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을 끝내는 가장 완벽한 방법 - 25
***
평소 그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몇가지 있었다.
바른.단정.반듯한.깔끔한.자제력 강한....
여자는 처음으로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누운 그를 보는 것 같아 택시 뒷좌석 문을 열었을때 조금 놀라기도 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흐트러진 셔츠 속 그는 팔을 곱게 접어 머리밑으로 넣은채 상체를 자동차 시트위에 올리고 다리를 의자밑으로 내려 자칫 불편해보일 수 있는 자세로 잠이 든 듯 조용했다.
아무런 말 없이 너무나 조용해 여자는 혹시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시고 잠든 후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가 택시 조수석에서 문을 열고 나오며 동윤과는 다르게 너무나 멀쩡한 소희를 보자 더 혼란스러워진다.
아니 왜?
몇일전 동윤의 손끝을 만지며 여자를 훑던 그녀였다.
하지만 여자의 의구심같은 건 크게 상관이 없는것인지 여전히 결좋은 검은 머리카락을 어깨디로 넘기며 환한 미소로 소드의 앞으로 온 그녀가 뒷좌석 문을 여즉 잡고 있는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일단 버리지 않고 주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줍는다 그러면 어째야 하나 고민중이였거든요"
"아..."
"아파트 주소 불러주셔서 좀 놀랬거든요. 혼자 사세요? "
질문 하나를 던져놓구선 소희가 택시 안으로 몸을 쑥 집어넣더니 동윤의 머리를 들고 상체를 밖으로 끌어당기려 애를 쓰자 소드는 순간 어찌해야 하나 갈길 잃은 손만 허공에서 안절부절 상태로 답변을 했다.
"아...네..지금은 사정상..."
"차라리 잘됐네~그럼 제가 집안까지 같이 옮겨드릴께요...허얘가지고 안 무겁게 생겨놓구선 겁내 무겁네요. 역시 남자는 달라요.그쵸?좀 도와주실래요?"
"..네"
소희가 도와달라는 말을 하자 그제서야 소드는 어렵게 동윤을 차에서 꺼내고 있는 그녀에게 가 남자의 몸이 밖으로 나올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차쪽으로 상체를 숙였다.
"얘 내가 만진거 나중에라도 알면 질색팔색 할테니까 소드님이 안아서 들어주세요. 아마 걷는거 정도는 가능할꺼예요"
"?"
닿으면 질색팔색을 한다는 소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녀를 바라보자 어깨를 으쓱거리며 소희가 웃음을 보인다.
항상 소드가 보고 있을땐 그의 팔을 만지고 있던 그녀였는데.
왜 그런 말을...
생각이 많아지는 것과는 별개로 몸을 바깥으로 완전히 나온 동윤이 비틀거리며 서자 소희가 소드의 어깨위에 그가 몸을 기대개 하고 본인도 그의 팔 하나에 힘들 줘 대충 설 수 있게 부축을 했다.
"하아...얘가 술 진짜 잘 마시는데 다른 술에 소주 섞어서 먹이면 정신을 못 차리거든요"
"아..."
어쩐지...
전통주나 맥주나 아무리 마셔도 티가 안 나던 사람이 왜 이러나 싶었더니 또 그런 면이..
여자는 문득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는 정보를 꿰고있는 소희가 부럽기도 하고 두 사람이 생각보다 꽤 오래 알고지낸듯한 사이라는 게 느껴지며 울적해졌다.
그만큼 그가 오랜 기간 바라보고 좋아했었던걸까.
"나중에 한 번 몰래 먹여보세요. 재밌을테니"
"...네?"
동윤을 주워가라던 소희의 전화만큼 소드에게 던지는 말들조차 솔직히 어떤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여자는 혼란스러워 자신의 어깨에 무겁게 기댄 남자의 체온을 느끼면서도 한없이 심난해졌다.
잘되어 가고 있던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한밤중에 자신에게로 던져지는 동윤을 보니 반가운만큼 미웠다.
그럼에도 품안에 그가 들어오니 미움이 눈녹듯 사라져 우스워진다.
자신은 항상 이렇게 마음앞에서 쉽다.
