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상가 아파트이다.
상가에서 죽집을 개업한다꼬 실내장식 공사가 한창이다.
처음에는 간판 집이었는데 음식점으로 상호가 바뀌면서 수도물 공급을
위해서 우리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기술자들이 손을 대었는지 공사 후부터
연속 5일동안 수돗물 공급이 끊어졌다.
주부가 수돗물이 안나오면 얼마나 일하기가 어려운지 여성님들은 잘 아시죠
우선 동네 전체가 수도 공사 때문에 물이 안나오는줄 알았다가,나중에 3일째
남편이 알아 본결과 아랫집 상가 인테리어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집만
수도 배관이 고장이 나서 안나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설겆이를 하고, 화장실 물이 안나오니, 청소를 할수가 있나, 첫날은 외식을 하였죠.
그런데 하루도 아니고 이제 5일째는 물 길어다 나른다고 감기 몸살까지 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여 공사 하시는 책임자를 찾아가서 우리 마누라가 아프니,
빨리 수도를 고쳐 달라고 화를 내면서 책임자를 추궁하였드랬죠.
책임자는 서울말씨를 쓰는 서울양반이었습니다.
감기 몸살이 나서 옷을 두껍게 끼워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목에는 목도리를 두르고
아저씨 우리집 수도 꼭지를 건드렸지요. 우리집만 물이 안나오니 정말 이상하네요.
빨리 좀 고쳐 주세요. 너무 불편해요.그리고 물한번 길어 보세요 얼마나 힘드는지...
우리집은 5층이라서 물 나르기가 보통 고통 스러운게 아니에요.그러면서 아저씨를
보고 화를 낼수는 없고 떼를 쓰게 되었다.그런데 이 아저씨 보통 잘생긴 남자가 아니다,
눈이 왕방울만 한게 눈썹이 범처럼 진하고 구릿빛 얼굴에 인상이 억수로 좋은 분이다.
아저씨는 시내에 가셔서 재료를 사오셔서 옥상에 올라가 수돗 원 꼭지를 빼내고
구입한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공사를 다시 하셨다,
그리고 우리집 목욕탕애 연결된 수도 계량기까지 다시 갈아 끼우면서 우리집을
몇번이고 들락날락하면서 잘고쳐 주고 가셨다.
아저씨는 "사모님, 죄송합니다,.불편하게 해드려서 정말 미안합니다. "
부드러운 서울말씨로 말하면서
우리집 거실의 대형 사진을 힐끔 힐끔 쳐다 보는 것이 아닌가?
" 정말 행복한 가정이네요. 다복 하십니다. 아들이 멋지고 딸이 예쁘군요.
가운데가 사모님이고, 근데 사모님은 왜 이렇게 젊어 보이십니까? "
" 아!~그사진은 40대 초에 찍은 사진이라서 그래요, 우리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때
합격하고 단체 가족사진을 기념으로 찍어놓은 거에요, 오래 되었어요."
그러면서 아저씨는 계량기 두껑을 열고 부지런히 고치고 계셨다.
" 아!~ 다 되었습니다. 올라가서 옥상에 수도꼭지를 한번 털어 볼께요.
물이 잘 나오면 말씀하세요. 안 나오면 옥상으로 올라 오시고 연락 주세요"
그러면서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 가셨다.
그리고 아저씨는 왜 고장이 났는지 그 이유를 말했다.
남편에게 저녁에 술한잔 하자고 서울 아저씨는 제의를 했으나 남편은 귀가 아파서
술을 못먹는다고 거절하였다.
다음날은 일요일,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모임에 나가고 남편도 친구와 계모임이 있다면서
외출을 하였다. 그런데 집에는 나혼자 밖에 없었다. 서울아저씨가 갑자기 우리집에 나타 나셨다.
"현관 문을 열고 물이 잘나옵니까? 5일동안 미안해서 남편께 술한자 하자고 권했더니 사양하더군요. 어디 가셨나요? 근대요. 너무 미안해서 저가 점심을 대접하고 싶은데 어때요? 괜찮으시다면... 물 기른다고 몸살까지 났다면서요....."
