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땔감나무 끌어내기
2023년 12월 6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시월 스무나흗날
간만에 한 자릿수 기온의 아침을 맞는다.
영하 5도, 바람도 없어 훨씬 더 푹한 느낌이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그런지 잔뜩 흐린 하늘,
이 겨울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비가 내린다는
소식은 전혀 반갑지는 않지만 하늘의 뜻이라니
어쩌겠는가? 오랜만에 일을 시작했는데 그마저
또 못하게 생겼네. 노는데는 이력이 생겼으니까
실컷 놀아볼꺼나!
어제는 아침의 낮은 기온은 햇살이 퍼지면서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일하기에는 좋을 만큼
화창했다. 전날 예초기 작업으로 정리를 해놓은
모닝가든에서 땔감으로 쓸 크고 작은, 굵고 가는
나무를 끌어내느라 땀을 좀 흘렸다. 시작할 때는
완전무장이었으나 몇 차례 오가다보니 더위를
참을 수 없어 누에가 허물을 벗듯이 겉옷을 하나
둘 벗어제꼈다. 그래도 여전히 땀을 뻘뻘 흘렸다.
이 겨울철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일을 할 수가
있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싶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왔다갔다, 오르락내리락을
하다보니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던 나무를 꽤나
많이 꺼내놓았다. 나무더미가 늘어가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꺼내고 날랐다. 아마도
촌부의 욕심도 한 몫을 하지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상하게 다른 것에는 그다지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편인데 땔감나무 장만할 때는 과할 정도로
욕심이 생긴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두어 시간 일하고 최소한 열흘쯤,
아니 그 이상을 땔 만큼 땔감나무를 마련했으니
이 어찌 뿌듯하지 않겠는가? 흐뭇함이라 땀으로
샤워를 한 듯 온몸이 축축했지만 기분은 더 없이
좋았다. 아직도 꺼낼 나무는 엄청 많다.
한 가지 일만 하게 되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
오늘은 장작을 만들어야겠다. 엔진톱으로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장작이 된다. 아주 굵은 통나무는
없어 도끼질을 할 필요가 없으니 한 단계 작업이
줄었다. 일이 줄어 다행이긴 해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난롯불을 지펴보면 굵은 통나무를
쪼갠 장작은 오래 타지만 가는 것은 금새 타버려
헤프다는 것이 흠이다. 그래도 빠르게, 급히 타서
화력은 아주 좋다. 어떤 것이든 장단점은 있기에
큰 것, 작은 것 가리지않고 닥치는대로 나무라면
아무것이나 다 꺼내고 잘라 장작을 만들고 있다.
그나저나 오늘은 비가 내릴 것이란 소식 때문에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간만에
일 좀 해볼까 했더니만 겨우 이틀 일하고 발목을
잡히게 된다. 이럴때 '젠장'이란 말을 쓰던가?
아~참!
아내가 추운 겨울에는 집안에서 운동을 하라며
걷기운동기구 스텝퍼를 선물로 주문을 했단다.
어제 오후 택배로 배달되어 도착했다. 뭐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제법 비싸단다. 일을 하긴
하지만 운동과는 다르다며 무조건 하루에 만보는
걸어야 한다는 아내의 엄명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체운동이 필수라면서 옆에서 감시를 할테니까
게으름을 피울 생각일랑 아예 꿈도 꾸지 말란다.
아내는 오래전부터 걷기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2년전 평창의료원에서 시니어 건강프로젝트를
실시하여 지금껏 참여하고 있다. 아내는 지금껏
열심히 걷기운동, 식이요법, 혈압체크를 하면서
누구보다 더 적극적이다. 하루의 걷기운동 목표,
10,000보는 기본이다. 그런데 촌부는 일하는
것이 운동이란 핑계로 다소 소극적이다. 그래서
아내가 생각한 것이 집안에서라도 10,000보를
걸을 수가 있게 스텝퍼를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일과 운동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댄 것이 부끄럽다. 오늘부터는
또다시 10,000보 걷기에 최선을 다해봐야겠다.
노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날씨가 조금 풀려 다행 이네요
스텝퍼`자리 차지도 안하고 좋아 보입니다
겨울 따스하고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겠어요
우와~
스텝퍼 장난 아닌걸요.
벌써 허벅지와 다리가 뻐근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