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장들의 ‘가난 탈출’ 성공기 |
철저한 창업준비와 사회연대은행 도움 ‘결실’ … 웰빙빵집·천연염색 등 업종 차별화도 ‘주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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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율 100%, 폐업률 0%’. 출범 20개월을 맞은 사단법인 사회연대은행은 ‘함께 만드는 세상’(이사장 김성수)이 튼실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델이 된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상환율은 98%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회연대은행 고객 중 상환금 납부에 실패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창업자금을 지원받은 45개 점포들 중 폐업신고를 낸 곳 또한 단 한 군데도 없다. 가난한 이들의 자활을 돕자는 취지로 2003년 2월 설립된 사회연대은행은 1인당 최고 1000만원까지 창업자금을 빌려준다. 6개월 거치 30개월 균등분할 상환을 조건으로 한 무이자(무담보) 대출이다. 가난해야만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문턱이 낮은 은행이지만, 굳건한 자활의지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은행이기도 하다.
총 45개 점포 중 ‘잘나가는’ 4개 점포 사장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 ‘10억 벌기’가 아닌, ‘제 힘으로 살아가기’를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청소대행업체 ‘깔끄미’, 우리밀 제과점 ‘밀밭풍경’, 천연염색업체 ‘반짇고리’, 그리고 꽃바구니 배달업체 ‘꽃다지’. 이들의 성공 스토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남편 같은 건 안 키워요”라며 ‘깔끄미’ 사장 김경희씨(47)는 웃었다. 그는 혼자 딸을 키우는 여성 가장이다. ‘깔끄미’의 다른 두 사장도 이혼했거나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밀밭풍경’ 조명순씨(43), ‘반짇고리’ 김순자씨(44)도 생활고로 남편과 이혼한 여성 가장들.
대출금으로 창업 밑천 … ‘돈벌이’보다 ‘홀로서기’에 목표 ‘꽃다지’ 신옥자씨(36)도 3년 전 세상에 맞서 홀로 서야 했다. 생활을 위해선 당장 돈을 벌어야 했지만, 가정주부였던 이들은 별다른 지식도 기술도 없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건 식당일이 고작이더라고요.” 신씨는 방 한 칸의 보증금을 마련할 때까지 식당에서 먹고 자며 일해야 했다. 몸이 약한 조씨는 한 달 식당일을 하면 두 달 드러눕기 일쑤였다. 때문에 돈은 잘 모이지 않았다. 남보다 잘할 수 있는 일, 남에게 기대지 않아도 되는 일,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일. 그런 일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컸다.
자활후견기관은 ‘전문분야 개척’에 대한 여성 가장들의 욕구를 잘 이해해줬다. 3명의 ‘깔끄미’ 여성 사장들은 서울 구로자활후견기관에서 2년 동안 바닥 광택, 왁스 작업, 카펫 청소 등등 다양한 분야의 청소일을 익혔다. 지난해 8월 ‘깔끄미’를 창업한 이후 꼼꼼한 청소 실력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11월 처음 바닥청소를 맡게 된 서울 방배동 고급 중식당 ‘함지박’은 이제 ‘깔끄미’의 주요 고객이다. 함지박 관리인 임병혁씨는 “‘깔끄미’는 이름 그대로 정말 깔끔하다”며 “엄청 바지런한 아줌마들”이라고 추켜세운다.
‘밀밭풍경’ 조명순씨는 4년 전 정읍자활후견기관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제빵학원을 다니게 됐다. 처음으로 기술을 배운다는 기대에 설레ㅆ다.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도 배웠다. 제과점을 시작하려고 하자 자활후견기관은 “우리 밀만 사용하는 웰빙 빵집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우리 농산물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다른 제과점들과 차별화하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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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가 이 정도 성공에 만족했더라면 아예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당분간은 매달 100만원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저축하기로 했어요. 사업 규모를 더욱 키워나갈 겁니다.”
쉬운 일은 없다. ‘깔끄미’ 김경희씨는 6월 청소하다 미끄러지는 바람에 뇌진탕으로 10일간 입원해야 했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려 바깥 유리를 닦는 위험스러운 일도 해내야 한다. 천연염색을 하려면 물을 100℃로 팔팔 끓여 옷감을 삶고, 널어 말리고, 또다시 삶는 작업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올해 여름에는 더욱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즐겁다. 내 사업이고, 남들보다 내가 훨씬 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밀밭풍경’ 조명순씨는 “반죽이 무척 무겁지만, 내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어줄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절로 솟는다”며 웃는다. ‘꽃다지’ 신옥자씨는 “꽃 선물받고 기분 나쁜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평소엔 전기세, 수도세 낼 걱정을 하다가도 꽃만 잡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져요. 꽃바구니를 선물받고 좋아할 사람을 생각하면 저도 꽃처럼 활짝 웃게 돼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행운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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