괜찮아요, 말씀만 들어도 고맙네요. 그런데 오늘은 어디 가세요? 양복까지 입으시고
어제까지만 해도 작업복 차림이었는데, 깔끔하게 차려 입으시니 다른분 같아요."
아닙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마무리 작업을 끝내고 사모님과 데이트 하고 싶어서요..."
솔직하게 프로포즈 하는 겁니다. 그러면서 멋적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게 아닌가?
" 오 마이 갓!~~방금 뭐라고 했나요? 프로포즈라고 했나요? "
" 너무 황송하네요. 그러면 그 프로포즈를 거절한다면,,,,,,,,,"
" 아이 그러지 마십시오. 그냥 점심이나 한끼 하자구요.
내가 손을대서 5일간 수돗물이 안나와 불편을 끼쳤으니
사과 하는 뜻으로 그렇게 받아 주십시오. 사양하지 마십시오?'
그럼 난 외출준비가 안되었으니,1시간만 기다려 주실래요?
그러죠. 그리고 그는 다시 아랫층 상가로 내려갔다.
상가는 월요일부터 개업준비 관계로 분주하였다.
서울아저씨는 자연스럽게 나와 단둘이 점심을 먹으러 갔다.
" 무엇을 제일 좋아하나요? 제일 맛있는 걸루 대접하고 싶은데.....
글쎄요. 좀 비싼것도 되나요? 곰장어가 먹고싶은데..." 난 익살스럽게 말했다.
그러죠 뭐~내가 잘하는 곰장어 집 알아요. 그는 성질도 급하게 시리 손을 들고
택시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지나서
송정 어느 횟집으로 들어갔고 음식점에는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제법 큰 음식점이었다. 무슨 친목회 계모임 인지 손님들이 와글와글 하였다.
점심인지 저녁인지,,,,,,,
오후 4시경 쯤에야 송정 음식점에서 나왔다, 2차는 어디로 갈까요?
노래방 갈까요? 그래요, 노래 잘해요.....
그 사람은 바리톤의 굵은 음성이 라훈나 노래를 참 잘 불렀다.
난 사랑을 위하여..그리고 여자의 일생, 만남, 동백꽃 아가씨...등등 불렀다.
그는 54살 이었다. 경기도 수원태생이었고, 경기도 안양고등학교 총학생 회장직도 하였단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박희철(가명) 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받았다.
서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 학과를 졸업하고 한때는 5년간 영화 감독 생활을 하였고
몇편의 영화도 찍었는데, 다 적자를 보았단다. 빚을 엄청 많이 지게 되었고 그만 영화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하였다, 선배 장욱제 님의 배려로 영화사 일을 접고 부산에 내려와 모호텔
책임자로 10년간 일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여로>에서 "장욱제와 태현실" 두 주인공으로 그 당시에 히트친 가정의 안방극장으로 텔레비젼에 출연한것이 그에게는 큰 성공을 보았고 그는 호텔을 경영하게 되었으며 후배인 그를 무척이나 좋아 하였다고 한다. 선배의 덕을 본 사람이었다.
부산의 호텔이 다른 회사로 넘어 가면서 그는 호텔 책임자 자리에서 손떼고 자기 사업인 건축업과 인테리어 사업에 자신의 순수한 사업을 시작했으며 아내는 서울태생이고 아가씨일때 모은행에 근무하는 여성으로 슬하에 아들만 둘,현제 큰아들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재학중이며 둘째 아들은 부산 해운대 고등학교 재학중이었다.현제는 52세,,,,,,,
해운대 달맞이 고개 빌라에서 살다가. 전원주택인 송정으로 이사한지는 1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그는 내가 꿈꾸어 왔던 멋진 사람이었다. 역시 좋은 분을 만나게 된것은 희한하고 우연치고는 묘한 인연이었다. 수도 꼭지를 건드린것이 하필이면 우리집이 뭐람.....