붉은 기색 하나 없이 말간 얼굴이 어깨위로 닿으며 고개를 파묻자 포근한 입술이 바로 닿아 피부에 가늘게 소름이 돋아 목이 움츠러 들었다. 분명 저보다 키가 훌쩍 크니 그 무게감이 상당함에도 소드는 뒤로 밀리지 않으려 애를 쓰며 그의 등을 감쌌다.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던 소희가 잠시만 온전히 맡고 있으라는 말을 하곤 택시안으로 다시 몸을 넣어 카드로 택시비를 결재 한 후 뒷좌석 문을 닫고 두 사람에게 걸어왔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온몸에 뒤집어쓴듯 갑자기 목이 메어왔지만 소희가 꽤 장난스런 표정으로 옆으로 오자 되도록이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굴기 위해 괜히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궁금했던 걸 겨우 입밖으로 꺼내본다.
"근데...왜 저한테.."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논리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 상황일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소희는 왜 잘 되어가고 있는 남자를 주워가라고 자신에게 연락을 한것일까.
"?"
"두 분...사귀는거..."
"어우~소름~! 얘랑 저랑이요? 어우..동윤이가 알면 기겁할껄요? 뭐...그런 뉘앙스를 풍기려고 의도한 바도 없진 않지만 사귀다뇨?!"
소름?
어떤 의미지?
단어의 선택이 너무나 의외여서 더 질문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일단 그를 안으로 들여놓아야 할 듯 해 소드는 아파트 쪽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흔들리는 여자를 도와주고자 소희가 동윤의 팔 한쪽을 들고 몸무게를 나누자 숨이 막힐 듯했던 압박감에서 겨우 벗어나 걸어가자 그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다행히 다리를 움직여준다.
다행히 소드가 1층에 내려온 상태로 엘리베이터는 정지되어 있는 상태라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가 있어 여자는 층 넘버를 누른 후 벽쪽으로 몸을 기대며 이제 이마위로 삐질 나오기 시작하는 땀방울을 느끼며 다시 자신의 목에 고개를 파묻고만 있는 동윤에게 시선을 슬쩍 돌려보았다.
당췌 정말 정신이 없는건지.
그의 입술사 이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와 몇개 풀린 셔츠 단추가 확실히 평소보다는 느슨해보이는 분위기가 있어 여자는 괜히 심장이 울렁거린다.
"진짜 결혼하세요?"
"네?"
"아니..결혼하시는 거면 축하는 하겠는데....진짜 얘한테 미련 없이 결혼하시는 맞아요? 전 당연히 동윤이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쪽 대표님이랑 결혼한다고 하셨다길래 좀 놀랬거든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소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감출수가 없었고 그에 소희는 오히려 더 신이 나 보인다.
그러고보니 서준이 결혼한다고 녀석에게 말했다고 했었는데 그걸 그녀가 어찌 알고있는것인지.
"무례한 질문인건 알겠는데 그냥 궁금해서요. 마음 따로 몸 따로...그럴 분 같아 보이진 않았거든요"
"?"
그럴분?
"아..좀전에 제 발언 무례했죠??죄송합니다. 우린 그런것만 닮았어요~"
우리? 닮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말들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고심하는 사이 어느새 도착층을 알리는 벨소리가 나고 여자는 다시 끙 거리며 소희와 아파트 복도로 나와 힐끔 서준네 집 대문을 살피며 최대한 조용히 걸음을 옮겨 도어락 앞으로 가 섰다.
동윤도 꽤 비틀거리는 걸음이긴 하지만 소희가 함께 무게를 나눠 그런지 무사히 집안까지는 들어갈 수가 있었고 현관앞에 서니 여자는 아주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 거실에 들어가기전 방문을 열고 익숙한 본인의 침대위에 그를 올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오빠나 부모님 방에 뉘일순 없으니.
그러고보니 그가 자신의 침대위에 올려진 건 두번째인것도 신기했다.
서준의 말대로 이 남자에 대해선 심각할 정도로 방심하고 있는게 맞다.
옅은 연초록색 이불위에 폭신하게 감싸 눕혀진 그를 보니 이런 밤을 생각해보질 않아서인지 온갖 감정들이 뒤섞인다.
