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해병 정신 -월남전의 영웅 이인호 해병대 수색대 소령

[1119기 멋진 성결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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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 7. o2 o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동 386번지에서 출생
1951. 7. 17 o대륜중학교 제7회 졸업
1953. 3. 23 o대륜고등학교 제2회 졸업
1953. 4. o5 o해군사관학교 입학(재학 중 럭비 선수로 활약)
1957. 4. 10o 해군사관학교 제11기 졸업, 해병 소위 임관
1959.oooooo미 해군 상륙전학교(上陸戰學敎)수료
1964.ooooo 육군 공수특전교육 수료, 해병 제1상륙사단 수색중 대장으로 보직
1966. ooooo해병대 청룡부대 제3대대 정보참모로 월남전 참전
1966. 8. 11o 월남전 해풍작전 중 투이오아지구 밀레마을 전투에서 동굴 수색
                 작전때 부하를 구하려고 적의 수류탄을 덮쳐 안고 산회.
                 태극무공 훈장, 미 은성무공 훈장, 월남엽성 훈장 추서.
1966.12. 19  대륜고등학교 교정에 기념비 건립
                 (비문은 모교 은사 손종섭 선생 지음)
1967. 2. 22o 충무회 및 해군·해병 장교와 진해 시민의 성금으로 해군사관학교
                 정문에 동상 건립(조각가는 홍익대 교수 김정숙)
1977. 8. 11 o전사일자인 8월 11일을 맞아 추모제인 '인호제'와,
                 해사 생도 및 해군·해병장교 중 타의 귀감이 되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장교 7명에게 '인호상'을 수여


파도 높은 동해에서

이인호는 4년간의 사관생도 생활을, 럭비 선수로 활약하면서 활기차게 보내고, 졸업과 동시 해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해사를 졸업하면서 그는 해병대를 택했다. 이인호 사관 후보생이해병대를 택하기로 결심한 것은 해군사관학교가
전통적으로 실시해오는 4학년 생도들의 원양훈련(遠洋訓練) 때다.
원양함대를 타고 동해안의 여러 항구를 둘러보던 그는 해병이 되기로 결심했다. 해병이 되어 북한땅 어디엔가 상륙해 쳐들어가는 최선봉이 돼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 수색중대장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는 해병대를 택했고, 서해지구에서
2년간 해병대의 소대장으로 복무하고 난 후, 1959년도에는
미 해군의 상륙전학교에 유학했다. 그리고 1963년, 해병대위로 진급한 그는
해병 상륙사단의 수색 중대장이 되었다.
사나이 중의 사나이로 알려진 수색 중대를 지휘하게 된 이인호 대위는
대원들뿐만 아니라 그 자신을 용광로 속에 집어 넣는 각오로 맹훈련을 거듭했다. 해병 상륙사단의 수색중대가 수행하게 되는 임무는 화약통을 걸머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
해병 상륙부대가 상륙하기 전에 먼저 적진으로 뚫고 들어가서 적의 상황을
샅샅이 정찰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언제나 적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막다른 고비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인호 대위는 이 막중한 수색 중대장의 임무를 좀더 자신있게 수행하기 위해, 육군의 공수특전 교육을 자원했다.
낙하산으로 적진에 뛰어드는 경우를 생각해서였다.
해병이라 해서 곡 해안선의 개펄로만 상륙하라는 법은 없다.
때로는 낙하산으로 적의 후방에 침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그래서 1964년, 공수특전단에 입대한 이 대위는 격리지역 침투 훈련
(공중침투 특수훈련)을 받았다.
특전 부대원은 혼자서 1개 분대 또는 1개 소대와 맞먹는 전투 능력을
갖춰야하기 때문에, 낙하산 훈련과 폭파 기술을 비롯하여 모든 소화기(小火器)
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기술, 1분에 60자 이상을 칠 수 있는 무전기술,
자기 몸에 박힌 총알쯤은 뽑아낼 수 있는 의료 기술, 식량이 떨어진 상황에서의 생존훈련 등을 익혀야 한다.
군대에는 병과도 많고 부대도 많지만,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전투 기술을 골고루 훈련시키는 부대는 공수특전단밖에 없다.

그는 해병 상륙부대의 최선두에 나서는 수색중대의 임무를 누구보다도
보람차게 수행하기 위해서 자진해서 이 고되고 어려운 훈련을 받았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는 구호처럼, 예나 지금이나 해병대원들은
군복을 벗어도 해병이었던 것을 자랑삼고 있다.