살다보니 인연도 참 묘한인연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인연이 무엇이길래,,,,,,,
그는 그토록 이 현실 앞에서 꿈을꾸는것만 같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우리가 만난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 진짜로 노래를 잘했다. 조용한 의미있는 흘러간 노래로...슬픔을 달래고 있는것 같았다.
그가 자신이 " 몇살로 보이냐?"고 물었을때 난 60살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늙어 보이냐고 매우 섭섭해 하였다. " 나 54살인데........주민등록증 보여줘,,"
그러면서 주민등록증을 보게 된것이다. ㅋㅋㅋ 내가 늙어 보인다고 하니 실망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니 얼굴은 동안이요, 어릴때는 개구장이 모습이 보인다.
노래방 갔다가 3차는 커피숍으로 갔는데.......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음악이 조용히 흐르는 고요한 송정 바닷가 위치한 커피숍인데....그날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중년의 데이트는 청년시절의 남녀의 데이트 보다 더 운치가 있었다.
그 순간은 행복하였고, 조금더 마음은 젊어져 가고 있었는데, 마음은 젊지만 몸은 웬지
시들은 장미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음은 불 타지만 몸은 고물같고, 향기가 달아나고 가스가 빠진
맥주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중년의 만남은 대화만 해도 즐거운것은 중년만의 특권이고,
이유없는 사춘기 아이들이 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눈가에 주름살이 굵게 삶의 연륜을
말하는것 같고,그사람 간이좋지 않은가 눈아래에 시커먼 죽음의 그림자 같은것이 내마음을 슬프게 했다. 담배는 연신 줄담배를 태웠으며 내가 기침을 하니 그제서야 담뱃불을 조심스럽게 꺼버렸다.
" 우리 집에 갈래요? 시계를 보니 10시 15분이었다 .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
" 아!~오늘 무지 즐거웠다. 당신 때문에 내가 더 고마운걸,,,,, " 그러면서 그가
헤어짐의 악수를 했다,
커피숍을 나오니 겨울바람이 몹씨 차가웠다. 난 목도리를 칭칭 감았다.
그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주었다.
손을 흔들며 그는 " 그래요. 잘 가요......"
그러면서 손을 높이들고 인사를 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마음이 착잡 하였다.
아직도 내 마음에 사랑의 불씨가 남아 있을까? 우리는 인생이 저물고 있어.....
가정이 있는 보금 자리로 돌아 가야지.......
눈가에 눈물이 핑그르르르 돌았다.
살아 있음에 행복한거야......
첫댓글 정말 꿈을 꾸는 듯한 화려한 외출을 하셨군요. 가끔씩 친구들도 만나 외식도 하시면서 즐거운 시간 가지시는 것이 건강에도 좋은 것이지요. 멋진 데이트를 축하드릴께요~~~~
소설의 한장면이 연상되는군요....다음엔 어떤일이 이어질까 궁금해지구요...ㅎㅎ
메뚜기 가운데다리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너무 재밌었어요 상대 아저씨가 나이 들어보였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ㅎㅎㅎ 즐거웠어요 우리도 함께 다음에 또 일생기면 올려주세용 ~
겨울여인님 순수해 보이십니다. " 화려한 외출" 잘 읽었네요...
명숙님의 표현에 배꼽이 흔들립니다.ㅎㅎㅎ 눈팅만 하고 사라지지만 명숙님의 글은 신선함이 있어 좋아요. 추운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화장을 하셨으니 외출하실 계획이라도? ^ ^*
야 장문의글이라 읽기가 넘 힘드는군요 가끔은 우리들도 이성의친구가 필요할때도 있답니다.넘 자책하지마세요
순수하고 아름다운 화려한 외출이엿네여....멋진 중년의 데이트.....마음이 쪼매 흔들리죠..? ㅎㅎㅎ 여인마음이 흔들리네요....글 감사.
늦은외출. 자주는는곤란하지만.가끔은 삶의 활력소같나봅니다.서로가 상대의 위치를 존중해가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