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를 소재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주인공이 허공에 투영된 디스플레이에 반짝이는 글로브 센서를 낀 손으로 화면을 조작하여 범인을 찾아내는 장면이 있다.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봄직 하다. 영화니까 가능한 일 혹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러한 컴퓨터 장치가 선보일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실제로 영화 속의 글로브 센서와 유사한 종류의 입력장치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미디어 창출과 함께, 기존의 전통적 입력장치인 마우스, 키보드 등의 개념을 탈피해 보다 쉽고 직관적인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입력장치 중 하나로 터치패널을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여러 다른 입력장치에 비해 저비용으로 높은 구현 해상도를 실현할 수 있고, 별도의 교육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입력장치보다 직관적이다. 은행 현금 자동 인출기(이하 ATM기)를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ATM의 사용방법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 대부분의 경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동방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터치 패널을 작동시키는 데에는 어떠한 교육이나,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것이 터치 패널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PDA를 비롯하여 웹패드, 노트북, 공중전화,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 은행의 ATM기, 전시회, 도서관의 무인 안내기 시스템(KIOSK), 선거용 투표기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터치패널은 이미 일상 생활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터치패널의 등장
터치패널은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과 더불어 주목받기 시작한 입력장치다. 터치패널은 최첨단 입력장치라고 하기에는 어색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터치패널은 1970년대 초반 미국의 켄터키 대학의 Dr.Sam Hurst에 의하여 첫 모습을 드러낸다. 당시의 터치 패널은 투명하지도 않았고 단순 접촉 정도를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바로 이것이 터치패널 산업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터치 패널은 군사용이나 첨단 우주산업 등 국한된 분야에서 정보통신을 위한 입력장치로 이용된다.
이러한 터치패널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된 것은 1970년대 일본에서 투명 도전성 필름을 개발하면서부터다. 이를 이용해 1980년대 미국에서 저항막식 터치패널을 개발, 새로운 터치패널 장르로 확장된다. 이 저항막식 터치패널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PDA, PDA폰, 웹패드, 노트북 등 개인 단말기용 터치패널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국내외 대다수 터치 메이커의 주요 생산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전세계 터치패널 시장의 60% 이상이 저항막식 터치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방식에 따라 쓰임새도 가지가지
그러나 저항막식 터치패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소재와 방식의 터치패널이 사용된다. 우리 생활 범위 안에서 어떠한 방식의 터치패널이 사용되는가를 살펴보자.
∴ 저항막식(抵抗膜, Resistive) 터치패널
주로 개인 및 일정 집단에서 사용된다. 두 장의 도전판(도전성 코팅 필름, 도전성 코팅 유리)을 이용하는 이 방식은 손이나 펜 등의 압력이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전기적 접촉으로 작동한다. 이런 이유로 압력식 저항막 터치패널이라고도 불린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해상도, 다양한 입력 수단을 수용하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다른 방식의 터치패널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으로 익명의 다수가 사용하는 장치에는 부적합하다. 그러나 최근 재료의 개선, 기술 발달 등으로 내구성이 개선되어 다른 터치패널의 영역에 일부 사용되고 있는 추세다.
∴ 정전용량 방식(靜電容量, Capacitive) 터치패널
우리들이 흔히 이용하는 은행이나 지하철 내의 ATM기들은 정전용량 방식이나 적외선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 것일까? ATM는 무엇보다 오작동이 없어야 하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 두 가지 패널은 터치패널 감지면과 물체의 직접 접촉뿐 아니라 근접(접근)만으로도 인식이 가능한 특징을 가진다.
