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피리로 간 까닭은?
해마다 사람없는 경북 봉화 임기, 분천 냇가에서 우리 가족들만 야영을 하며 여름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고, 며칠 냇가에서 지치면 안동의 시원한 호텔에 머물러 귀한 손님대접을 받을 수 있어 여행자로서의 낭만을 느낄수 있어 좋았었는데..
어느새 차가 늘고 시골길이 포장되면서 그곳에도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 여름은 지도를 보고 깨끗한 물이 있고 여태 가보지 못한 가장 오지일 것으로 생각되는 울진군 서면 왕피리를 휴가지로 선택하고 4 식구가 들어갈 큰 텐트를 장만하고 측지사에 가서 1: 50,000 의 울진, 소천의 지형도를 샀다.
당시 internet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어느 백팩커의 트레킹코스로 왕피리 소개와
한농유기농 농장이 있다는 글 2가지 밖에 없었고 신문에 나온 관련 기사도 전무했다.
때마침 불기 시작한 환경,생태 교육에 대한 관심에 맞춰 1급수에는 어떤 종류의 고기가 살고, 한국의 야생 동식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아이들에게 미리 공부를 시켰는데, 결국 공부는 내가 했고 아이들은 하루 종일 물놀이에만 정신이 팔렸었다.
2000년 8월 5일,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영주에서 36번 국도를 이용해 분천쯤에서 1박 하려던 계획을 고속도로에 나온 수많은 차량들 때문 경산에서 나와 경치 좋은 안동 임하호옆의 모텔에서 1박 하는것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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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청량산 동쪽을 지나 담배밭 이며 고냉지 채소밭 사이로 난 한적한 산촌마을 길 (935,933번 지방 도로)을 따라 왕피리로 가는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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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적인 고립으로 생긴 이름-왕피리
1) 고려 공민왕이 중국의 홍건적 (데모하는 사람들처럼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백련교도,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우는 계기가 됨) 의 2차 침입때 이곳 까지 피난 왔다는 설에서 유래된 지명이라는 것과
2) 삼국시대 이전 삼척지방에 있었던 실직국이라는 군장국가 (한반도에 나타난 최초의 부족국가들)의 왕이 강릉지방에 있었던 예국의 공격을 받고 이곳으로 피난을 왔다는 설 등이 있는데...,
3) 어느 왕과 관련된 이야기인지 모르나 오는 길의 고개가 하도 높아 울고 넘었다는 통고산, 호위 군사가 머물렀던 곳 ‘병위’, 임금이 조회하던 곳 혹은 쉬던 곳‘임광터’, 군량미 창고가 있었던 곳 ‘거리고’ 등의 지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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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으론 왕이 여기까지 왔다면 그건 피난이 아니라 도망이다.
며칠 먹을 것 싸들고 여름에 피서 올 곳이지 피난 올 곳은 아니다.
먹을 것이 없어 버티지 못하고 누가 들어온 길 막아버리면 나갈 수도 없다.
지금도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이곳인데 여기서 조회(meeting)를 한들 어떻게 지휘권을 행사 할 수 있었겠는가?
1361년 홍건적의 2차 침입 때 공민왕 일행은 그해 11월, 안동으로 피난 오는데도 1달이 걸렸다. 노국공주는(공주가 아니라 공민왕의 처) 물에 발도 못 담가 안동지방 부녀자들이 ‘놋다리’를 만들어 건네주고 했는데 이들이 추운 겨울에 이곳에 올 리 만무했다.
기록에 의하면 왕은 1362년 2월 개성으로 돌아갔다.
2000년 전 실직국왕은 길이 없어 올 수 없었다면 여기가 왕의 피난지가 아니라
왕(往)피(避暑)리.
이곳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1. 차타고 가는 길 봉화에서 울진 불영계곡 가는 36번 국도를 타고가다 삼근 초등학교 지나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다리를 지나면 왕피리 가는 길로 접어드는데, 여기서부터 지도상 직선으로 4-5km 이지만 비포장 산길(약 17KM)은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아래 사진 : 시민일보)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r.img.blog.yahoo.com%2Fybi%2F1%2F22%2F9a%2Fbada8664%2Ffolder%2F14%2Fimg_14_129_2%3F1127924067.jpg)
이 길이 원래 임도(산판길)이었는지 광산을 위한 길이였는지는 모르나, (박달재를 지나 산판길의 삼거리 갈림길 오른쪽 방향의 통고산에 광산이 있었다) 1:50,000 울진 지형도를 보면 등고선과 나란히 길이 붙어있다.
