전학 온 것이다.
가장 먼저 학원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원복을 본다고 한다.
그만큼 학원의 원복이 멋지다는 뜻 이였는데,
과연 원복은 여자는 주황색과 흰색의 적절한 조화.
남자는 남색의 일본풍이 물씬 풍기는 교복이었다.
원생들이 자신의 건물에 들어가기 시작하고,
마지막 원생이 건물로 들어가자, 그 사람이 많던 '세계의 광장'은
정말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세 학교에서 일제히 종이 울렸고, 선생님들이 조회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번에 새로 전학 온 김현경이다."
약간 깐깐한 느낌의 안경잡이 교사가 자신의 옆에 서있는 현경을 3-3 원생에게 소개했다.
아이들은 모두 전학생에 익숙하지 않아 그를 신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거..쑥스럽잖아..이렇게 처다보면...'
김현경이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있자 아예 고개를 밑으로 숙여버렸다.
"음... 너는 저기 빈자리에 앉도록."
그 깐깐한 안경잡이가 그의 자리를 지정해 주자 현경은 옆을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자리. 교실의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그는 가방은 책상 옆에 건 후에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한 여학생을 보고는 그는 뭔가가 생각이 났다.
"어..빨간 머리핀..."
그는 자신의 왼쪽 줄 뒤에서 세 번째 여자아이를 보고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빨간 머리핀이 어제 그가 본 그 머리핀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앉아 있는 건 어제 밤 그 빨간 머리핀과 같이 있던
연보랏빛 머리의 여자아이.
그녀는 혼자 조용히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은 이상한 언어.
아마 로마자 같은 그런 언어로 된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현경이 어제 밤에 본 여자아이들과 지금 자기가 본 여자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앞문이 드르륵 - 하고 열렸다.
"혹시 오늘 전학 온 김현경이 이곳에 있습니까?"
무테 안경을 쓴 흰색 머리의 남학생 - 아마 두발 자유화 같았다. - 이 현경을 찾았다.
그러자 안경잡이는 이유는 물어보지도 않고 교탁 위에 놓여있던 회초리.
거의 몽둥이 수준의 회초리로 김현경이 앉아있는 곳을 가리켰다.
현경은 자신이 지목되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리하고 있던 책을 책상 서랍에 쑤셔 넣고는 앞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 흰머리의 아이가 현경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그가 현경을 데려간 곳은 바로 선도부실.
현경은 순간 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전학오기 전 학교에서는 담배도 몇 번 폈으나 걸린 적은 없었고,
친구들과 술은 마셔본 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그 아이가 이끄는 대로 선도부실로 들어갔다.
선도부실은 커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들어왔고,
그 햇빛은 책이 쌓여있는 책상에 직빵으로 들어왔다.
"음, 수고했어요, 위연군."
갑자기 교실의 끝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경이 돌아보니 노란색 금발의 여자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예."
아마 흰색 머리의 아이의 이름이 위연인 것 같았다.
성이 위이고, 이름이 연인가...
'연이라... 상당히 좋은 이름인 것 같은데...'
현경은 새삼 그의 이름에 감탄하였다.
위연이 나가며 선도부실의 문을 닫자 그 여자 선생님은 화분에 물을 주던
물뿌리개를 화분 옆에 가지런히 놓고는 현경을 향해 돌아섰다.
약간 세모모양의 안경을 쓰고있는 여자 선생님이었다.
"그래요 현경군 앉아요."
"네.."
현경이 그녀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쿠션이 푹신하여 소파에 앉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여자 선생님이 견우와 책상을 마주하고 자리에 앉았다.
책상은 책이 놓여있고, 여러 가지 파일이 껴있어 별로 다를 것은 없었으나,
한가지 이상한 점은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모래시계가 모래가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수시로 색이 붉은 색에서 초록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저기..어떤 일로..저를?"
현경은 전학 온 첫날부터 걸릴 짓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선도부실이란 말에
약간 목소리를 떨며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저번 학교에서 있던 일이 여기서도 적용되나?'
현경은 순간적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여자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색다른 것이었다.
첫댓글 햇빛이 직빵이라... ㅇㅅㅇ... 단어선택쪽에.. 쿨럭...
현경군이었어요? 저는 여자있줄 알았는데..하하..
하핫.... 여자라.. ^^;;;; 현경이란 이름이 여자스럽나요.... ;;;;;
잘읽었습니다.~.~ 허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