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율 학습 시간
8시 20분 자율 학습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아이들은 이 시간이면 자기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지각은 9시부터 체크되지만, 그 시간까지 교실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부에 기록이 된다. 겨우 벌점 하나를 맞는 것뿐이지만,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들은 아직 겁이 많다. 벌점 하나에도 벌벌 떨기 마련이다.
교실에 들어가 근엄한 표정으로 빈 자리를 살피는데 두 자리가 비어 있다. 누구냐고 물으려는데, 앞문이 슬그머니 열린다. 키가 아주 큰 샛별이와 키가 아주 작은 현경이가 들어온다. 눈에 겁이 잔뜩 실렸다. 지각도 아닌데 선생은 장난끼가 발동한다.
"왜 늦었어?"
표정은 없이, 목소리는 낮게. 그래야 아이들은 겁을 먹는다.
"샛별이가요.. 뭐를요.. 사야 된다고 해서요... 그래서요..."
아이는 거의 뒷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 떨구고 만다.
선생은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꾹 눌러 참는다. 겨우 1분 늦었을 뿐인데..
"다음부터는 일찍 와."
"네."
두 아이는 긴 안도의 숨을 쉬면서 자리로 돌아간다.
2. 1교시 국어 시간
통제가 불가능한 1반 수업.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판치기를 하고 있다. 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출석부를 편다. 출석부에 사인을 하자마자 말 없이 아이들을 쳐다본다. 판치기한 아이들을 호명한다. 아이들은 몸을 비비 꼬면서 일어난다. 이름이 불린 아이들은 한 시간 동안 교실 뒤에서 서서 수업을 받게 마련이다. 선생은 판치기와 같은 '돈' 놓고 하는 '노름'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이미 선포한 바 있다.
아이들은 게시판에 몸을 기대고 필기를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지들끼리 킥킥대고 있다.
"왜? 뭐가 웃겨?"
선생은 굳은 표정으로 묻는다. 선생의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눈치없는 한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애들이요, 선생님은 '걸어다니는 수면제'래요. 킥킥."
아이들은 '선생의 언어'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의 목소리만 들으면 잠이 '솔솔' 온다고 한다.
선생은 속으로 웃는다. 그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그러나 여기서 웃어 버리면 안 된다.
"너희들은 친구들의 수업을 방해했으므로 응당 친구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다음 시간까지 친구들에게 '사과문'을 써서 발표할 것"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굳어지고, 앉아 있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아진다.
3. 5교시 수업 시간
점심 시간 내내 재활용품 수거함 근처에서 고무줄을 하고 놀던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있다. 숨은 헉헉거리고, 목에 달린 리본은 삐뚤어져 있고, 책상 속 교복 치마는 다리를 반쯤만 가리고 있다. 그 사이로 삐죽이 속옷이 보이기도 한다. 선생은 엄숙하게 말한다.
"똑바로 앉어."
오늘은 '말하기와 듣기의 특성'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선생은 '자신의 취미 말하기'를 시킨다. 한 여자아이가 말한다.
"선생님. 현정이 취미는요, 변태 같애요."
선생이 궁금해져서 묻는다.
"왜?"
"뒤에 와서요, 자꾸 가슴을 만져요. 킥킥."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킥킥 댄다. 현정이란 아이는 억울해하며 몇 번밖에 안 그랬다고 항변한다.
선생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슬그머니 현정이 옆에 가서 선다.
"이렇게 만져?"
선생은 현정이의 가슴을 쥐었다 편다. 아이들이 뒤집어진다. 현정이는 거의 책상 속으로 들어갈 판이다.
"뭐, 만질 것도 없네."
현정이는 정말 책상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통쾌해한다.
--다행이다. 5교시였으니까.. 아이들의 잠이 확 달아났을 것이다.
4. 종례 시간
선생의 잔소리가 길어지고 있다. 특별 구역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 아이들 때문에 선생은 잔뜩 화가 나 있다. 선생은 청소를 하지 않고 농땡이를 치는 아이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는 '기괴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청소 시간에 만화책과 '귀여니 이야기'를 보다가 들킨 아이들이 대표로 혼이 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은 마음이 급하다.
집에 가서 엄마가 챙겨 놓은 '간식'을 빨리 먹은 후에, 학원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공짜로 배우는 학교 수업보다 '20만원'이나 내고 다녀야 하는 학원이 더 중요한 비중으로 여겨진다.
아이들은 이미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있다. 화가 잔뜩 난 선생은 가방을 내려놓으라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이 슬그머니 가방을 내려놓는다. 갑자기 한 아이가 선생을 부른다.
"선생니임~~"
아이의 이름은 강다해. 일명 '깡다해'로 불리는 장난꾸러기이다.
"왜?"
선생은 아이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불안하다.
"선생니임~ 똥 마려워요오~"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웃기 시작한다. 선생은 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미 웃음은 흘러 나오고 만다.
"깡다해 똥은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치우기 겁나니까 빨리 가 버려!"
선생은 잔소리를 중단하고, 아이들은 뒤집어지고, 교실 창문으로 친구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는 옆 반 아이들은 궁금하고 의아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첫댓글 ㅋㅋ 넘 웃겨요~ 애들을 어떻게 당해내나요..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럽고 이쁘기도하고 밉기도하니까... 선생님의 노고가 충분히 느껴지는 글이였습니다^ㅡ^*
아그들 넘 사랑스러워요..이래서 샘 되고픈 꿈을 접을 수 없답니당~ 아그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당~ 오늘도 열공합시다^^
근데 선생님의 재치 넘치는 모습이 멋지긴 한데, 좀 엽기적이에요.
아침부터 웃습니다... 학교가 그립네요..
저도 강사로 중1를 맡았는데요... 1학년 너무 귀엽죠... 내년에는 저도 담임하고 있습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