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가작 당선작]
민달팽이 길
천윤우
몸으로 그려 놓은 쓸쓸한 생의 궤적
옷 한 벌 입지 않은
느릿한 육필 같은,
일평생
길을 만드는 수행 같은 저 의식
세상과 소통하는 축축한 하루하루
살아서 가는 길이
마침내 유물 같은
마침표
찍는 날까지 그려갔을 저 동선
바닥이 허공 같은 불안한 걸음이라
죽은 뒤 남은 흔적
묵묵히 바라보니
외로운
유고집 같은 얇디얇은 길이다
https://www.ihalla.com/article.php?aid=1704121200751331036
[2024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조(가작)] 민달팽이 길-천윤우
제주의 대표 신문 한라일보. www.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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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당선작]
스마일 점퍼
조우리
눈꺼풀 위로 쌓인 생애의 나지막이
그림자 당기면서 저 혼자 저무는 때
대머리 독수리처럼 감독만이 너머였다
녹말가루 풀어지듯 온몸을 치울 때까지
일 년에 쓰는 시가 몇 편이 되겠는가
평생을 바치는 것은 무엇쯤이 되던가
제 높이 확인하고 저려오는 가슴처럼
꽃봉오리 깊은 곳에 진심이 울었겠지
끝없이 닿는 중인데 그 끝 간 데 없는 사람
죽었던 문장마저 혀끝으로 몰고 가서
흥건히 마른 허공 핧아 보던 나무의 피
돌이켜 떨어지는 순간 칸타빌레 붉디붉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1/01/NVEXKZFYYNGQJIXNSQAHTZUCRE/
[서울신문 당선작]
어시장을 펼치다
강성재
초승달 어둑새벽 선잠 깬 종소리에
경매사 손짓 따라 어시장이 춤을 추고
모닥불 지핀 계절은
동백꽃을 피운다
항구엔 수유하는 어선들의 배냇잠
활어판 퍼덕이는 무지개빛 물보라
물메기 앉은자리결
삼식이도 웃는다
눈뜨는 붉은 해 동녘 하늘 헤엄치고
활강하는 갈매기 떼 생사의 먹이 다툼
금비늘 남해 바다엔
파도가 물결친다
자자자, 떨이를 외치는 어시장 안
손수레 바퀴가 풀고 가는 길을 따라
햇살도 날개 펼치며
오금 무릎 세운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0102500018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0102032002
[부산일보 당선작]
다마스커스 칼
김혜숙
소녀에서 어머니로
변화하는 삶 속에서
때로는 연약하고
때로는 강해지는
수많은
아픔 속에서
태어나는 생이 있다
묵묵히 견뎌내는
너와 나의 시간들이
기쁨과 아픔까지
하나로 쟁여지면
어둑한 기다림에도
생이 있어 빛난다
서로 다른 둘이서
하나로 채워지는
수백 겹 겹쳐 이룬
드러나는 물결무늬
쉼 없는
두드림에도
살아나는 생이 있다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10116281654061
[2024 신춘문예-시조] 다마스커스 칼 / 이혜숙
삽화=류지혜 기자 소녀에서 어머니로변화하는 삶 속에서때로는 연약하고때로는 강해지는수많은아픔 속에서태어나는 생이 있다묵묵히 견뎌내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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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4010116281245488
[매일신문 당선작]
무겁고 가벼운
장인회
수레의 눈은 온통 폐지에만 끌려서
누가 먼저 다녀갈까
조바심 난 발걸음
새벽녘 소음도 잠든 골목을 가로 지른다
몇 십 년 구른 바퀴 한쪽으로 기울어도
신전을 오르듯 포기 없는 생의 터널
실직은 깊은 그늘로
젖어서 더 무겁다
일용할 양식 앞에 가난은 또 등이 굽어
끌어도 떠밀어도 꿈쩍 않는 앞날을
오늘도 뒤적여본다
환한 양지 그 가벼움을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21812295131557
[2024 신춘문예] 강풍 경보 문자와 함께 도착한 신기루 같은 당선 소식
2024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자 장인회....
www.imaeil.com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21317282251064
[2024 신춘문예 심사평] 삶의 언어, 생활의 정서가 두드러진 시조
박기섭 시조 시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2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