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子遺跡踏査記(2007.08.11-08.16)
2007년 08월11일 07시20분 대한항공 HL7719호 비행기의 기체는 정확하게 대구공항을 이륙하였다.
나는 좌석번호 33F에 앉아 연신 창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기상예보에는 비가 내린다 하여 일행 모두가 큰 걱정을 했는데 아침이 되니 거짓말처럼 비개인 청명한 하늘은 여인의 화사한 미소 같이 느껴져 출발부터 기분은 상큼하였다.
팔공산 위에는 몽실 몽실 흰 뭉게구름이 두둥실 흘러가고 있었다.
비행기는 평균고도 7,000M 시속 850KM로 날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다시 국제선으로 갈아타고 2시간30분을 소요하여 중국 福建省 하문 공항에 착륙하였다.
여기는 臺灣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항구이다.
그렇다. 하문은 1564㎢ 면적에 인구는 200만 명이고, 1981년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도시이다.
또 아시아에서 제일 큰 술집이 이곳에 있으며, 한국에서는 골프관광을 오는 사람이 많다고 여자 가이드가 말했다.
공항과 연접한 金尙路 양변에는 야자수 나무가 크게 자라 남방 지역임을 증명하고 있었고 하문시의 시화인 봉황 꽃이 빨갛게 곱게도 피어 한국에서 유적답사를 위해 방문한 德將 一川선생님과 열사람의 同行人을 정중하게 고개 숙여 환영하였다.
시내에서 중식을 해결하고 명일의 목적지인 武夷山에 가기 위해 하문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비행기는 두 시간이나 연발 되었다.
이상한 것은 긴 시간 동안 출발이 지연 되어도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중국인의 느긋한 성격을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인은 도박을 좋아 한다더니 대합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연출발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이슬비가 뿌리는 가운데 다소 작은 중국 민항기는 하문공항을 이륙하여 무이산을 향했다.
기내에서 여자 승무원이 먹는 김을 주었다. 그 다음은 대한항공처럼 맛있는 도시락을 주려니 기대 하였는데 그것은 오산이었다.
다만 물 한 병씩을 나눠주고는 끝이었다. 그러나 김은 설탕처럼 달콤하였다.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무이산 원화호텔에 여장을 풀고 석식을 위해 원탁에 둘러앉았다.
패왕별이(용봉탕), 서와(바위 동굴에 사는 개구리)구이, 사슴구이 등 특이한 중국요리가 제공 되었으나 촌놈인 나는 채소류만 골라 먹었다.
밤은 깊어 가는데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일천선생님을 모시고 호텔 밖 노변에서 술을 마시며 내일부터 시작하는 답사가 부디 유익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하며 정담을 나누었다.
그리곤 각자 잠자리에 들어갔으나 나는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길거리를 배회하였다. 거리에는 인력거를 타라고 조르기도 하고 족욕 마사지를 하라고 따라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나를 귀찮게 하였지만 연신 손을 가로 저었다.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목 공예품이었다. 정교하게 연마 된 기막힌 예술작품에 감탄했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침실로 돌아와 내일 주자 유적지 답사를 위해 잠을 청했다.
문인 黃幹(호:勉齋)이 쓴 朱子 행장에 의하면 주자의 祖籍은 무원이며 태어난 곳은 南劍 尤溪이고 우거한 곳은 崇安 五夫里이며 만년엔 건양 考亭에 자리를 정하였으며, 묘소는 건양현 唐石里 大林谷에 있다고 記錄되어 있다.
무척 기대가 된다.
이튼 날인 08월12일, 우리는 朱子 遺蹟地 踏査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침 일찍 남자 가이드 한족 구군이 당도하여 전용버스에 탑승을 서둘렀다.
가이드는 무이산에는 뱀과 서와라는 개구리가 共生하는데 특히 오보사라는 뱀에게 물리면 다섯 발자국도 못가서 죽는다는 뜻으로 五步蛇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온 다습한 기후로 대나무밭에 뱀이 많아 뱀에 물린 환자만 치료하는 전문의원이 있다고 소개하였다.
차창 밖에는 초록의 들판이 전개 되었고, 논에는 벼들이 자라는 곳도 있었고 농부들이 추수를 하는 곳도 있었다. 그것은 벼농사를 사 모작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거의 수작업으로 일을 하고 일 년간 농사를 지은 순이익이 평균 300원 이라고 한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농촌의 실태는 열악하였다.
또한 중국은 산아제한의 인구정책으로 아기를 한명이상 낳을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고 했다.