실제로 차 2대가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좁고 꼬불꼬불하고 내려다보면 아찔한 낭떠러지다. 사방으로는 수십미터로 쭉쭉 뻗은 붉은 껍질의 금강송이 빽빽하다.
춘양목이라고도 하는 이 소나무는 일제 때 철도가 놓여진 봉화 춘양지방에는 수난을 당하였지만 이곳은 그대로인데 깊은 산속에서 햇볕을 구경하려면 키가 4-5배는 커야 하는 게 맞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r.img.blog.yahoo.com%2Fybi%2F1%2F22%2F9a%2Fbada8664%2Ffolder%2F14%2Fimg_14_129_4%3F1127924067.jpg) 사진출처 : 시민일보
고개를 넘어 골따라 조심조심 내려오면 마을이 나오는데 어느 종교집단 시설물이 그 들만의 왕국인 것처럼 다리건너에 자리를 잡았고 바로 윗동네 거리고가 왕피리다.
지도상의 점선은 차가 못가는 소로인데 여기서 더 올라가면 오지마을 한천이다.
우리가 갔을 때 그 부근에는 왕피천 상류인 영양군 수비면 송방마을에서 이곳 왕피리를 연결하는(약10㎞) 도로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더러 산사태가 난 임도가 미소나 눈에도 띄어 방학 숙제에 ‘사진과 함께 떡 하니 자연파게(?)의 모습’ 이라고 적어 놓았었다.
이곳에 오니 5-6식구의 휴가객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한 우리는 점심을 먹고 아랫동네인 속사라는 지도상의 이름의 장소로 옮겼다.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r.img.blog.yahoo.com%2Fybi%2F1%2F22%2F9a%2Fbada8664%2Ffolder%2F14%2Fimg_14_129_8%3F1127924067.jpg) 거기서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큰 텐트를 치고 2박 3일간 야영을 했는데..
하루 종일 맑은 물에서 고기잡고 돌다리 놓고 노는 아이들 (할 게 없다. 라디오, 핸드폰 아무것도 없으니까..)은 식사준비며 설거지도 돕고 밤이면 강가의 나무를 주워 모닥불을 만든다. 이렇게 여기사는 사람들처럼 환경이 어려울수록 공동체 생활에 쉽게 익숙해 졌고... 골이 깊어 손바닥 크기로 보이는 밤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졌다. 아침 저녁으로 농가에 올라가 식수를 얻어 왔는데, 그때 만나는 사람들 마다 우리에게 묻는 말이 다들 한결 같이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요??" 였다.
휴가가 지난 후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왕피천 하류지역인 수곡리(이상향을 찾아-울진 참조)에 온천개발을, 우리가 머물렀던 왕피천 중간 속사에는 댐 건설 예정이라 발표를 했었다던데...
지금도 왕피리를 최고의 여름휴가로 생각하는 아이들의 소중한 추억이 수몰될까 싫기도 하지만 정말 누가 이런 곳에 댐 건설을 원할까? 라 생각한다. 또 지역개발 명분으로 온천을 만들었던 곳들은 지금은 어떤 모습들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2. 걸어서 가는 길(트레킹코스) 1)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서 송방을 지나 장수포천을 따라 13-4km의 트레킹코스
2) 왕피천 하류 구고동(구산 3리)에서 물길을 거슬러 오는 10KM (5시간정도 소요) 의 백팩킹코스로 계곡 여러 군데 모래톱과 바위, 절벽의 소나무등
계곡의 모습이 자연 그대로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kr.img.blog.yahoo.com%2Fybi%2F1%2F22%2F9a%2Fbada8664%2Ffolder%2F14%2Fimg_14_129_3%3F1127924067.jpg)
Updated 정보
1. 36번 국도상의 삼근리에서 왕피리 가는 길(우리가 갔던 길)이 포장되었다. (2005년 8월 예정)
2. 왕피천 상류인 영양군 수비면 송방마을에서 울진군 서면 왕피리까지 도로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확인은 못했지만)지금쯤은 완공되었을 수 있다.
왕피천을 생각하다. |
첫댓글 내가 가고 싶은 곳...5위 안에 드는 곳인데...언제 기회가 되어 가볼라나...가고 싶다...
나두 가고 싶은 곳인데... 언제가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