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오전에 나는 카페 게시판에 한 회원님이 올려주신 글을 읽고, 또 그 글 말미에 첨부된 피아노 연주곡을 듣고 나의 누님을 생각했다. 차이코프스키의 '감상적인 왈츠 Valse sentimentale Op.51-6'. 불행하게 병마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차이코프스키의 주제가 시종일관 변주되는 우울하면서도 아름다운 피아노 곡에 한없이 빠져들며 나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누님이 생각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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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옮겨 두 달 가까이 누워 계신다는 누님. 형수에 의하면 면회도 금지되고 있다는 전언이 있어ㅡ코로나 때문에 ㅡ 형편이 나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마음을 다져 먹게 되었다. 면회가 안 된다면 병원 앞 먼 발치에서 누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한식경이나 지났을까. 형수에게서 느닷없는 전화가 걸려왔다.
삼촌 놀라진 마세요.
누님이 오늘 아침 6시 반경 별세하셨다는 전갈이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부터 한층 정신이 또렷해지셨다가 오늘 아침 6시 반경 자는 듯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형수는 며칠전부터 몸소 누님 곁을 지켰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형수. 고맙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잠깐 누님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시간에 누님이 제게 다녀가신 모양입니다.
그러고 나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곧장 누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가족끼리 조용히 누님 빈소를 지켰다. 향년 82세. 누님은 우리 형제 중에 가장 맏이셨다. 자형 돌아가시고 슬하에 자식 하나 없이 혼자 남으신 누님은 자형 돌아가시기 전부터 가벼운 치매끼를 보이셨다.
누님은 조용한 성품이라 요양원에서도 평판이 좋으셨다. 다만 오래 전에 받은 직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용변에 늘 어려움을 겪으셔서 남에게 누를 끼치셨을 뿐이었다. 마지막을 병원 침상에서 보낸 것을 불행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누님은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거의 의식이 없는 채 누워 계시다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부터 마치 촛불이 일시에 타올랐다가 사그라들듯 세상을 하직하셨다고 한다. 형수와 대화도 나누었다고 했다.
그랬으므로 우리 형제는 평온하게 서로를 의지하듯 누님 장례를 치뤘다. 형제 상(喪)으로는 누님이 처음이었으므로 다음 차례를 점쳐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한 세대의 황혼이 저물 시간이 온 것이다. 모두들 평온하고 밝은 얼굴을 했지만 저마다의 마음 한 구석으로는 으례 그렇듯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회한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고인의 죽음을 기다려온듯한 죄책감을 누군들 물리칠 수 있을까. 그래서 차이코프스키의 왈츠는 그토록 나에게 멜랑콜리를 선사했던 것일까.
나는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 산 자들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그런 평행우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누님을 화장하고 돌아온 나에게 작은 누나가 가족여행을 계획하는 단톡방을 열어 초대했다. 누군가 죽어서야 남은 자들의 단합이 가능해지는 것일까. 단톡방에 형수가 오래된 사진을 올려 주었다. 형수가 그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나에게는 누님이 살아 돌아온 것 마냥 반가운 사진이었다.
첫댓글
이젠 ᆢ어느 듯ᆢ
가야할 바로 그 세대가 우리세대라는 것~~~
모두 선남선녀 십니다
왈츠 같으신 누님ᆢ
고개 돌려욧~^^
누님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젊은시절 아름답지 않은 않은 자 그 누구겠는가.. 젊음 그 자체가 아름다움인데...
풋풋한 그시절의 멋진 모습 짱이야~^^
글쓰랴 수고했유 ^^
이놈은
그 시절 뭐했나 몰랏 ㅋ
누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젠 편히 쉬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