갑자기 자신의 삶에 파고들더니
어느날 사라져 버린...
좋아하는 여자랑 잘되서 이젠 보지도 못할 줄 알았던 그가.
문득 아직 더위가 남은 날씨탓인지 등까지 땀에 젖은 상태로 꽤 끈적임을 느끼곤 소희의 상태도 보기위해 고개를 돌리자 그녀 역시 땀이 꽤 난 것인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콕콕 찍어낸다.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여자가 보아도 아름다워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그리고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제가 원래 이렇게 막 무례하고 그렇진 않아요. 상대방이 너무 맘에 들면 조금 심술맞아질때가 있는데 저랑 동윤인 그런면이 유독 좀 닮아서 언니가 맨날 혼내거든요"
"?"
언니?
"제 조카예요. 동윤이"
"...네?"
여자는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가 꽤 높은 음으로 입 밖으로 튀어나와 순간적으로 본인도 놀랐다.
아니.그런데 그럴만 한 상황 아닌가?
"동윤이가 이 말 한거 알면 싫어하긴 할텐데 계속 오해하게 둘 순 없어서요. 전 동윤이 이모.우리집이 좀 많~이 복잡해서..."
그럼...동윤이가 좋아한다는 여자가...아니란 건가.
여자는 머리속이 혼란스러워 잠시 어지럽기까지했다.
그를 데리고 오면서 힘도 많이 소진했고 현재 받아들이는 정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터라 솔직히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녀가...동윤이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꿈,
"그래서 저 녀석도 좀 속이 많이 복잡했을 거예요.소드님은 결혼을 하고 싶어하니"
"........."
"하아...그럼...이모는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방문 밖으로 나서며 현관으로 가 신발을 신는 그녀를 보며 소드는 이 순간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건지 고민이 되어 손끝만 만지작 거리며 망설였다.
동윤을 주워가라질 않나...
집안까지 데려다 주질 않나.
"사실 우리 언니가 딱히 좋아하진 않을꺼예요. 저 녀석 워낙 애지중지 키워서..."
"........"
어떤 의미인지 알기때문에 여자는 고개를 숙여 붉어지는 뺨을 숨겼다.
"그래도 주워주셔서 감사드려요. 제가 얘랑 같이 컸는데...저도 처음 보는 모습이라"
"......."
"암튼 깨어나면 대화 좀 나누세요.저는 가보겠습니다"
올때처럼 씩씩하게 소희는 문을 열고 나갔고 마중을 하려 나가려는 여자를 막으며 괜찮다는 그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마치 몇분간의 일들이 애초에 없던 시간이였던 듯.
여자는 그제서야 현실인지 꿈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가 침대쪽으로 가 자신의 이불 위 동윤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보고싶었던만큼 그의 존재가 낯설고 곤혹스러웠다.
***
잠결에 무언가가 뺨위를 부드럽게 지나가는 감촉에 여자는 끄응 거리며 베개속에 파묻혀 있던 얼굴을 슬쩍 돌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올렸다.
푹신한 침대위에서 서서히 잠에서 깨고 있지만 아직 밖이 어두워 순간적 판단이 조금 늦는다.
여즉 꿈을 꾸고 있나.
분명...
간밤에...
그제서야 여자는 어둠속에서 마주친 눈동자를 마주보고는 다시 베개 안으로 고개를 숙였다.
민망함과 비례하는 긴장감.
몇주만에 마주치는 장소가 하필이면 자신의 침대위라니...
그가 언제 깬 것인지 나른한 눈을 깜빡이며 한뼘 거리에서 여자를 응시했고 조금 전 뺨위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 그의 손인듯 부드럽게 이마를 거치고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여자이 턱끝에서 망설이듯 서성이다가 목덜미 뒤쪽으로 가 손이 머리카락속으로 파묻힌다.
곤히 자던 그가 혹시나 깨서 몰래 사라져버릴까 옆에 누웠던 것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같이 잠들고 말았던 것이였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지 마요"
여기가 어디인지
혹은 당신이 왜 여기에 있냐 등등의 질문들이 리스트에 있었다.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첫마디였다.