그만큼 긍지 높은 해병대 중에서도 수색 중대장의 중요한 책임을 맡은
이인호 대위는 수색 중대를 아주 엄격한 규율로 지휘했다.
규율에 어긋나면 그 누구든 용서하는 법이 없었고, 그것은 부하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다음의 일화는 그의 이러한 인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엄격하고도 자상한 중대장

영일만의 바닷바람이 몹시 차가운 어느 겨울이었다.
기상 시간 전의 새별, 중대장 숙소 옆의 변소를 찾았을 때,
어둠 속에서 수하하는 보초의 목소리에 암호를 대며 경례를 받는 순간
그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오른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가 중대원들에게 엄히 금지시키고 있는 것 중의 하나였다.
이른 새벽이라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여
그날로 모든 군복 바지의 호주머니를 꿰매버리고 말았다.
이토록 엄격하면서도 중대원의 신상에 대해서는 혈육에 못지 않은 정을
보이기도 했다. 한번은 한 사병이 부친의 갑작스런 병으로 외출 시간을
어기자, 그에게는 벌을 주면서도 그 가족에 대해서는 편지로 문병을
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지극히 부하를 아끼고 사랑하는 중대장이었다.

고 이인호 소령 기념비 제막식
(옛 대륜교정, 1966. 12. 19)  

청룡부대 지망, 월남전으로

1965년 6월 14일, 오랜 공산 침략에 시달린 자유 월남은 우리 대한민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국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해병대는 월남으로 보낼 1진 장병을
선발했는데 이 영예로운 제1전에 뽑힌 부대는 해병 제2여단, 곧 청룡부대였다. 이인호 대위는 여러 장교들과 더불어 청룡부대를 지망했다.

그가 배속된 부대는 청룡부대의 제3대대였으며, 직책은 정보 장교였다.
부대장이 정말 신임하는 장교가 아니고는 맡기지 못하는 매우
중요한 직책인 것이다.

1965년 10월 3일, 청룡부대는 고된 훈련을 끝내고 높푸른 가을 하늘을
뒤로 하고 고국을 떠났다.
남지나해의 거센 물결을 헤치며 항해한 지 6일만인 10월 8일 오전 7시,
마침내 자유 월남의 캄란 만에 도착했다.
태극기와 청료의 깃발을 휘날리며 월남땅에 첫발을 디딘 5천여 청룡용사들은
캄란 만과 투이호아에 이르는 해안지대와 밀림지대를 맡았다.
이인호 대위가 소속된 제3대대는 주로 투이호아의 남쪽 일대에 걸친 밀림지대
에서 베트콩을 소탕해 나갔다.

이 부대의 임무는 베트콩 소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놈들에게 시달리고
있는 월남 양민들을 보호하는 데에도 있었다.
이 양민 보호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양민과 베트콩이 섞여 있고 또 등뒤에서 갑자기 총을 쏘기도 해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어린소녀 구출 "다이한 깜온옹!"

어느날, 이 대위는 1개소대의 수색대를 지휘하여 붕로만쪽으로 출동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밀림 어귀에서 30여 명의 피난민들을 발견했다. 피난민 중의 어린 소녀 하나가 제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에게 무언가
졸라대고 있는 모습이 이 대위의 눈에 들어왔다.
몹시 목이 타는 지 입을 벌리고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여인이 쓰고 있던 갓을 벗어들고 둑밑으로 달려가 흙탕물을 떠와
소녀에게 먹이려 했다.
잠깐!"하고 소리치며 이 대위가 몸을 일으켰다.
피난민들이 일제히 움찔하며 둑 위를 쳐다보았다.
이 대위는 수통을 뽑아 사병에게 건네주었다. 내려가서 물을 먹이도록 했다.
그리고 1분대장에게 무전을 쳐 여단본부로 후송하도록 지시했다.

둑 밑으로 내려간 3명의 사병들이 자기들 수통까지 피난민들에게 나누어주자,
말이 통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깜온옹! 깜온옹!" 했다. 고맙다는 뜻의 이월남어가 참 듣기 좋았고,
특히 그 소녀가 물을 마시고 생긋이 웃으며 한 '깜온옹'은
너무나 천진스럽고 귀여웠다.
고국에 두고온 7살 난 딸과 4살짜리 아들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이 대위는 둑 밑으로 내려가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C레이션
한 봉지를 손에 쥐어 주었다.
소녀는 처음 보는 것인지 눈망울만 깜박거렸다.
이 대위는 봉지를 뜯어 비스킷 한개를 입에 넣어 주었다.
소녀가 맛있게 먹기 시작하자, 지켜보던 피난민들 모두가 군침을 삼켰다.
이 대위가 둑 위로 손짓을 하자, 수색대원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와 C레이션을
뜯어 나누어주었다. "다이한 깜온옹!" "다이한 깜온옹!"


