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무술 ‘삼보’, 한국 신흥강국팀 부상 우리나라의 태권도처럼 러시아 체육의 국기(國技)인 ‘삼보’가 국내 무술시장의 주류로 편입할 가능성이 보인다.
지난 4일 멕시코시티(멕시코)에서 개최된 ‘범미대륙 국제삼보대회’에 초청된 대한삼보협회 소속 김영남(100kg급), 김민철(74kg급)이 각 체급 16강 토너먼트의 두터운 벽을 뚫고 각각 준우승하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그동안 국내무대에서 불모지와 같았던 러시아 삼보가 국제무대를 통해 힘찬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번 대회는 중남미 지역대회로 지역외 국가는 참가자격이 없었지만 11월 초 국제삼보연맹에서 파견된 코치2명으로부터 제1기 지도자연수를 시작한 대한삼보협회를 국제아마추어삼보연맹(FIAS)과 멕시코대회 주최측이 초정하여 참가가 이뤄진 것이다.
지도자 후보생 교육중인 러시아 코치
처녀 출전한 김민철 선수를 지도하면서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컨디션조절과 몸을 만들어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겸 대표단 수석코치인 김영남(40)씨를 만나 보았다.
Interview ▶ 이번에 좋은 성과를 올리셨는데..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웃음).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물론, 너무도 기쁘고요(웃음). 좋은 결과도 있었지만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느낀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 멕시코대회가 처음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 멕시코대회 전에 작년 11월 러시아 세계삼보대회에 참가했었습니다. 첫 대회 출전이기도 했지만 경험이 없고 실력도 부족했던터라 1회전에 테크니컬 한판으로 패했습니다. 짧은 경험이 무척 아쉬웠던 대회였습니다.
▶ 초청대회라 준비기간이 짧았었는데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 11월 초부터 삼보지도자 연수과정을 위해 러시아에서 파견된 국제삼보연맹 코치인 아스타호프 알베르트(스포츠삼보 담당. 러시아 삼보 챔피온, 러시아연방, 이란, 베네수엘라 삼보 대표팀 코치)와 빅토르 라브킨(컴벳삼보 담당. 87년 세계청소년 삼보대회 챔피온, 러시아 경찰 특공대 코치)에게 지도내용과 더불어 기존에 연마했던 태권도, 합기술, 무에타이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왼쪽부터> 아스타오프 알베르트. 김영남. 빅토르 라브킨
▶ 어려움은 없었는지? - 대회가 열리는 곳이 멕시코 고산지대여서 개최 이틀전에 도착한 대표팀 전원이 짧은 기간동안 현지 적응하는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김민철 선수는 시합 전에 어깨부상을 당해 매 경기 힘든 시합을 해 지켜보는 저로선 마음이 아팠지만, 첫 출전에 아픈 몸을 이끌고 준우승을 해서 같은 선수와 코치입장에서도 자랑스럽고 대견했습니다.
▶ 삼보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 - 몇 년전에 무에타이를 접하고 도장에서 무에타이를 가르치고 있었죠. 문하생 중에 대한민국 삼보연맹회장 비서로 있던 제자의 소개로 삼보와의 인연이 시작된거죠. 그후 2003년 11월 다시 만난 자리에서 대회 참가를 권유받아 출전한 대회가 러시아 세계삼보대회입니다. 대회 참가후, 삼보에 관련된 자료와 정보를 도서관과 인터넷에서 정신없이 찾고 공부했습니다.