정전용량 방식은 터치 패널 표면에 전하를 충전시키고, 이 충전된 전하량의 변화로 위치를 감지한다. 그러므로 전하량에 반응하는 도전체(인체, 금속)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한다. 살짝만 건드려도 작동하는 스텐드나 스위치 등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다른 부도체를 접촉시켜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 이 방식은 국내 업체들이 앞다투어 개발하고 있는 방식으로, 아쉽게도 아직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국산화가 가능해지면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적외선 방식(赤外線, Infrared) 터치패널
적외선 방식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파장인 적외선을 이용한 것이다. 발광(發光)소자에서 적외선 신호를 보내고 수광(受光)소자에서 신호를 받는 적외선 센서의 기계적 나열 구조로, 외부물체(손가락)에 의한 신호의 단락여부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구현 해상도는 떨어지는 반면, 명확한 신호체계를 구성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릴 때 보면 발판 좌우측에 동그란 구멍이 좌우로 하나씩 뚫려 있는데 이것이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것이다. 문이 닫히는 도중 내리던 사람이 그 적외선을 지날 때 문은 다시 열리게 되어 문틈에 끼일 염려 없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다. 첩보 영화 등을 보면 빨갛게 보이는 거미줄 같이 엇갈린 적외선들을 피해 가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적외선은 가시광 영역 이외의 파장으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초음파방식(超音波, Ultrasonic wave) 터치패널
마지막으로 초음파 방식과 전자 유도방식, 자기 유도 방식 등의 터치 패널이 있는데, 후자의 두 가지 방식은 주로 타블렛이나 일부 터치패널 용도로 활용되며 전용펜이 있어야 동작하는 특성이 있다. 여기서는 전자인 초음파 방식을 다루어 보자. 초음파방식(超音波, Ultrasonic wave)은 터치패널 표면에 초음파 발진자로 초음파를 매우 미세한 간격으로 발진시키고, 수신자로 초음파를 받아 들여 위치를 감지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손이나, 음파를 흡수하는 물체(대부분의 물체)가 터치패널에 닿으면 발진자에서 보낸 양의 일부가 물체로 흡수(감소)되고 그 남은 양만이 수신자로 들어오는 특징을 이용하여 위치를 감지하는 원리다. 이것은 초음파가 발진되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로 위치나 거리를 판독하는 잠수함 등에서 사용하는 초음파와 같은 특성을 이용하며 추가적으로 손실된 양으로 위치를 감지한다. 초음파 방식은 저항막 방식의 입력 물체에 영향받지 않는 장점과 정전용량이나 적외선 방식의 내구성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입력 방식을 요구하는 Kiosk(무인 정보단말기) 등에 활용된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기술
터치패널은 이렇듯 3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발전되어 왔고, 앞으로도 꾸준한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세계 터치 패널 시장은 세계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4년까지 연20% 내외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2003년 세계 터치패널 시장 규모는 약 2조5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최근 화두가 되고있는 타블렛(Tablet) PC를 비롯하여, 웹패드 시장 형성, POS, Kiosk를 이용한 정보 인프라 구축 등 터치 패널의 적용 범위는 보다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터치패널은 가장 인간 중심적 인터페이스로 평가받고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그 수요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국내 시장은 어떠한가? 국내 터치 패널 업계의 역사는 미국, 일본, 대만에 비해 매우 짧다. 이제야 시장 형성 단계라 볼 수 있으며 10여 개의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주 생산품은 저항막식 터치패널에 편중, 보다 수준 높은 저항막식 터치패널 제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재 기술 기반이 빈약해 소재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으로, 국산화를 통한 소재 기술 확보와 가격 경쟁력 향상이 시급하다. 또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터치패널 방식의 경우 국산화를 통한 수입 대체 효과와 꾸준한 연구 개발 투자로 원천기술을 확보해 고부가가치의 기술집약적 터치패널 개발을 꾀해야 한다.
용어설명
Kiosk : 일반적으로 무인 안내 시스템을 통칭. 페르시아 어원은 천막, 정자(亭子) 등을 의미 ATM : Automated Teller Machine의 약어로 주로 현금 자동지급기를 지칭한다
POS : Point Of Sale의 약어로 판매시점에서의 관리 시스템을 뜻한다
PDA : Personal Digital Assistants 개인 정보 단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