그럼에도 옅은 알코올 냄새가 남아있는 그가 내뱉은 말에 여자는 기묘한 행복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서준이 했던 말을 조금이라도 신경쓰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이유로 기쁘다니 여자는 그가 잠시 미워지고 만다.
그리고 소란스러운 속내를 그는 모르는 듯 코끝이 닿을 거리까지 천천히 다가와 나즈막히 속삭였다.
"나 좋아하면서...왜"
이미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에 여자는 순간 귀까지 열기가 오르는 것을 느껴 가슴앞에 모아진 손으로 그를 슬쩍 밀어냈다. 생각 같아선 더 힘껏 밀어내고 그런것이 아니라며 매몰차게 바로 일어나 나가버리고 싶지만 목덜미를 쓰다듬는 손길에 이성이 마비되어 생각을 깊게 할수가 없었다.
그가 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주무르고 만지고 간지럽히자 평소엔 신경조차 쓰지 않던 목이 한껏 예민해져 여자는 분명 그에게 할 말이 많았었던 것을 생각해내려 애를 썼다.
호흡이 빨라지며 점차 논리적으로 생각을 하려던 것이 희미해지고 있을때쯤 그가 조금은 다급하게 여자를 바로 눕히곤 위로 올라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손을 잡아 조심스럽게 옆으로 밀어낸다.
비슷한 자세로 그를 바라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등 아래가 푹신하다는 점과
몸 위에서 위압감을 주는 그의 표정이 낯설어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일 같았다.
간간히...서준과 마주할때마다 보여주는 메마르고 시니컬한 표정.
그럼에도 뜨거운 숨.
"안된다고 말해요..."
"?"
말뜻을 모르겠다는 듯 올려다보자 동윤이 고개를 천천히 숙여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듯 거리가 좁혀와 여자는 물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설레임때문에 숨이 막혀 혼란스럽다.
무엇을 안된다고 말하라는걸까.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며
그럼에도 왜 이렇게 괴로워 보이는건지.
"나는 술을 마신 걸 핑계 삼아 변명을 할테고..."
".....?"
"....자제력따윈 남아있지도 않은데다가...."
"........"
"몇일 동안 당신 생각만 해서 돌아버리기 직전이니까..."
마지막 말을 내뱉는 동윤의 입술밖으로 잔뜩 고조된 숨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왔다.
왜일까.
여유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인양 다급하게 굴고 또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는듯 몰아세운다.
돌아버리기 직전이라니.
이주간 연락 한번 없더니.
그는 당연히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마치 모르던 사람인 듯 홀로 내버려두던 사람이 왜....
"이성적 판단으로는...내 마음을 받아줄 상황이 안된다는 것도 잘 알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거 폭력이 될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
"결혼하는 거 내가 막을 수 없다는 거 아는데....."
"........"
"나한테 오면 안되요? 나는 애가 타 죽을 것 같은데....그 사람말고..."
설마...
여자는 검고 어두운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숨을 잠시 멈추었다.
남자의 흐트러진 평정심에 조바심이 밀려들어 겨우 입을 뗐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면서요"
여자의 말에 그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곤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왜...그 여자가 당신일 거란 생각을 조금도 안 하는거예요"
당혹스러우리만큼 호흡이 흐트러져 여자는 머리가 빙글 도는 느낌이 들어 순간 눈을 감았다.
세상이 크게 원을 그리며 한바뀌 돌다가 다시 심연으로 쿵 떨어져 모든게 부서진 듯 혼란스럽고 현실감조차 없는 느낌이라 잠시 숨을 고른 후 천천히 눈을 떠 그를 올려다보았다.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미 달아오른 상태인 듯 그의 몸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고 소드의 손을 옭아매던 손가락 끝이 옆으로 옮겨져 여자의 티셔츠 끝에서 서성인다. 금새 그 안을 파고 들어올 듯 의도가 너무나 명백해 여자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그의 발언을 확인하고 싶어진다.
"후회할 일은 안 하는게 좋다면서요..."
전에 여자에게 했던 말 그대로
그를 조금 골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 동안 마음 고생을 한 것에 대한 보복 심리.
