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둘째주 부활 제3주일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루카 24.35-48)
엉거주춤 신앙
(장호창 한국외방선교회 신부. 파푸아뉴기니 선교)
어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따라간 대축일 자정미사는 늘 졸리고 지루했다.
그래도 큰 과자 꾸러미를 받을 수 있어서 꼭 자정미사는 따라갔다.
가난했던 나는 과자 한 꾸러미를 받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큰 행복이었다.
더군다나 그 꾸러미는 누구랑 나누어 먹지 않고 혼자서 다 먹어도 되기 때문에
쏟아지는 잠을 참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성탄과 부활 때면
성당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파푸아뉴기니에서도 큰 막대사탕을 준비해
미사 후 본당 꼬마 아이들에게 직접 나누어 준다.
그러면 자신과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 신부님이 무서워서 다가 오지 못하고 엉엉 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도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어 앉아서 눈높이를 맞추고 미소 지으면서
막대사탕을 보여주며 받아 가라고 아이들을 부른다.
그러면 꼬마 아이들은 엉덩이를 뒤쪽으로 잔뜩 빼고
막대사탕을 낚아채듯 받고는 도망가 버린다.
예수님의 부활을 `완전히`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 앞에 나타나는 장면이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보게 된 일을
사도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 복음을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신다.
그런데도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예수를 뵈었다는 증언을 불신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이 직접 나타나 바로 옆에 계신데오 두려워하고
기뻐하고 놀라워 하면서도 여전히 부활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쩌면 그 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예수님을 사랑하고 믿기에 성당에 나오지만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예수님을 따르기에는 왠지 부담스럽다.
그래서 내 삶의 방식과 예수님 삶의 방식을 현실의 삶 안에서
어떻게 적당히 조화시킬까 고민하고 있지는 않는가.
복음에서 예수님은 부활하신 당신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면서
기쁜 소식을 함께 전하자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사탕은 먹고 싶은데 외국인 신부님이 무서워서 엉덩이를 쭉 빼고 망설이는 아이들처럼
예수님이 좋기는 하지만 완전히 나 자신을 맡기기는 두려워서
예수님 주변만 맴돌고 예수님의 품 안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