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참전한 육상영웅, 45일간의 해상 표류와 3년간의 포로 생활 견뎌내
몽둥이 구타가 가혹행위? 일제의 잔학상을 아는 이들에게 충격 주기엔 미흡
‘언브로큰(Unbroken)’은 여러 가지 화제가 따라다닌 영화입니다. 촬영 전엔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을 맡았대서 관심을 끌더니, 개봉을 앞두고는 일본 우익 세력들이 "일본을 악마로 그렸다"며 크게 반발해 뉴스를 탔습니다. 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습니다.
도입부가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 2차대전 현장,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 상공 속으로 뚫고 들어가 폭탄을 투하하는 미 공군 B-24 폭격기 내부의 긴박한 상황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상공 이곳저곳에서 폭발하는 대공포탄들,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 덜컹거리는 폭격기, 주변에서 하나둘 적탄을 맞고 추락하는 동료들의 기체…. 몸에 총상을 입고는 폭격기 안에 쓰러져 ”집에 가고 싶어“라며 울부짖는 사병도 있습니다.
도입부가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 2차대전 현장, 죽음을 무릅쓰고 적진 상공 속으로 뚫고 들어가 폭탄을 투하하는 미 공군 B-24 폭격기 내부의 긴박한 상황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상공 이곳저곳에서 폭발하는 대공포탄들, 당장에라도 떨어질 듯 덜컹거리는 폭격기, 주변에서 하나둘 적탄을 맞고 추락하는 동료들의 기체…. 몸에 총상을 입고는 폭격기 안에 쓰러져 ”집에 가고 싶어“라며 울부짖는 사병도 있습니다.
-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와 동료들.
문제는 이 영화가 펼쳐 보이는 루이의 극한 상황이라는게 뭔가 허전하다는 데 있습니다. 그 극한 상황은 바다 위에서 45일간 죽음과 싸우며 표류한 것, 그리고 일본군 포로수용소에 붙잡혀 850일간 비참하게 생활한 것인데, 지옥같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약합니다. 소금 덜 친 국처럼 싱겁습니다.
- '언브로큰'의 한 장면.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가 타고 임무 수행 중이던 폭격기가 태평양에 추락하는 바람에 간신히 살아남은 몇 명이 망망대해에서 구명보트에 의지한 채 표류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표류 중에 겪는 고통이 좀더 강렬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혼비백산하는 대목은 숱한 해상재난 영화 속의 살인적 폭풍우들을 떠올리면 강도높은 해상훈련 수준입니다. 상어가 습격을 하지만 병사들이 맹렬하게 반격하자 ‘우리 그만 물러갈게요 ’라고 말하는 듯 순순히 사라지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습니다.
배고픔과 싸우던 병사들은 별 장비도 없이 물고기를 쉽게도 잡아 ”일본인들은 이렇게 날생선을 먹는다지“하고 우적우적 씹습니다. 도중에 보트에 앉은 물새 한 마리를 잡아 날로 찢어먹어 삼켰다가 역한 냄새를 도저히 감당 못하고 모두들 토해내는 장면 정도가 표류의 고통을 짐작하게 할 정도입니다.
영화 속 극한상황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일본군 포로수용소 대목은 또 어떤가요. 수용소의 악랄한 감시병 와타나베 무츠히로(이시하라 다카마사)에게 미군들이 당하는 주된 가혹행위라는 게 몽둥이로 연거푸 두드려 맞거나 시커먼 탄광에서 강제노동하는 것 정도입니다. 가장 기억나는 끔찍한 일은 루이로 하여금 육중한 목봉을 역기처럼 번쩍 치켜들게 하고는 떨어뜨리면 총으로 쏴 죽인다고 위협하는 대목인데 사실 이것도 몸서리를 치게 만들기에는 어딘가 모자랍니다. ‘언브로큰’의 원작 소설에는 포로의 몸을 불태우고 산 채로 먹었다는 식의 묘사도 있었다는데 영화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 '언브로큰'에서 포로 수용소에 갇힌 루이 잠페리니(잭 오코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일본군 병사 와타나베 무츠히로(이시하라 다카마사).
비슷한 사례로 1972년의 아일랜드 사태를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다룬 2002년작 영화 ‘블러디 선데이’(감독 폴 그린그래스)를 봤을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북아일랜드 시위사태가 터지자 영국군 공수부대가 투입돼 진압하다가 시민들에게 실탄을 발포해 유혈사태가 빚어졌던 ‘피의 일요일’사건을 토대로 그려 낸 영화입니다.
공수부대의 총에 사망한 청년이 폭탄테러범인 것처럼 조작되고, 사건 후에 열린 청문회에서도 진압 책임이 있는 공수부대 관계자들이 상황을 조작하여 처벌을 면하며, 진압군 장교들에게 영국 여왕이 훈장을 수여하는 대목 등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간직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공수부대의 진압과정에서 민간인 13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당했다는 ‘블러디 선데이’의 상황이란, 광주의 참상에 견줄 바가 못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몸서리를 치라고 보여주는 장면들을 보면서 한국 관객들 대부분은 안타깝게도 큰 충격을 못느꼈습니다.
‘언브로큰’을 보면서도 우리들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웬만한 충격은 충격으로 느끼기 어려운 국민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언브로큰’은 맥빠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미래에 대한 열정도 없이 그저 반항아로 자라났다가 집념어린 노력으로 육상에서 성공하지만 전쟁이라는 가혹한 현장에 던져져 생존에 관해 새로 배우는, 한 남자의 드라마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인간 승리의 성공담이기도 합니다. 죽음이 늘 가까이 있는 전쟁터의 냄새를 맡으며 평범한 일상의 정반대편을 모처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충분히 치를 떨게해야 할 대목들이 몸서리치는 수준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는 데 있습니다.영화 막판에 느닷없이 일본군을 용서하는 것도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합니다. 여감독 안젤리나 졸리의 절제가 영화를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더 놀랍고 더 처절하게 전쟁의 참혹함을 묘사하지 못함으로써 범작에 그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댓글 아직 개봉 안하였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