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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 직후에는 큰 회사를 몇 개 잃어버리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룹이 흑자 기조로 돌아섰고 올해부터 안정 기조를 벗어나 다시 성장을 지향할 생각입니다.”
지난 8월 1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도원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박노희(72) 통일재단 이사장은 올해 통일그룹이 성장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3년 설립된 통일재단은 현재 통일그룹 산하 13개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조직. 박 이사장은 지난 4월 문국진 이사장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문국진씨는 통일교 창시자인 고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4남으로, 당시 그의 퇴임은 문선명 총재와 그의 부인 한학자씨에 맞서왔던 3남 문현진 UCI 회장과의 소송에서 패한 책임을 진 것으로 해석됐다.
문국진 이사장의 퇴임은 작년 9월 3일 세상을 뜬 문선명 총재의 뒤를 이어 통일교를 이끌고 있는 한학자 총재의 친정체제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실제 한 총재는 문 총재의 후계자로 지목돼 교회를 이끌었던 7남 문형진씨도 미국으로 보냈고, 7남의 후임으로 측근인 양창식(60)씨를 지난 5월에 임명했다.
양창식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한국총회장과 함께 한학자 친정체제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박노희 이사장은 문선명 총재의 최측근인 박보희(83) 한국문화재단 이사장의 친동생이다.
통일교의 비즈니스 부문인 통일그룹은 문선명 총재 사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룹의 현주소가 주목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문선명 총재 사후에도 그룹 경영이 순탄한지가 세간의 관심사였다.
특히 작년 10월 통일교가 상당한 돈을 들여온 국제축구대회인 피스컵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자 그룹 경영이 이전과 달리 힘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았다.
박노희 이사장은 올해 통일그룹이 오히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IMF 직후 한창 어려울 때는 1년에 200억~300억원씩 결손이 났습니다.
하지만 전임 문국진 이사장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면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다시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바뀌었지요.
이건 통일그룹 50년 사상 획기적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전에는 비전문가적인 기업 경영으로 인해 느슨한 경영이 많았습니다.”
통일그룹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 2744억원에서 2904억원으로 늘고, 영업이익은 48억원에서 154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강원도 평창군 용평리조트 등의 분양 사업에서 매출(288억원)과 영업이익(82억원)이 작년(매출 155억원, 영업이익 14억원)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현재 통일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실적을 보면 일화(매출 648억원, 영업이익 56억원), 세계일보(매출 184억원, 영업이익 12억원), 용평리조트 운영부문(매출 488억원, 영업이익 6억원)이다.
이어 일상(매출 90억원, 영업이익 -11억원), 선원건설(매출 484억원, 영업이익 8억원), 일신석재(매출 178억원, 영업이익 1억원), TIC(매출 227억원, 영업이익 -4억원) 등이다.
박노희 이사장은 “세계일보만 하더라도 과거에는 1년에 재단에서 200억원 이상 지원해야 생존이 가능했던 조직이었지만 이제는 대대적인 비용, 인력 절감을 통해 흑자조직으로 바뀌었다”며 “문국진 이사장이 잘하고 물러났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이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자신의 역할이 좀더 공격적인 성장 경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전 2020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문선명 총재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100% 달성은 못하더라도 문 총재가 이루려던 뜻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통일그룹은 비전 2020을 지원하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매출과 이익을 지금보다 3배로 키울 것입니다.
다른 기업의 인수합병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박 이사장은 “성장에 역점을 두는 것과 함께 창의 혁신 경영과 투명 경영도 제가 취임해 강조하고 있는 방침”이라며 “하반기에 세울 내년도 사업계획에는 이러한 경영 철학이 반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현재 통일그룹의 주요 사업 영역은 일화를 중심으로 한 인삼·제약·음료 부문이다.
인삼은 문선명 총재가 생전에 “세계인의 육체적 건강을 담보하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라고 강조하며 일찌감치 사업에 뛰어든 분야.
통일교 조직을 활용한 전 세계 판매망으로 일화인삼은 한때 브랜드 1위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정관장에 1위를 빼앗긴 상태다.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인 초정약수를 갖고 있는 일화는 한때 맥콜신화를 탄생시키며 음료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기도 했다.
박 이사장이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기업”으로 꼽은 일화는 최근 제약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존의 경기도 구리시 공장을 떠나 강원도 춘천시 동내면으로 옮겼다.
280억원을 들여 연면적 1만1600여㎡ 규모로 지어진 이 첨단 공장은 우수의약품 제조 관리 국제규격인 GMP 요건을 갖추고 전문의약품과 인삼제품 등을 생산하게 된다.
박 이사장은 “우리는 교회와 연계돼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이를 사업적으로 더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화와 함께 용평리조트도 2018 동계올림픽 붐을 타고 더 성장할 것이라는 게 박 이사장의 말이다.
통일그룹은 2003년 890억원을 들여 쌍용양회로부터 용평리조트 지분 91%를 인수했다.
“용평리조트는 2018 동계올림픽의 메인 거점입니다.
우리 자체의 투자가 아니더라도 정부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은 “창원의 TIC는 IMF 외환위기 때 소유권을 잃어버린 통일중공업 계열사를 다시 알차게 키우고 있는 경우”라며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개발해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 4월 1일 취임사에서 “재단의 공적자산이 훼손되지 않게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었다.
그에게 그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물었다.
“문선명 총재는 생전에 전 세계 곳곳에 막대한 자산을 남겨 놓으셨습니다.
자산이 파악이 안될 정도로 많다 보니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문 총재가 마련해 놓은 자산은 생전에 본인 명의로 땅 한 평 갖지 않았던 데서 알 수 있듯이 공적인 자산입니다.
문 총재는 모든 자산을 교회와 재단에 내놓았습니다.
이 공적인 자산을 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산이 멸실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박 이사장의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3남 문현진씨와의 소송을 염두에 둔 듯했다.
통일재단은 2010년 서울 여의도 파크원 프로젝트 시행사인 Y22디벨롭먼트를 상대로 4만6465㎡에 이르는 파크원 부지 지상권 매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다.
문현진씨가 설립한 UCI가 대주주인 Y22디벨롭먼트가 지상권을 금융사에 매각하려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이사장은 “여의도 부지는 문현진씨 측에 99년간의 지상권이 있지만 소유권 등기가 통일재단 앞으로 돼 있는 공적자산일 뿐더러 전 세계 신도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성전을 짓기 위해 마련한 땅”이라며 “이 땅을 개인이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통일재단은 문현진씨와의 소송에서 1, 2심 모두 패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박 이사장은 재단의 장기목표가 2세들의 교육을 위한 장학사업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학자 총재가 가장 먼저 한 사업이 1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인 ‘원모평애재단’과 통일교 2세 지도자 육성기관인 ‘천주평화사관학교’ 설립입니다.
장학재단 설립에는 문 총재가 타던 헬기를 판 돈과 문 총재 성화(사망) 후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성금도 다 보탰습니다. 2세가 우리의 미래와 희망이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