해군사관학교 정문에
서있는 이인호 동상



베트콩 싹쓸이 「해풍작전」

청룡부대는 파월국군의 제1진을 맡아 월남전선에서 크고 작은 여러 전투를
수행해 나갔다.
유명한 전투로는, 워싱턴작전·백경작전·번개 1,2호 작전·청룡 1,2호 작전·
재건 1,2호 작전·해풍작전(海風作戰)은 청룡부대로서는 특별한 전투였다.
이 무렵의 월남전은 새롭고 중대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는데,
월맹의 공산 정규군이 북위 17도선과 라오스 국경을 넘어 남침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청룡부대는 근 1년간 투이호아 지역에서 베트콩 소탕작전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소규모 국지전을 펼쳤으나, 월맹 정규군의 남침으로
큰 부대끼리 부딪히는 대규모 전투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주월 미국군 사령부에서는 파월 한국군 사령부에, 막강한 청룡부대를
북위 17도선 근처까지 옮겨 월맹 정규군을 막아주도록 요청해 왔다.

그 결과 청룡부대는 8월말게 이동할 예정으로 투이호아 일대의 베트콩을
마지막으로소탕하기 위해 7월 22일부터 마지막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이 작전이 바로 '해풍작전'으로, 바닷바람처럼 베트콩을 말끔히 씻어 버리고
떠나리라는 뜻에서였다.

o제3대대는 해풍작전을 따로 '두더지3호작전'이라 부르면서 정글과 늪지대
그리고 돌바위산일대를 샅샅이 뒤져나가는, 이 어려운 작전을 통쾌히 수행해 나갔다. 정확하고 재빠른 정보를 입수하여 폭격과 포격을 집중한 다음
헬리콥터로 덮쳐 버리는 번개같은 작전 앞에 최후의 발악을 하던 베트콩들은 동굴과 함께 차례로 박살이 났다.
대대의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도 알고 보면 이인호 대위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바가 컸다.
이 대위의 정확한 판단력과 과감한 작전이 숨돌릴 사이도 없이 종횡무진으로 펼쳐져, 베트콩의 움직임을 낱낱이 잡아냈기 때문이다.



대륜중학교 졸업기념 사진
뒷면의 이인호 소령 친필글씨


밀림 천막속의 마지막 휴식

청룡부대의 해풍작전과 제3대대의 두더지3호 작전은 날을 거듭하면서,
주월 미군마저도 경탄해 마지않는 전과를 거두어 나갔다.
작전 개시 19일째가 되던 날 밤, 제3대대 정보장교 이인호 대위는
오랜만에 막사로 돌아왔다.
작전이 시작되면서부터 줄곧 매복부대를 이끌고 전선을 누벼온 그였다.
그는 베트콩의 거처를 알아내려고 비좁은 참호 속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운 적도 있었고, 어떤 때는 베트콩을 뒤쫓다가 바위틈에서 몇 시간을
꼼짝 않고 지낸 적도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천막 속의 휴식이었고, 군화를 벗어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아내와 어린 남매 웃는 모습

이 대위는 침대에 눕기 전에 간단한 일기를 썼다.
「1976년 8월 10일. 기분좋은 밤이다. 오늘 기막힌 정보를 입수했다.
여자 베트콩을 생포해서 심문한 결과 내가 찾고 있던 놈들의 큰 동굴을
알아낸 것이다. 내일 새벽에 덮칠 것이다.
대대장에게 건의해서 그 일대를 봉쇄하기로 했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 붉은 쥐새끼들의 소굴을 쓸어 없애야 한다」

밀린 잠이라도 실컷 자보려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남십자성이 유난히도 밝아서였을까,
멀리 고국의 아내와 어린 남매의 웃는 못습이 자꾸 떠올랐다.
1966년 8월 11일 새벽 4시 30분, 이인호대위는 2개 소대를 증원 받아 동굴
소탕 작전에 들어갔다. 목표는 어제저녁에 확인해 두었던 그 대나무숲이었다. 숲은 아직도 새벽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망원경으로 관측한 이 대위는
간밤에 아무 변동도 없었음을 확인했다.
2개소대를 주변 일대의 논두렁과 숲속에 배치하여 적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하고, 그리고 신속하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인호 소령 약혼 사진


"사살하지 말고 생포하라"

"내가 신호하기 전에는 절대로 발포하지 말 것.
사살보다는 될 수 있는 대로 생포할 것. 신호는 M1의 5발 연사로 알린다."

