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52〉
■ 저녁 그림자 (최하림, 1939~)
여섯 일곱 살 때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열여섯 살 때도 열일곱 살 때도 바다에는 갈매기들이 날고 있었다.
반 고비 넘은 어느 날에도 갈매기들은 유리창 밖의 어린 모과나무 새에서 반투명체로 꽃들을 조으다가 마주 보다가 날개를 푸드득이다가 이윽고 먼 수평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가 늙어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곳에는 저녁 그림자가 인간의 슬픔처럼 조용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을 것이다
- 1982년 시집 <작은 마을에서> (문학과 지성사)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는 동해로 달려가 바다가 보이는 따뜻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좋을 것입니다. 바깥에는 파아란 바닷물결 위로 빨간 등대가 보이고, 등대 주변에는 갈매기들이 쉼 없이 날아다닐 것이고요.^^
그런데 최근의 바닷가 갈매기들은 먹이에 길들여져, 사람을 무서워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와 손안의 먹이를 낚아채 가는 당돌한 애들도 있더군요. 특히 인근 섬을 오가는 배에서라면 갈매기와 티격태격, 옥신각신하며 즐거운 순간을 우리의 추억 속으로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詩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현실적 한계를 주제로 차분하게 서술한 작품입니다.
이 詩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갈매기와 바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갈매기’는 곧 이 詩의 주인공인 ‘나’를 의미하고, ‘바다’는 갈매기가 꿈꾸며 지향하는 공간을 말합니다.
따라서 나는 어린 시절에 갈매기가 바다를 날고 있었던 것처럼, 청소년 시절이나 중년이 된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갈매기는 먼 수평을 날고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갈매기가 바다에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국 나도, 이상향으로 상징된 바다에 끝내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간의 숙명적인 한계를 나타낸다 하겠습니다.
이러한 숙명적 한계는 나의 슬픔이자 인간의 근원적인 슬픔으로 확장되고, 이는 곧 ‘저녁 그림자’라는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군요. Choi