지도자 교육생과 대련중인 김영남 코치
▶ 삼보가 충주세계무술축제에 소개된바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데.. - 2002년 9월 세계삼보연맹(FIAS)이 한국지부회장으로 문종금(현.대한민국삼보연맹회장, 세계삼보연맹 아시아지부 회장)회장을 임명함으로써 대한민국 삼보연맹이 설립되었죠. 세계무술축제에 소개되고 있지만 수 많은 세계무술속에서 알려진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이번 대회의 결과가 좋아 생각보다 일찍 국내에 알려진 것은 행운입니다. 현재 삼보의 국내 보급을 위해 그동안 삼보에 관심을 보여준 이들을 중심으로 지도자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에는 제2기 지도자 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아직 삼보가 타 무술에 비해 국내 보급이 부족한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스포츠와는 달리 무술에 있어서는 타국에 대한 국내 견제가 심하기도 하구요. 삼보 수련인구가 적은 만큼 아마추어 대회를 위해 현재 삼보를 수련하고 있는 수련인들을 대상으로 삼보 보급을 위한 프로대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삼보와 컴벳삼보의 오락적인 요소를 잘 활용해서 삼보의 무술적인 모습뿐 아니라 재미도 함께 보여주려고 합니다. 삼보 보급을 통해 수준높은 경기문화와 삼보의 강대국이 되도록 정진하겠습니다.
▶ 내년 2월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삼보대회에는 참가 안 하시나요? - 물론 참가해야지요. 조금이라도 젊을때(?) 경험을 쌓아야지요(웃음). 제자들에게 전해줄 경험이 많다는건 지도자로서 행복한 일이니까요(웃음).
아직 가르치는것 보단 배워야할 것이 많아 행복하다는 김영남 코치. 삼보 국내 개척을 위해 외로운 길을 오늘도 뛰고 있다.
삼보(САМБО)란? 세계에서 맹활약 중인 러시아 격투기 선수들의 주력 무술이기도 한 ‘삼보(САМБО)'는 러시아어로 'САМозащита(자기방어)', 'Без(없다)' 'Оружия(무기)’란 세 단어의 이니셜을 조합한 말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자기방어”란 뜻을 지녔다. 스포츠삼보는 레슬링처럼 매트 위에서 대결하며 메치기 또는 관절기에 의한 한판과 12점을 선취하는 테크니컬 한판, 점수 차에 의한 판정 등으로 승부를 가린다.
FIAS의 명예회장으로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삼보의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52) 러시아 대통령은 유도 유단자에다 삼보, 사격 등 못하는 운동이 없는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문종금 회장, 삼보교류를 통해 한국문화 역전파 의지밝혀
문종금 회장
세계삼보연맹 한국지부장을 맡은 문종금회장은 삼보를 통해 한ㆍ러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문회장은 "러시아의 국기 삼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수활동을 했고 군경에서도 필수적으로 익히고 있는 이 운동에 러시아인들은 열광한다"고 한다. 우리가 아테네에서 태권도 발차기에 환호했듯 그들도 삼보 선수들의 활약을 세계무대에서 보길 원한다고 한다.
"삼보는 합기도와 유사하며, 발차기 주먹 지르기는 물론 레슬링, 유도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을 두루 갖춘 종합무술이다"라고 밝힌 문 회장은 합기도 공인 7단에 태권도 공인 4단의 무술인이자 영화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그는 무술연기 지도로 이름을 날린바 있고, 한국을 찾은 성룡과 같은 홍콩 스타들의 무술지도는 물론 직접 액션연기를 했다고 한다. 그 후 영화감독으로 진출, `싸울아비` 등 10여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며, 액션을 알기에 제대로 된 액션영화를 찍는다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
무술과 함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던 터에 최근 러시아 정부로 부터 삼보의 전령사로 임명받아 그동안 한ㆍ러 관계가 경제 부문을 제외하곤 문화교류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회장은 이런 가운데 에 태권도를 통해 한국을 세계에 알렸듯 러시아도 삼보를 통해 러시아 문화를 알리고 싶어 한다.영화감독이라 러시아 정부가 삼보를 주제로 한 영화를 찍어 보라고 제의를 했왔고, 러시아 정부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삼보 전파에 재정적 지원까지 약속받았다고 한다.
그는 다부진 결심을 하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세계와 교감할 수 있는 토양을 가진 한국의 특성을 살려 한국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만큼 한국의 문화도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는 것. 삼보를 통한 문화 외교를 통해 러시아는 문 회장에게 삼보의 홍보를 맡겼지만 그는 오히려 삼보를 통해 한국 문화를 러시아로 역전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