예측한 대로 베트콩 부대의 본부라면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라도 생포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대위는 수색대의 2개 분대를 이끌고 날쌔게 접근해 갔다.
울창한 대나무숲 속에 일곱 채의 집이 있었으나, 모두 오래된 빈집이었다.
다시 1개 분대를 숲 언저리에 대기시키고, 그는 김한욱 하사외 4명을 이끌고
포복해 들어갔다. 빈집들을 아무리 훑어도 지하실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집 수색을 마친 이 대위는 대숲 안쪽을 유심히 관측했다.
그 안쪽 한 구석에 마른 대나무 잎이 소복이 쌓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대나무 잎을 젖히자, 지름이 70cm가량 이나 되는
큰 판자 덮개가 나타났다. 덮개의 크기로 봐서 상당히 큰 지하동굴임이
틀림없었다. 여자 베트콩의 진술로는 5명이 숨어있다고 했지만 더 많은 숫자가
될 지도 몰랐다.

김한욱 하사가 판자 덮개의 손잡이를 M1으로 갈겨 버렸다.
박살난 덮개를 발로 걷어차 열고 잠시 반응을 기다렸으나,
1분이 지나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플래시를 비쳐보니, 수직으로 3m나 되는
대나무 사다리가 보였다.
그 바닥이 안쪽으로 휘어진 것으로 봐서 옆으로 파들어간 땅굴로 판단됐다.
베트콩이 있다면 그 안쪽에 숨어있을 것이다.
o"1발 까 넣어!"
이인호 대위가 명령했다.
수류탄 1개를 집어넣으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굴의 벽 일부가 무너졌다.
흙먼지가 솟아오른 다음 다시 1분을 기다렸으나 역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o"허탕친 것 아닐까요?"
o"아니, 몇 놈은 분명히 있다."
o"그렇다면…"
김한욱 하사가 무릎을 굽히고 땅굴로 들어가려 하자,
o"잠깐! 하나 더 까 넣어 보자."
이번에는 앞으로 굴러가게 집어넣었다. 굉음과 함께 시커먼 흙먼지가 다시 솟아 올랐으나,
그래도 굴속에서는 아무 인기척도 나질 않았다.
o"들어가 보자."
이 대위가 왼손에 플래시를 들고, 흙먼지가 아직도 솟아오르는 땅굴 속으로
내려갈 자세를 취했다.
o"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오늘만은 제가 먼저 들춰보겠습니다."
김한욱 하사가 씩 웃어 보였다
"어째서?"
"때로는 구경도 좀 하고 계십시오. 혼자서만 해치울 생각 마시고요…"
상관을 대신해서 위험을 무릅쓰려는 부하의 마음이었다.
이 대위가 부하를 아끼듯이 그 부하들도 이 대위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다.
동굴을 수색할 때면 언제나 선두에 나서는 이 대위의 깊은 생각을
수색대원들도 평소에 잘 알고 있었다.
o"조심해라. 반드시 놈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o"네, 보기 좋게 해치우겠습니다."
김 하사는 분대원 2명과 함께 땅굴로 내려갔다.
머리만 숙이면 뛸 수도 있을 만큼 널찍하고 깊게 파놓은 땅굴이었다.
김 하사는 플래시를 비추며 10cm쯤 더듬어 나갔다.
그러자 땅굴은 거기서 ㄱ자형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워 귀를 기울였으나 기척이 없자, 김 하사는 돌멩이 한 개를 집어 던졌다. 역시 조용하기만 했다.
그는 플래시 불빛을 확 뿌렸다. 땅굴은 거기서 막혀 있었고, 그곳은
창고 자리였다. 탄약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중기관총탄과 소총 탄환이
세 상자나 되고, 수류탄이 두 상자나 되었다. 김 하사는 탄약 상자를 노획품으로 운반해냈다.
o"10cm에서 ㄱ자로 굽어졌다면…"
o이인호 대위는 수색 결과를 보고 받고 잠시 생각했다.
o"김 하사!"
o"네."
o"들어가면서 벽을 유심히 봤나?"
o"플래시로 쭉 비쳐보기는 했지만…."
o"유심히 보지 않았군. 놈들은 또 하나의 굴에 숨어 있을 것이다. 내가 가보지." 이 대위는 땅굴 어디엔가 또 하나의 굴이 뚫려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깊이 3m에 길이가 10cm나 되는 땅굴이면 따로 숨을 곳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그 동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굴속으로 내려간 그는 플래시를 비춰가며 양쪽 벽을 세밀히 훑어 나갔다.

