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 후기

[깨굴]

조금은 이른아침 어제 밤에 말아 놓은 김밥을 썰어서 도시락통에 조심스럽게 담고나니 출발시간이 다 되어간다
매식을 한다고 공지에 되어 있었지만 글을 늦게 보기도 했고,산행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늦어질거 같기도 해서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유성ic 만남의광장에 도착하니 이십분 남짓 남아서 입구쪽에 주차를 하고 여기 저기 둘러보았다. 끝쪽 화장실 있는곳에 042라는 까페가 새로와 보인다. 음료를 시키지 않아도 되니 쉬어가라는 문구가 정겨워 보인다.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서 스파이크님에게 전화를 하니 다정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편안한 느낌이다.
같이 온 지인분과 어제 과음때문인지 오지 못하신 배낭님을 뒤로하고 출발했다.

여산 휴게소에 들러 김밥과 라면에 고구마도 곁들여서 아로니아와 블루베리를 정성스레 갈은 쥬스와 커피도 함께 먹고나니 오랜만에 너무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 든든해서 산행할때 힘이 절로 날거 같았다.

해가 떠서 따뜻해진 하늘에는 아침에 뿌옇게 남아있던 안개가 사라져 뭉게뭉게 피어있는 하얀 구름이 파란 도화지 위에 또렷하게 보여서 보는 사람의 기분이 절로 좋아지게 한다. 가는길에 눈에띄는 호수가 있어 지도앱을 열어보니 근처에 옥정호가 있었다. (출렁다리가 이날 개통이라고 했는데 미리 알지 못하여 그냥 지나쳐온게 못내 아쉽다.)

가는 내내 까페 이야기며 서로의 근황 이야기며 잡다한 이야기로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어는새 고속도로를 벗어나 고추장의 고장 순창에 다다랐다.

한적한 이차선 도로를 지나가는데 양 옆으로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가 펼쳐져 있어 모두 시선을 향하게 한다. 찾아보니 순창 메타세콰이어길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나무의 수령이 꽤 되었고 야간 굽어진 길이 숲길의 정취를 만끽하기연 충분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서 왼쪽으로 깊은 계곡이 있는 길을 지나쳐 조금가니 텅텅빈 넓은 주차장이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축제가 열리는 듯 하얀 천막이 도로 한쪽 주차장에 줄줄이 늘어서 있는곳을 지나쳐 상가가 도로 양쪽으로 즐비하게 있는곳을 지나니 매표소 앞 주차장이다.

주차를 하고 등산할 준비를 하고 난 뒤에 입구 앞 무인 매표소에서 3명분을 끊었다. 한개만 나와서 몇초간 어리둥절했는데 표하나가 세명분인걸 보고 잠시 내 우둔함에 씁쓸해졌는데 입구에 있는 채도가 각기 다른 다양한 색깔의 단풍에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매표소 앞부터 멀리 펼쳐져 있는 병풍같은 바위에 붉은 옷으로 화려하게 갈아입은 단풍나무와 길 옆으로 가을의 흔적으로 무수하게 덮여진 맑디맑은 물이 흘러가는 계곡이 서로 버무려져 내는 맛은 과히 최고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을거 같다.

병풍폭포까지는 오르막길이 없어 평탄한 길이고 어울리지 않는 아스팔드 길도 아니라서 너무 좋다. 가는 내내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 너무 좋있다. 주위에는 젊은이들도 있고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있고 부모님 손을 잡고 가는 아이들도 많이 보인다.

풍경에 취해 사진찍기에 빠져서 찍고 걷고를 반복해서 갈 즈음 눈앞에 병풍이라는 낱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폭포가 펼쳐져 있었다. 지나가는 모든이들도 모두 가던길을 멈추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가족이 같이 왔는지 아빠에게 포즈를 말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 딸인것 처럼 보이는 젊은 아가씨의 환한 미소가 부럽다. 병풍폭포에서 한숨을 돌리고 다시 갈길을 재촉했다.

가다보니 가려고 했던 코스를 벗어나서 다시 갈림길로 돌아가서 제2강천호수를 향했다. 가던 길쪽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라서 경치도 좋을거 같고 해서 그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에 올때는 꼭 그리로 가리라 마음먹고 주관자 스파이크님이 계획한 코스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호수는 물길을 막아서 제방을 만들어서 생긴 인공 호수였다. 제방 옆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은 경사가 매우 가팔라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꽤나 힘이 들었다. 가파른 계단을 지나면 제방위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그 끝에큰 반대편으로도 가는 등산로가 있다.
호수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서 가는 길은 협곡의 아랏부분이라 그런지 바람 한점 없어서 가파른 길을 올라온 탓도 있고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라 얼굴 전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호수 옆길을 지나와서 산등성이를 오르다가 조망이 좋아 보이는 지점에서 스파이크님이 준비해오신 얼린 사과즙으로 더위를 식혔다. 아래쪽 협곡을 벗어나서인지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하고 사과즙으로 수분도 보충해서 힘을 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앞쪽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만한 능선길이 시작되고 주위에는 키작은 대나무와 참나무류가 주로 보인다. 호수 전까지는 국립공원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한 길이었다면 호수 이후로는 주변 둘레산길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났다.

완만한 능선길을 조금 걷다가 살짝 경사가 있는 오르막을 지나보니 이윽고 강천산 왕자봉에 도다랐다. 아침에 먹다 남은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후식으로는 스파이크님이 가져온 달콤한 젤리로 달달함을 더했다.

깃대봉을 지나서 능선을 한참 걷고나니 조금 가파른 내리막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리막길을 좀 지나서 아까 지나갔던 구장군폭포가 반가이 우리 일행을 맞이해준다.
꽤 오랜시간 혹사시켰던 발을 시원한 계곡물에 담가 열기를 식히고 강천산을 떠나기전 함께 한 기억을 남기고자 무지개가 걸려 있는 구장군 폭포앞에서 인증샷을 남겨본다.

다시 차를 타고 올때는 제대로 즐기지 못한 메타세콰이어길을 한껏 느끼며 늦은 점심을 먹으러 담양 국수거리로 항했다.

담양 죽녹원 앞에 있는 국수거리에는 천변 앞으로 커다란 느티나무 밑에 식탁이 주욱 이어져 있고 길 맞은편에는 국수집들이 손님을 분주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냇가에는 휴일을 즐기며 오리배를 타는 가족들이 많이 있었다.
우리는 멸치국수와 파전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바삭바삭한 퍼전에 멸치육수로 우려내어 만든 국수에 파를 송송 썰어서 만든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에는 비빔국수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마음을 남기고 를 죽녹원을 떠나 대전으로 향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 알차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못가보고 지나쳐온 강천산 구름다리와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을 가보리라 마음먹으며 집으로 향했다.

좋은곳 주관해 주시고 운전하느라 고생하신 스파이크님 감사드려요.

[태풍]

깨굴이
글솜씨와 세심함이
한따구 하는구나 ~ ㅎ

[깨굴]

쓰다가 포기할뻔 마무리는 지어야되는데 너무 오래걸려

[꽃등]

세심한 글쓰기로 강천산을 함께 걷는듯....

[깨굴]

그런느낌으로 쓰긴했어요

[스파이크]

와우 ~~
별것도 아녔던 강천산 기행을 맛갈나게 꾸미셨네,,,
깨굴님표 김밥 꿀맛였구요 오가는길 입담
지인 심심찮게 ㅎ. 여러모로 감사 했어요 ^^

[깨굴]

네 형님 시윈한 사과즙 꿀맛이었어요

[칼잡이]

[깨굴]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