도로 양편의 풍경 중에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는데, 건축물이 유독 누추하고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우울하게 보였다. 가이드는 그곳을 베트남 난민촌이라 소개하였다. 나라를 잃고 떠돌다 이곳 중국 땅에 정착하여 힘겹게 살아가는 양태는 국가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설명해 주는 교훈으로 가슴에 촉촉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양귀비가 지극히 좋아 했다는 여의주 열매와 도로 옆 길가에서 구입한 포도를 먹었다.
시골길을 한참 달려 주자묘소에 이르렀다.
初入에는 좌측 편에는 대나무 밭이 보였으며 우측 편에는 한국의 신안 주씨 문중에서 세운 비석이 곧게 그렇게 서 있었다.
우리는 팔각정을 통과하여 천천히 묘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좀 이상한 것은 한국에서 찾아온 우리들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묘소는 아늑하고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묘소의 封墳에 잔디는 일체 없고 온통 조약돌로 덮여 있었다. 무수한 묘지를 보았지만 처음 보는 모습이다. 또한 한국에는 비석이 측면에 서 있는 데 여기 주자 묘소에는 사진과 같이 중앙 후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사자 석상과 같은 석물도 보이지 않았다.
동방예의지국 도산 전통예절원 원장 일천선생님께서는 의관을 정히 갖추시고 원칙대로 예를 올리셨다.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었다. 아마도 주자께서도 예학의 대가를 내려다보시고 탄복하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석도 살펴보고 주변의 지세도 나름 데로 유심히 둘러보았다. 주자학을 신봉하고 평소 공경하던 주자의 산소에 참배하는 감회는 한없이 깊게만 느껴졌다.
다음은 考亭書院 입구에서 전용버스에서 내렸다.
이곳은 주자가 만년에 거주 하면서 저서와 강학에 전념한 곳이다.
진덕수, 황간, 채원정 등 한때 고정학파를 형성한 유명한 역사의 현장이다. 고정서원에는 원래 명륜당, 연거묘, 청수동, 취성정, 천광운영정 등의 고건축이 있었으나 근세에 파괴 되고 남은 것은 전무하고 다만 수몰지에서 발견한 것으로 정비하여 그 흔적만 남아 있었다.
명나라 때 세운 고정서원 석방만이 남아 위에는 꽃과 짐승들이 조각되어 정교한 조형이 고건축의 진품 예술을 엿보게 하고 단지 유허지 임을 알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물가의 풀밭 허허 벌판에 외로운 독수리상 한 마리가 처연하게 보였다.
첫댓글 역시우리 송박사님. 중국의 모습이 한 눈에 쑥 들어옵니다.
송은석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제 컴퓨터에는 사진이 안 뜨네요.. 왜 이럴까?? 집에 가서 애들 컴퓨터로 다시 한번 더 도전을... 이미지 없이 글은 읽어 보았습니다.. 뗏목에서의 일천 선생님의 한시 한수... 그리고 약주를 많이들 하셨더군요.. 하하~~ 배움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 보죠... 송은석 올림..
손선생님 수고 많으셧습니다. 답사기를 읽으며 많은 공부를 다시 하였습니다. 손선생님의 넓고 깊은 지식을 통해 미처 보지못한 것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리며...
미화 선생님 늦게 올려서 죄송해요. 그리고 사진 안선생님께 좀 부탁 드립니다.
답사기 대단합니다. 같이 못함이 아쉽습니다. 화보 사진이 필요하니 1편 사진원본을 보내주시면 합니다.
안선생님! 졸필 죄송 하옵고, 사진 원본은 송미화 선생님이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답사 다녔던곳이 다시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현장에서보다 이글을 읽으면서 공부는 더많이 되는것 같네요. 선생님 폭넓은 시각에 놀랄 따름입니다.감사합니다.
시원샘! 답사기간 중 총무업무 보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손 박사님 빡빡한 일정따라 움직이느라 놓친부분까지 자세히 올려주셨네요. 사진도 곁들이고.... 답사기 잘 보았슴니다
손선생님 답사기 올리느라 애 쓰셨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덕분에 공부 많이 합니다.
손선생님 답사기 잘 보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일천선생님께서 한참동안 중국다녀오심으로 제게 약을 올리셔도 짐짓 괜찮은 척했는데 부회장님의 기행문을 읽다보니 괜히 약이 오르긴 하네요. 좋은 경험 오랫동안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우리 부회장님 글 솜씨도 대단하시내요. 아주 사실적으로 사진과 함께 올려 주시니 마치 저도 함께 답사하는 기분입니다. 좋은 답사기 잘 읽었습니다. 권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