김한욱 하사와 분대원 3명도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5m를 지나도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6m, 7m, 이 대위는 얼마 남지 않은 벽에 기대를 걸면서 눈길을 옮겨갔다.
8m를 막 벗어나려고 할때였다.
그는 갑자기 긴장을 하면서, 뒤따르는 부하들에게 자세를 낮추라는 손짓을 했다.
오른쪽 벽이었다.
거기 흙 색깔이 약간 다른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네모꼴로 생긴 덮개였다. 자세히 보니 덮개의 둘레에는
틈바구니가 있었다.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들어갈 만한 너비였다.



중학 시절 고향에서
(왼쪽 첫번째가 이인호)


장렬한 죽음, 살신성인

o"이거다!"
이 대위는 나직이 외치며, 아무 주저없이 그걸 발길로 걷어찼다.
덮개가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바로 그 찰나, 플래시 불빛 속으로 한 덩어리의 수류탄이 날아왔다.
숨어 있던 베트콩이 기다렸다는 듯이 내던진 것이다.
o"수류탄이닷!"
이인호 대위는 재빨리 그걸 집어들어 안으로 되던졌다.
o"모두 엎드렷!"
부하들에게 외치는 순간, 그 수류탄이 또다시 튀어 나왔다.
불과 3초를 헤아리는 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그 좁은 공간속엔 오직 수류탄의 폭발만이 남아 있었다.
이제 다시 집어 던질 만한 순간마저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절망의 순간. 아, 이인호 대위는 곧 한 목숨을 바치려는 판단을 내렸다.
o"엎드렷!"
그는 다시 외치며 마침내 그 수류탄을 자기 가슴에 안았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수류탄을 껴안은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장렬한 전사였다.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자기 일신을 아낌없이 불태운 거룩한 군인정신의
정화였다.

영원한 해병「인호정신」

아, 이인호 소령의 이 살신성인의 정신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아마도 그 바탕은 10대의 대부분을 보낸 대륜 교정과 해군사관학교
그리고 영일만의 해병 훈련장이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갈고 닦은 대륜정신과 군인정신,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해병정신의 총화이었으리라.

이 거룩한 얼을 후배들에게 길이 전하기 위해, 오늘도 진해의 해군사관학교의 정문에는 고 이인호 소령의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그는 '우리 파월 해병은 아낌없이 싸워 대한민국의 국위를 마음껏 자랑했노라'고 외치며, 우리에게 진정한 애국의 길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륜동산에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아담한 기념비가,
해군사관학교의 동상보다 먼저 세워져 사랑하는 후배들의 발걸음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1109동환부]

멋진 성결 아버님 많은 글 감사 했습니다
토끼해에도 좋은 글 마니마니 보내 주십시오~~~필승~~~

[1119기 멋진 성결父]

긴~ 글이었는데도 읽기에 지루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웅들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것이 이런것이 명장이고 명품인것 같습니다 필승

[1119결옵여동생예주]

예주는 무슨 글인지 내용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예주가 사랑하는 아빠!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저희들을 위해 항상 새벽에 기도해주시고
예주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2011년 저희가족이 더욱~더
건강하고 믿음생활 열심히 하는 화목한 가정이
되기를 예주가 기도 합니다. 아빠 사랑해요
필승!

[1119기 멋진 성결父]

아빠가 예주 많이 사랑하는거 아는구나 ㅎㅎ 흐~믓하다
매일 아빠 흰머리 뽑아주느라고 고생이 많지?
딸래미 사랑해요

[1099기선교부]

오매 이쁜딸입니다
예주도 새해 더욱더 건강하고 착한딸 되어라 ㅎㅎ

[1099기선교부]

32년전 입대할때 우리도 이인호 선배님 동상앞에서 입소사진을 찍었습니다
해병대 역사에 산증인이라 할수 있지요
월남에서는 특공중대(지금에 수색중대)에 활약이 컸습니다
소수인원으로 중대한 작전을 펼처 전공두 많이 세웠지만 그만큼 위험이 따라 많은 청룡선배님들이 전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