자신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행동을 했었다는 게 솔직히 무엇보다 맘이 상했다.
심지어 동윤도 좋아하는 여자가 본인이라는 건데.
도무지 왜 몇주간 냉랭하게 굴었는지 이해조차 되지가 않자 순간적으로 요령없는 심술이 불쑥 튀어나오고 만다.
"아침에 저 문을 나서는 순간...상황이 나빠질수도 있어요"
서준이 바로 옆집에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니 그도 바로 알아들었을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안된다고 얘기주세요. 박서준 대표랑 원하던 결론이 났다고..결혼할 사람 있으니까 이러면 안된다고"
자제력에 기대어 참는 듯 했지만 꽤 힘들어 보이는 동윤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이 목안으로 삼켜졌다.
그와 보냈던 밤이 떠올랐고 그것만으로도 아랫배가 뻐근해져 허리가 움찔거리며 다리사이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걸 내려다보는 동윤의 긴 속눈썹 아래 그늘진 눈동자가 깊고 어두워져 오고 있는 걸 보니 그 역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모양인 듯했다.
"아니면 나는 상황이 나빠질 쪽으로 갈거니까"
나쁜쪽?
"지금 안된다고 말해요. 그럼 그만둘께요. 당신만....안된다고 하면 되요"
더 이상 참는 것이 힘겨운 듯 뜨거운 숨이 어느새 여자의 입술 바로 위까지 다가왔고 건조해진 입술이 닿을 듯 말듯 아쉬운 거리에서 자극을 주며 어느새 그의 손가락 끝이 티셔츠 안으로 들어와 땀이 조금은 밴 거친 촉감은 흔적을 짙게 남기며 갈비뼈위 여린 피부를 지나가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자극.
그를 좀 더 골려주고 싶은데 이미 마음이 완전 기울어버린 여자는 침대위에 얌전히 두고 있던 손을 들어 동윤의 옷 소매쪽 팔을 쓰다듬었다.
바다에서 함께 밤을 보낸 후 꽤 오래 꿈을 꾸게 만들었던 뜨거움이 손안에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가 입술밖으로 흘러나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다행히 그는 억눌린 충동을 참아내느라 힘들어서인지 눈치를 채지는 못한 듯하다.
"좀 더 명확하게 말해주세요"
"........"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마음 고생을 했던 만큼,누군가를 질투했던 시간만큼 그에게 보상받고자 하는 심리도 있었다.
아니면 아직 믿기지가 않아서.
너무나 행복해서.
일부러 천천히 둥글게 굴리며 손끝을 돌리자 그의 근육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느껴져 여자는 그것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매끈하고 탄탄한 피부가 뜨거웠다. 그의 열기가 전해지면서 자신도 발끝까지 체온이 급격히 오르는 것 같았다.
그에 낮고 거칠어진 목소리로 그가 속삭였다.
"내가 좋아한다는 말도 못하고 주변을 서성였던 사람은 당신이예요"
"........."
"그러니 결혼하지 마요"
그 말을 끝으로 그가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듯 입술을 겹쳐왔고 건조하던 입술이 타액에 젖어 부드러워져 농밀하게 부딪히자 여자는 손을 옮겨 그의 어깨 사이로 파고들어 목을 끌어당겼다.
쪽 빨아들이며 입술위를 온통 잠식한 입맞춤은 기억하는것만큼 달았고 경험해보지 못한듯 아찔했다.
놔주지 않을듯 입안을 샅샅히 핥던 그가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잠시 입술을 때어낸다.
무게감은 더해지고 여자의 몸을 감싸던 팔힘이 조금 거쎄어졌다.
침착하고 평온하던 남자는 사라지고 조바심이 가득찬 눈빛만이 남아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근데 이젠 상관없어요. 나한테 더 넘어오든 말든...내가 안 놓아줄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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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좀 많이 늦게 왔긔
그래도 내용상(?) 밤에 읽는게 더 좋지 않냐긔 ㅋㅋㅋㅋㅋ
그럼 다음을 기약하며 굿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 들숨에 건강과 날숨에 재력을 얻으세오 ㅜㅜㅜ 진짜 최고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